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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10년 끌다 나온 '업무방해죄 합헌' 결정…대법 판례 두고 의견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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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위헌' 의견 5명으로 다수였지만 정족수 6명에 모자라

유죄 근거된 전합 판결…단체행동권 침해 놓고 해석 달라

뉴스1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모습. 2021.3.8/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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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 = 헌법재판소가 집단적 노무제공 거부 행위인 단순파업 행위에 형법상 업무방해죄를 적용해 처벌하는 것이 합헌이라고 결정한 배경에는 업무방해죄와 관련한 2011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다.

헌재는 26일 현대차 전주공장 협력업체의 비정규직 노조 간부들이 형법 제314조 제1항(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4대5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했다.

일부위헌 의견이 5명으로 더 많았지만 위헌 결정에 필요한 정족수가 6명이기 때문에 합헌으로 결정됐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노동자들이 사업장에 출근하지 않음으로써 노무제공을 집단 거부하는 행위를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것이 단체행동권을 침해하는지에 대한 여부였다.

단체행동권 침해 여부에 관해 합헌의견과 일부위헌 의견이 갈린 지점은 이 사건 청구인 A씨 등이 유죄 판결을 받은 근거가 된 2011년 3월 대법원 전합 판결이다.

앞서 A씨 등 노조 간부들의 재판이 진행되던 2011년 3월 대법원은 업무방해죄와 관련한 새로운 판례를 내놓았다.

종전 판례는 폭력이 동반되지 않는 단순파업도 정당한 쟁의행위가 아니면 예외 없이 업무방해죄로 봤지만 2011년 3월 판결에서 대법원 전합은 쟁의행위로서 파업이 언제나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특히 업무방해죄 성립 기준에 대해선 "전후 사정과 경위 등에 비추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 이뤄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해 사용자의 사업 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가 위력에 해당해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날 합헌의견을 낸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먼저 이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쟁의행위로서의 파업과 관련한 위 판시가 법원의 확립된 해석이 됐다"며 "어떤 법률조항에 대한 법원의 확립된 해석이 있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존중해 그 조항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전 헌재의 업무방해죄 관련 3차례 결정을 언급하며 과거 헌재가 지적했던 부분들이 2011년 대법원 전합 판결을 통해 해소됐다고 봤다.

이들은 "대법원이 (2011년 전합 판결에서) 위력 개념을 제한적으로 해석해 그 적용범위를 축소해다"며 "헌재 선례가 지적한 단체행동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그 행사를 위축시킬 가능성의 문제가 해소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전합 판결이 제시한 기준 자체가 불명확해 단체행동권 행사에 심대한 위축효과를 발생시킨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판시했다.

요컨대 합헌 의견은 2011년 대법원 전합 판결이 단체행동권 행사를 위축시킬 문제를 해소했기 때문에 이를 적용해 유죄 판결을 받은 A씨 등도 단체행동권 행사에 심대한 위축효과를 받지 않았다고 결론낸 것이다.

그러나 일부 위헌 의견을 낸 유남석·이석태·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대법원 전합 판결을 정확히 다른 관점에서 봤다.

노동자의 입장에서 노동조합법상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 단순파업으로 인해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 자체가 생긴다면 단체행동권을 행사하기에 앞서 항상 정당성 문제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법률에 문외한이라 할 수 있는 노동자가 사전에 노동조합법상의 정당성 문제를 명확하게 판단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특히 쟁의행위 목적의 정당성과 관련해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가 있더라도 구체적 사안에서 어떤 목적이 대법원 판례가 든 기준에 부합하는지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결국 노동자가 단순파업을 하는 경우에도 형사처벌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이는 그 자체로 단체행동권의 행사를 위축시킬 위험이 있다는 설명이다.

2012년 사건 접수 이후 점차 잊혔던 이 사건은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이 불거지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재판에 넘겨지면서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양 전 대법원장의 공소사실 중 헌재가 이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 전합 판결과 다른 결정을 내릴 것을 우려, 파견 법관 등을 통해 헌재 내부정보를 보고하고 대응하도록 지시한 혐의가 포함되면서다.

당시 사법농단 의혹이 제기된 이후에도 수년간 결론을 내지 않던 헌재는 사건이 접수된 지 10여년 만에 재판관 4대5의 의견으로 합헌 결론을 냈다.

이 사건은 헌재 출범 이후 역대 가장 오랫동안 결론이 나지 않은 채 남아 있던 사건이었다.
sewry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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