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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10명이 죽었습니다... 피부색 때문에 [김수진의 '별 일 있는' 캐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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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진의 '별일 있는' 캐나다] 반성도 변화 촉구도... 그러나 분노·불안은 여전

캐나다에서 경험하는 크고 작은 '별일'들, 한국에 의미있는 캐나다 소식을 전합니다. <편집자말>

정확히 이맘때였다. 지난해 미국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조지 플로이드라는 흑인이 숨진 것이. 이를 규탄하는 시위가 미국을 넘어 캐나다와 유럽으로까지 번졌고 시위대는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라는 구호를 소리 높여 외쳤었다. 당시 들불처럼 번져가는 시위를 기사로 다루며 나는 이렇게 썼다.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며 분노와 비통함으로 시위하고 있는 이들이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들은 혼자가 아니다. '진정한 터닝포인트'를 향한 전세계인들의 염원이 지구 곳곳을 달구고 있다."

그랬다. 전세계 많은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애통해 하고 변화를 촉구하고 있는 것 같았다. 피부색이 차별과 억울함, 심지어 죽음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사회에 철퇴를 가하고 변화를 향해 나아가는 마중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약간의 기대도 했던 것 같다.

BLM 운동 1년이 지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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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19일 미국 뉴욕주 버팔로의 한 슈퍼마켓에서 발생한 총격사건 현장 근처의 임시 추모소에 사람드이 조의를 표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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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년의 시간이 흐른 지난 5월 14일, 흑인 밀집지역인 미국 뉴욕주 버팔로의 한 슈퍼마켓에서 무차별 총기난사 사건이 벌어졌다. 또다시 인종차별 범죄였다. 백인 우월주의자로 밝혀진 18세 남성이 벌인 일이었고, 숨진 10명과 다친 3명 중 11명이 흑인이었다.

범인은 또한 '대전환론(Great Replacement Theory)' 혹은 '백인 대체론'이라 불리는 음모론에 빠져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백인 대체론'이란 미국의 권력집단이 백인의 수를 줄이기 위해 출산율이 높은 유색인종 이민자들을 대거 받아들이고 있으며, 그 배후에는 유태인이 있다는 내용의 음모론이다.

전형적인 인종차별, 혐오범죄였다. 이웃나라 미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캐나다 사회는 '우리도 다르지 않다'는 입장에서 각성이 일곤 한다. 그리고 실제로 캐나다의 혐오범죄율 역시 증가 추세에 있음을 여러 통계치들이 보여주고 있다.

<글로벌 뉴스>에 실린 캐나다 통계청의 보고에 따르면, 흑인 혐오범죄는 코로나 첫해에만 37%, 코로나 팬데믹 전 기간 동안에는 98%나 증가했다고 한다. 또한 캐나다 보안정보국이 최근 3월에 발표한 보고에 의하면, 2014년 이래 이념에 따른 폭력적 극단주의 때문에 발생한 일곱 번의 공격으로 26명이 사망했고 40명이 부상을 입었다.

'테러와 안보 및 사회 연구를 위한 캐나다 네트워크' 연구원 바바라 페리에 따르면, 2015년 이래 극우파의 활동이 상당히 증가해왔다. 그는 "현재 캐나다 내에 300개의 우익 혐오단체들이 있음을 확인했고, 단체에 가입하지 않은 채 활동에 빠져 있는 사람들의 수는 수천수만일 것"으로 보고 있다.

캐나다 런던시에서 백인 남성이 무슬림 가족을 픽업트럭으로 들이받아 사망케 했던 사건 역시 지난해 이맘때 일어났던 일이다. 그들은 단지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죽임을 당했고 다섯 가족 중 당시 열 살이던 남자아이만이 살아남았다.

혐오범죄... 이유 없는 죽음들

내가 살고 있는 도시, 우리집 가까운 곳에서 일어난 일이었던지라 아이들과 함께 꽃을 사들고 사건현장을 찾았었다. 그곳에는 그들의 이유 없는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과 분노를 감추지 못한 시민들의 꽃다발이 이미 언덕을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수천수만의 시민들이 그들을 기리며 규탄 시위에 참가했다. 지금도 저녁 산책길에 나설 때면 그때 그 가족의 마지막 산책길이 떠오른다. 어느날 갑자기 세상에 혼자 남겨진 이유를 헤아리기엔 너무 어린 그 아이의 하루가 궁금해진다.

그보다 이전인 2017년에는 퀘백시의 이슬람 사원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있었다. 모두 '이슬람모포비아(이슬람 혐오)'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이러한 인종차별, 혐오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늘 그랬듯, 이번에도 캐나다의 여러 정치인들과 단체들이 반성과 성찰, 나아가 변화를 촉구했다. 다음은 <CBC뉴스>와 <글로벌 뉴스>에 실린 인터뷰 내용들이다.

"캐나다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는 반드시 흑인들을 향한 혐오범죄에 대해 분명히 자각해야만 한다. 혐오범죄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그러한 행위를 막기 위한 일을 당장 시작해야 한다." - 벨마 모건(오퍼레이션 블랙 보트(흑인 인권 단체) 캐나다 의장)

"캐나다 지도자들은 백인 우월주의의 존재를 드러내고, 혐오범죄와 극우폭력에 대한 사전대책 마련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우리는 불안하게 까치발을 하고 있지만, 우리에게도 백인 우월주의 문제가 있음을 이야기하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않고 있는 느낌이다." - 아만다 바틀리(인간 행동 연구가, 토론토 가족복지회 이사)

"극단적 백인 우월주의 단체는 이 나라의 가장 큰 국내 테러집단이다. 우리는 아직도 그들의 존재에 대해 발뺌을 하고 있다" - 마크 밀러(왕립원주민관계 장관)


이렇듯 반성과 변화 촉구는 계속해서 있어왔다. 정부 역시 인종차별 철폐를 위한 경제적 지원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피해자와 같은 공동체에 속한 이들이 느끼는 분노와 불안은 여전한 것 같다.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 너무 당연한데도 소리 높여 외쳐야 하는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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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뉴욕주 버팔로의 탑스 프렌들리 마켓.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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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C 키즈 뉴스>에 실린 10대 흑인 아이 이집트 모건은 버팔로 총기난사 사건에 대해 "그게 사실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누군가 실제로 그런 일을 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힘들었다"라고 말했다. 친구들 역시 "단지 피부색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는 걸 믿을 수 없어 했다면서, 좀 더 깊은 어떤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했다.

10대 아이가 그렇게 느끼는 건 어쩌면 당연하지 않은가. 단지 피부색 때문에 물건을 사러 간 수퍼마켓에서 총에 맞아 죽었다는 사실을, 그것도 내 자신이 흑인이라면 어떻게 쉽사리 받아들일 수 있을까.

흑인 청소년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유스 립스'의 이사 리반 아보코는 버팔로의 총기난사 사건 이후 아이들로부터 안전에 위협을 느낀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한다. "피부색 때문에 표적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다. 캐나다인들에게 반흑인 혐오가 실제적 위험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이들도 있지만, 그것은 반드시 다뤄져야 할 문제라고 그는 강조했다.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일가족이 차에 치이는 공격을 당했을 때 무슬림들은 히잡을 쓰는 것에 두려움을 느꼈다. 일부 무슬림들은 밖에 나갈 때 히잡을 쓰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흑인 차별 사건이 일어나면 흑인들은 자신이 지닌 피부색 때문에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 당연해서 언급할 필요조차 없는 이 말을 그들은 어째서 소리높여 외쳐야 하나.

외국에 살다보면 어느 나라 사람이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 한국 문화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요즘 더더욱 자랑스럽게 밝히곤 한다. "나는 한국인입니다!" 그런데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지구촌 사람입니다"라고 답하곤 하는 목사님을 알고 있다. 국가, 인종, 민족, 이런 것들로 서로를 구분 짓고 차별할 것이 아니라 모두가 지구라는 마을에서 한데 어울려 살아가야 할 사람들임을 강조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앞으로 나도 그렇게 답해볼까 보다. "나는 지구촌 사람입니다"라고.

김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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