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8 (목)

9억 아파트에 매달 141만원…"이자폭탄에 자녀계획도 미룬다"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26일 오전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연 1.50%인 기준금리를 1.75%로 0.25% 포인트 인상했다.26일 서울 시내의 하나은행 창구 모습.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직장인 김모(36)씨는 2020년 초 서울 강서구의 9억원대 아파트를 구매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로 3억7000만원을 마련하고 아내와 함께 신용대출로 1억3000만원을 빌렸다. 부족한 자금은 부부가 저축한 돈과 양가 부모에게서 빌린 돈으로 메웠다. 부모에게 빌린 돈을 포함하면 집값의 약 60%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마련한 셈이다.

김씨 부부는 26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소식에 한숨이 쏟아졌다. 이자 부담이 2년 5개월 사이 1.5배 증가했는데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어서다. 대출 초기 97만원(원리금)이었던 이자는 이달 141만원으로 44만원 늘어났다. 연간으로 따지면 528만원이 추가로 불어났다.

중앙일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김씨는 “이자가 늘어나는 동시에 물가도 뛰어서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김씨는 요즘 자가용은 주말에만 타고 출퇴근은 대중교통으로 하고 있다. 회사에서 점심, 저녁 식사를 제공해서 가능한 회사에서 먹고 나온다고 한다. 김씨는 "당장은 소비를 줄여서 이자를 내고 있다"며 "살림이 갈수록 빠듯해 자녀 계획은 당분간 미루려 한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로 접어들면서 영끌족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대출 금리가 일제히 뛰면서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어서다.

최근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는 최고 6% 선에 근접했다. 26일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혼합형)는 연 4.42~5.8%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이후 한국은행이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올린 지난해 8월(연 2.92~4.42%)보다 최고·최저금리가 1.4%포인트 이상 뛰었다. 주담대 변동금리(연 3.82~5.35%) 상단도 5% 선을 넘어섰다. 신용대출 금리는 연 4~4.73%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금융채(5년물) 등 지표금리가 오르면 곧 대출 상품에 반영이 된다”며 “2~3주 이내에 은행권 대출금리가 소폭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에선 한은이 연내 두세 차례 추가로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연 7% 선도 뚫을 것으로 전망한다.

중앙일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영끌족의 이자 상환 부담은 커진다. 한은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될 경우 대출자 1인당 연 이자 부담은 16만1000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 추산대로라면 지난해 8월부터 10개월 동안 기준금리가 1.25%포인트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액은 1인당 약 80만5000원이다.

가장 큰 문제는 20·30대 영끌족의 가계대출이 질적으로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저축은행 등 2금융권 대출 규모가 최근 2~3년간 빠르게 늘었다. 26일 국회 정무위 진선미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게서 제출받은 ‘연령별 주택담보대출 현황’에 따르면 20대의 2금융권 주담대 잔액은 지난 3월 말 기준 8조1000억원으로 나타났다. 2019년 말(5조1000억)보다 58.8% 증가했다. 30대도 2금융권에서 같은 기간 33.2% 늘어난 66조6000억원(잔액)을 빌렸다.

연령대별로 살펴봐도 청년층의 2금융권 이용 비중이 컸다. 20대가 보유한 주담대 중 2금융권에서 빌린 돈의 비중은 41.2%로 전 연령대 중 가장 컸다. 30대가 37.2%로 뒤를 이었다. 전 연령대 평균은 35%다. 2금융권은 시중은행에 비해 신용점수가 낮은 대출자가 몰리기 때문에 대출 금리가 높은 편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2금융권의 가계대출 평균금리는 10%에 육박한다. 그만큼 금리가 뛸 땐 빚(원리금) 부메랑은 커질 수 있다.

대출부실에 따른 위험 신호도 켜지고 있다. 20대를 중심으로 다중채무자의 수가 두드러지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20대 다중채무자 수는 지난 3월 37만4800명으로 2년 사이 23.6%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출액은 15조5700억원 규모에서 23조2800억원으로 49.5%가 늘었다. 다중채무자는 금융사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차주를 의미한다.

진선미 의원실 측은 “2금융권과 대부업의 문을 두드리는 20대는 소득 수준과 신용도가 낮은 취약 차주가 대부분”이라며 “금리 인상과 고물가, 저성장이 맞물리며 부실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금리 인상기 무리하게 빚낸 영끌족이 대출이자를 갚기 위해 2금융권은 물론 대부업 등으로 밀려날 우려가 커지고 있어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