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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임금피크제 '무조건 무효' 아니다…법조계 '합리적 이유' 판례 쌓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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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연장형 임피제 영향 제한적…'직무' 따라 법원 판결 달라질 듯

뉴스1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2018.6.17/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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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구진욱 기자 = 합리적인 이유 없는 임금피크제는 연령차별로 무효라는 대법원의 판단에 재계와 노동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기업들은 이미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상황이어서 자칫 줄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대법원의 판결을 환영하며 임금피크제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법조계는 대법원이 임금피크제 자체를 무료로 판단한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이유'에 방점을 찍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면 임금피크제를 운영해도 된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앞으로 '합리적인 이유'에 대한 판례가 더 쌓여야만 보다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임금피크제 임금 차등 '합리적 이유' 어디까지?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6일 A씨가 과거 재직했던 B연구원을 상대로 낸 임금소송 상고심에서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을 기준으로 근로자의 임금에 차등을 두는 것은 고령자고용법상 '차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그 근거로 Δ임금피크제 적용에 따라 55세 이상 근로자의 업무 내용이 변경되지 않았다는 점 Δ임금피크제 적용 근로자 대상 목표 수준을 낮게 설정하고 그에 따라 평가했는지 관해 확인할 만한 자료가 없는 점 등을 꼽았다.

소송을 제기한 A씨는 지난 2011년부터 B사로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받았는데, 임금피크제 적용 전·후 직무·업무 내용에서 바뀐 것이 없음에도 '만 55세 이상' 연령을 이유로 차등된 급여를 지급받았다.

오히려 당시 B연구원의 만 55세 이상 직원들의 성과가 만 51세 이상 55세 미만의 성과와 비교했을 때 더 높았다.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직원들의 성과가 더 좋았음에도 낮은 임금을 받은 것이다.

대법원은 Δ임금피크제의 도입목적의 정당성 및 필요성 Δ임금삭감의 폭이나 기간 Δ대상조치의 적정성 Δ감원된 재원이 도입목적을 위해 사용됐는지 등을 '합리적 이유'로 제시했다.

재계는 임금피크제가 사라지면 기업 부담을 가중시키고, 기업 고용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B연구원과 비슷한 임금피크제를 도입 중인 다른 공공기관·기업에서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근로자들로부터 소송이 잇따를 것이란 설명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에 따른 혼란은 제한적일 것이란 평가를 내놓고 있다. 임금피크제 적용 후 직무·업무 내용이 변경돼 일이 줄어들면, 급여에 차등을 둘 수 있는 '합리적 이유'에 해당해 또 다른 판단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일과사람의 손익찬 변호사는 "임금피크제를 적용받으면서 직무내용이 변경되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예를 들어 임금피크제 적용시 한직으로 가게 돼 직무내용에 변경이 있으면 (임금에 차등을 둘 수 있는) 합리적 이유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손 변호사는 A씨가 '연구직'이란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영업직·사무직 등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성과가 떨어지는 것과 달리 연구직의 경우 그간 축적한 노하우·지식 등 연령이 높아질수록 성과를 더 낼 수도 있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취지다.

노무사 출신인 김남석 법무법인 태림 변호사도 "숙련도가 올라갈수록 업무효율이 좋고 뛰어나지는 업종이 있는데, 이런 업종은 임금피크제 적용시 숙련도에 맞춰서 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임금피크제 모두 무효?…법조계 "판례 더 쌓여야"

임금피크제는 크게 정년연장형, 정년유지형으로 나뉜다. 이번 판결은 '정년유지형'에 해당한다. 정년유지형은 정년은 똑같지만 임금피크제 적용시 임금을 삭감하는 형태인 반면 정년연장형은 정년이 늘어나는 대신 임금은 삭감하는 구조다. 이에 따라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를 도입 중인 기업은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 법학교수는 "지금껏 정년유지형의 경우 연령차별일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많았다"며 "판례가 더 쌓여봐야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다른 기업도)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에 대해 연령차별을 적용할 여지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정도"라고 말했다. 정년연장형과는 잣대가 다르다는 취지다.

앞서 고령자고용촉진법 도입된 2016년, 60세 정년제도가 도입되기 시작한 후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기업이 많아졌다. 이들 기업은 기존 정년이 만 55세 등으로 60세보다 짧아 임금을 삭감해주는 대신 정년을 연장해줬다.

박 교수는 "정년연장형의 경우 법정정년제도가 도입돼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며 계속 근로에 대한 기회가 생긴 것이다, 임금을 삭감한다고 해서 근로자가 불이익을 받은 것인지는 또 다른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금이 삭감되지만 정년이 연장되는 것이 '불이익'인지 판단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현재 하급심에서 진행 중인 다른 소송에는 일부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현재 다른 기업에서 시행 중인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나 하급심에 진행 중인 사건 관련 개별 기업들이 시행하는 임금피크제의 효력의 인정 여부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편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015년 300인 이상 기업 중 27.2%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했으나 2016년에는 46.8%로 늘었다.
dyeo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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