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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피해자의 국민청원과 권성동 의원의 법안 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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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폐지를 폐지하라⑥] 성폭력 피해지원에는 성평등 관점의 전담기구 절실하다

윤석열 인수위가 발표한 국정과제에는 여성가족부폐지가 없었으나 소위 이대남 여성혐오로 대통령이 당선된 국민의힘은 여가부폐지안을 발의하였습니다. 기본 여가부 관련 사업도 다른 부처와 같이 하는 방식으로 업무 분장을 하여 여가부의 실질적인 힘을 뺄 뿐 아니라 여가부 폐지 법안 상정까지 한 것입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구조적 성차별을 외면하는 윤석열 정부의 입장은 변함이 없습니다. 이에 여성, 인권단체들로 구성된 ‘여성가족부폐지 저지를 위한 공동행동’은 다양한 위치에 처한 사람들에게 성평등 전담기구가 왜 필요한지를 연재합니다. <편집자말>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여성가족부 폐지 반대에 관한 청원이 올라왔다. 성폭력 피해자 개인이 올린 것을 여성단체에서 뒤늦게 발견하여 청원을 하루 남기고 여기저기 공유를 돌렸다. 그리고 청원 만료 기일(5월 8일 마감) 전 단 하루 만에 5만 명이 채워졌다. 하루 만에 수만 명이 청원에 동의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니 여성가족부 폐지 반대에 공감하는 시민들의 관심과 여론이 뜨거운 것을 방증한다. 그러나 그 뒤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청원인이 '범죄 피해자로서 청원이 공개됨과 동시에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으므로 2차 피해가 우려되어 철회를 요청'한 것이다. 단적인 예로 성폭력 피해자들은 자신의 피해가 드러났을 때 오는 사회적 압력과 편견, 낙인의 위험을 안고 살아간다.

성폭력 피해 당사자가 여성가족부 폐지 반대에 관한 국민동의청원을 올리고 5만 명을 달성하기 하루 전인 6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여가부 폐지'가 담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여성가족부를 삭제하고 여성가족부가 담당하던 청소년·가족 등의 업무를 보건복지부가 이어받고 '여성의 권익증진 등 지위향상'의 업무들을 다른 부서로 이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이 새 정부 110대 국정과제(5월 3일 발표)에서 제외되어 2030 남성들을 중심으로 공약 파기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급하게 수습에 나섰다고 볼 수 있다. 성폭력 피해 여성에게 여성가족부는 간절하게 존치되어야 할 부서이지만, 남성 중견 정치인에게 여성가족부 폐지는 일부 지지자들의 표를 의식하는 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불과 며칠 간격을 두고 벌어진 이 일들은 오늘날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여준다.

법무부의 성인지 감수성, 믿을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하고 성폭력을 강력 범죄로 분류하여 강력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폭력 피해자 지원을 법무부로 이관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의 강간죄는 '저항이 현저히 곤란할 정도의 폭행·협박'을 동반하는 것이 아니면 피해를 인정받기 어렵다. 성폭력은 폭행 또는 협박뿐만 아니라 신뢰 관계, 일상적 위력, 사회경제적 상태 등의 권력과 힘의 이해를 기반으로 발생하는 폭력이다. 직장, 가족, 친밀한 관계에서 여성이 처한 직급, 고용 상 위치, 평가받는 방식, 경제적 의존-통제 상태에서의 불평등은 성폭력 피해를 유지시키는 구조적 성차별이다.

그러나 성폭력을 판단할 때 이러한 불평등을 고려하는 재판부는 현저히 드물다. 현행 형법체계는 여전히 피해자에게 얼마나 저항했는지 끊임없이 묻고 있다. 언제까지 법제도는 폭행과 협박이 전제된 성폭력 피해자만을 보호할 것인가. 그 결과 비동의에 기반한 성폭력 피해는 법적 과정 내내 계속해서 의심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가 지원하는 대부분의 교회성폭력 사건은 현재 형법 체계 안에서 강간죄를 인정받기 어렵다. 교회 성폭력은 교회의 성차별적 구조와 위계, 신앙에 기반 한 그루밍을 동반하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자발적으로 동의한 것처럼 보이게 해 형사고소 과정에서 큰 어려움을 겪는다. 신앙생활과 삶이 깊게 결합될수록 피해를 입은 이후 교회 안에서 2차 피해가 심각하지만, 별다른 대책 없이 온전히 개인이 피해를 감당해야 하는 실정이다.

성폭력 방지와 여성 권익증진은 함께 가야한다
오마이뉴스

▲ 기독교반성폭력센터에서 2021년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에서 피켓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 기독교반성폭력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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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상황에서 여성안수를 인정하지 않는 교단은 성폭력에 대한 처벌 규정도, 사건 이후 해결 과정에서의 법적 장치도 전무하다. 여성 안수가 되지 않기 때문에 교회법을 만들고 교회 재판에 관여하는 사람들도 모두 남성들로 이루어져있다. 교단 내에 심각한 성폭력 사건이 드러났을 때 사회적 압력과 비판을 피하기 위해 매뉴얼을 도입하고 법을 만들더라도 사람들의 관심과 사회적 비난이 끝난 뒤에는 유명무실해진다.

반면에 여성 안수를 주는 교단은 교단 안에 소수지만 여성 목사, 장로가 존재한다. 여성 목사, 장로, 즉 여성 리더십이 있는 교단과 없는 교단의 성폭력 대응은 결과가 다를 수밖에 없다. 교회 내에서 벌어지는 성폭력 문제에 대해 여성 리더들이 자발적인 모니터링과 연구를 진행하고 대책마련에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로 여성안수를 인정한 교단은 조금씩 여성할당제와 성폭력 근절 법안을 만들어 가고 있다. 성폭력 방지와 여성 권익증진이 함께 가지 않으면 성폭력 피해 대책마련은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성폭력 문제를 전담하는 기구의 필요성

성폭력에 체계적으로 대응하려면 성폭력에 대한 적극적인 실태조사와 통계 작성, 성폭력 방지에 대한 종합계획이 수립되어야 하고 주기적 점검과 관리감독, 교육이 있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을 실효성 있게 하려면 예산을 수립하고 정부 입법을 할 수 있는 '전담 부처'가 존재해야 한다. 또 단순히 개인 간의 강력 범죄로 성폭력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 이후 해결과정 전반과 사후 지원에 걸쳐 성폭력 문제를 이해하는 전문적인 관점이 필요하다. 단순한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의 구조적 문제 인식과 현상파악을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기구여야만 한다.

성폭력 사건 대응 과정에서 여성가족부의 존재감이 미비했기 때문에 여성가족부를 폐지한다는 것은 목욕물 버리려다 아기까지 버린다는 속담을 떠올리게 한다. 여성가족부 안에서 폭력 예방과 피해자 지원에 대한 예산은 전체 예산 중 9.2% 밖에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9.2%로 인해 성폭력 피해자들은 일상을 회복할 힘을 얻었지만,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성폭력 문제를 대응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성폭력 사건 대응 과정에서 여성가족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길 바란다면 여성가족부의 예산을 증액하고 강화하는 방법을 마련할 일이지 다른 부서로 역할을 쪼개어 넘긴다는 것은 실재하는 여성폭력을 국가차원에서 은폐하는 일이나 다름없다. 일부 지지자들의 입맛에 맞춰 여성가족부를 폐지한다면 이후 성폭력 피해 지원에 대한 조직, 인력, 예산, 정책, 개발 등 모든 점에서 혼선이 생기고 사업이 중지될 위험이 따른다.

성평등 증진과 성폭력 피해지원은 단순히 여성들만 관심 갖는 주제가 아니라 민주적 가치와 정의의 문제임에도 윤석열 정권은 이를 일정한 자원과 이권의 쟁탈을 위해 서로 물고 싸워야하는 경쟁으로 환원하고 있다. 성차별을 해소하고 성폭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행정, 입법, 사법부 모두가 협력해야 하며, 시민사회단체, 기업, 언론, 문화예술, 체육, 군대 등의 한국 사회 전체가 서로 연결되어 대안을 논의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여성폭력방지 및 성평등 전담 부처가 필요하다. 여성가족부는 존치되어야 하고, 더 적극적으로 확대·강화되어야 한다.

이은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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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이은재씨는 기독교반성폭력센터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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