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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선전 반갑지만 현실은 웃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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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울대 박다윤(왼쪽)이 지난 25일 전북 익산에서 열린 제77회 전국대학육상경기선수권대회 여자 200m 결선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대한육상연맹·STN스포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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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는 고교선수들 실업팀으로
대학 여자육상팀 대부분 5명 이하
전문선수 감소…‘고사’ 위기에

빡빡한 재정 속 ‘숙제하듯’
출전400m 계주 서울대 ‘홀로 레이스’

전문선수가 아니라 공부하면서 운동하는 서울대가 전문육상대회에서 선전을 이어가고 있다. 반가우면서도 ‘웃픈’ 대학 육상계 현실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박다윤(19·서울대)은 지난 25일 전북 익산에서 열린 제77회 전국대학육상경기선수권대회 여자 200m 결선에서 25초35로 우승했다. 대학 신입생 박다윤은 지난 4월 전국종별선수권 200m에서 25초33으로 1위를 차지한 지 한 달 만에 다시 금메달을 따냈다.

박다윤은 전날 열린 주종목 400m에서는 2위에 자리했다.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학생으로서 거둔 좋은 성과다. 2019년 인천체고를 수석 입학한 박다윤은 학업과 육상을 병행하며 2022년 서울대 사범대학 체육교육과에 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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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서울대 사범대에 진학한 새내기 스프린터 박다윤. 박다윤 선수 제공


서울대는 지난 24일 여자 400m 계주에서도 금메달을 따냈다. 서울대는 홀로 레이스했다. 앞서 출전 의사를 밝힌 다른 4개 대학팀이 모두 레이스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서울대 4명은 52초99라는 ‘평범한’ 기록으로 레이스를 마쳤다. 서울대 실력은 중하위권이다. 다른 팀들이 나섰다면 메달을 딸 수 있었다. 그런데 왜 출전을 포기했을까.

육상 전문선수들은 감소세다. 대학 육상부는 39개 팀이 있다. 그중 혼성팀이 20개, 여자팀만 있는 곳이 5개다. 전국 대학 육상선수는 남녀를 통틀어 342명(여자 100명 포함)이다. 여자 100명 중 74명(19개 팀)이 이번 대회에 나섰다. 선수가 1명인 팀도 있고 대부분 5명 이하다. 단거리뿐만 아니라 중장거리, 도약·투척 종목 선수도 물론 포함돼 있다. 400m 계주를 단거리 선수 4명으로 구성하는 것부터가 안 된다. 계주 출전을 신청했다가 접은 대학부 지도자는 “부상까지 겹치면 멤버 구성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메달을 따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데 웬만하면 뛰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대학 선수들은 대회에 출전할 경우 출전지원비, 훈련비 등을 학교로부터 받지만 액수도 많이 줄었고 줄어든 금액을 다시 쪼개 써야 한다. 빡빡한 재정 속에서 대회를 밀린 숙제하듯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한 대학부 지도자는 “대회도 학기 중에 열리다보니 일정을 더욱 타이트하게 잡을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번 대회는 한국대학육상연맹과 한국실업육상연맹이 공동 개최한다. 대회 명칭은 ‘제77회 전국대학육상선수권대회’ 겸 ‘어메이징 익산, 전국실업육상시리즈대회’다.

사실상 중심은 실업연맹이다. 대학연맹이 단독으로 대회 개최지를 섭외하기에는 출전 인원이 너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결국 실업연맹과 대학연맹은 대회 규모를 키우면서 대학과 실업 간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한 육상 관계자는 “여자 고등부 육상선수들이 감소한 데다 고등학교에서 잘하는 선수들은 대부분 실업팀으로 간다”며 “대학교 육상부가 붕괴하고 있고 여자 대학 육상부는 고사 위기”라고 말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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