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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한덕수 국무총리, ‘윤종원 국무조정실장’ 고집하는 세 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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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의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의 국무조정실장(장관급) 추천을 두고 여당인 국민의힘이 반발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그에 대해 ‘문재인 정권의 실패한 인사’라며 공개적으로 반대하면서다.

권 원내대표는 26일 “문재인 정부의 망가진 경제 정책의 주역이다. 대통령실에서도 대체할 인물을 찾은 것으로 안다”며 “당은 윤 행장 임명에 반대한다”는 뜻을 전날에 이어 재차 밝혔다. 한 총리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윤 행장을 ‘훌륭한 분’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권 원내대표는 “한 총리만 결심하면 새 인물이 얼마든지 있다. 필요하면 당에서도 추천하겠다”고 했다. 왜 한 총리는 여당의 반대에도 윤 행장을 밀고 있을까. 세 가지 이유로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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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가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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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경제안보 중요한 시점 글로벌 인재 필요 판단

한 총리는 사석에서 만나면 해당일 외신에 실린 칼럼부터 언급할 정도로 글로벌적인 시각을 가진 관료다. 최근 한미정상회담에서 중요한 일익을 담당한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과도 그와 가까운 사이다. 캠벨은 이른바 ‘아시아 차르(러시아어로 황제라는 뜻)’로 불리는 실세다.

한 총리는 1970년 제8회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특허청장과 통상산업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을 거쳐 2004년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했다. 이어 노무현 정부에서 2007~2008년 제38대 국무총리를 역임했다. 특히 2009년 출범한 이명박 정부에서 주미대사를 지냈다. 당시 미국 현지 방방곡곡을 다니면서 하원의원들을 만나 수년간에 걸쳐 한·미 FTA에 대한 미국 의회의 비준을 이끌어낸 주역이기도 하다.

최근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글로벌 공급망의 축이 대변화를 예고한 가운데 글로벌적 시각을 가진 윤 행장을 그가 추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총리는 실제 전날 기자들과 만나 “소득주도성장정책의 경우 그분(윤 행장)이 오면서 포용적 성장이라는 정책으로 바뀌었다”며 “(윤 행장은) 기재부 경제정책국장부터 시작해 경제비서관으로서 박근혜 대통령 때에도 일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선 가장 유능한 이사 중 하나였고 이사를 하면서 페이퍼를 썼다”고 했다.

실제 윤 행장은 지난 2012년 청와대 금융경제비서관을 마치고 2년 동안 IMF 상임이사를 맡아 국제금융기구 인사들과 두루 가깝게 지냈다. 2015년부터는 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를 맡았다. 이어 OECD 연금기금관리위원회 의장으로도 선출됐다. 국제기구의 각종 정책 결정 과정에서 국익을 챙기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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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연합회 정기 이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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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尹대통령 강조한 ‘책임총리제’에 대한 믿음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을 감안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윤 대통령은 앞서 대선 공약으로 책임총리제, 책임장관제를 선언한 바 있다. 총리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해 대통령에게 집중된 국정의 권한과 책임을 총리가 실질적으로 분담하게 해 총리의 권한을 강화하는 제도다.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은 국무총리를 보좌해 행정부 각료를 감독·관리하는 총리실의 2인자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한 국무총리는 ‘국무조정실장은 제 뜻대로 하게 해달라’고 윤 대통령에게 직접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책임총리제, 책임장관제 공약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인수위 시절 “자기와 같이 일할 사람 고르라고 그러면 자기가 잘 되기 위해서라도 실력 없는 사람을 뽑겠습니까”라며 책임총리제와 책임장관제 공약을 지키겠다는 의사를 재차 밝히기도 했다.

다만 이날 이뤄진 ‘깜짝’ 여성 장관 발탁 사례처럼 예상외의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커진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여성 비중 30%’로 대표되는 문재인 전 대통령식의 보여주기식 인사는 지양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이날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장관 및 식약처장에 3명 모두를 여성 인사로 지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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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세종청사 MZ세대 공무원 오찬간담회를 마친 뒤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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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소주성’ 반대했는데...윤종원은 억울하다

윤종원 행장의 국무조정실장 임명에 반대하는 권성동 원내대표의 논리는 “문재인 정부의 실패한 경제 정책을 주도하거나 비호했던 사람이 새 정부의 국무조정실장을 한다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관가에서는 이에 대해 “윤 행장이 억울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직업 관료 출신인 윤 행장은 거의 모든 정부에서 중용됐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청와대 경제보좌관실 행정관을 지냈고, 이명박 정부에서는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을 역임한 후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박근혜 정부에선 장관급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를 지냈고,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에 임명됐다. 한 관료 출신 인사는 “공무원 신분으로 청와대에서 부르는데 안 갈 수가 있었겠나”라고 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옹호했다’라는 지적은 사실과 다른 측면이 있다는 게 한 총리의 생각이다. 그는 전날 총리실 기자들을 만나 “소득주도성장정책이 그분이 오면서 포용적 성장이라는 정책으로 바뀌었다”고 옹호했다.

실제로 ‘경제 낙관론’을 고집하며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을 외면했던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그는 유일하게 경제 현실을 직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마이너스(-0.4%)로 떨어진 2019년 6월 당시 윤종원 경제수석은 언론 브리핑을 열어 ‘경기 하방’이라는 단어를 10차례 써가며 경제활력 회복을 위한 정책 운용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발언은 당시 청와대 실세들에게 문재인 정부 개혁의 성과를 폄하하는 ‘자기 정치’라는 비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정권 핵심부의 눈 밖에 나게 됐다. 결국, 이 브리핑 열흘 뒤 그는 청와대 경제수석에서 경질됐다.

대통령실 안팎에선 검찰 출신들이 정부 내에서 대거 중용되면서 여기에 밀린 윤 정부 창업 공신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권 원내대표가 총대를 메고 윤 행장 인사에 대한 반대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대체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청와대 인사 등에 대한 여권 내부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윤 행장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김문관 기자(moooonkwa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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