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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카페 2030] 청와대는 여는데 국회는 빗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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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의도 국회의사당 출입구에 못 보던 철문이 생겼다. 보안이 필요한 시설에 있는 회전문으로, 출입증을 찍어야 한 명씩 통과할 수 있다. 이 회전문은 하루 수백 명이 이용하는 국회도서관 앞 출입구, 국회 어린이집, 한강 둔치 주차장, 국회 헌정회로 통하는 문 앞 등에 6개가 설치됐다. 국회에서 근무하지 않는 일반 시민이나 민원인이 국회 경내로 드나들기가 굉장히 불편해진 것이다.

국회에 이런 문을 설치한 이유를 물었더니 “경비 인력은 줄어들고 보안은 지켜야 하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국회 출입문은 원래 군에서 복무하는 대신 경찰 업무를 돕는 의무경찰이 지켰다. 그런데 내년부터 의경이 공식적으로 사라지면서 국회 문을 지킬 인력이 부족해졌다는 얘기다. 국회 관계자는 “의경 일을 직업 경찰이나 국회 방호원이 대체하기에는 인력이 부족해 통제문을 설치했다”며 “6월부터 시범 운영된다”고 했다.

물론 국회도 국가 1급 중요 시설로 보안은 필요하다. 하지만 국회 본청이나 의원회관 건물도 아니고 단순히 인력이 줄었다는 이유로 국회 경내 진입까지 어렵게 하는 것은 지극히 행정 편의주의적이다. 게다가 국회 경내에 있는 도서관 방문증으로는 이 보안문을 열 수 없다고 하니, 연 이용자 100만명이 불편을 감수하게 생겼다. ‘국회 청사 관리 규정’에는 청사 방문자 규모가 과다하거나, 기물 손괴 등 위험물을 반입하는 경우 출입을 제한할 수 있다고 돼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일반 시민의 국회 출입은 자유로웠고, 앞으로도 자유로워야 하는 게 당연하다.

권력기관 개방은 단순히 물리적 공간을 여는 것 이상의 상징적 의미가 있다.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다”는 선언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 임기 첫해 청와대 ‘앞길’만 개방해도 박수 받았다.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했을 때도 기대가 컸다. 윤석열 정부 들어 청와대가 전면 개방되자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그만큼 국민들은 권력기관이 문턱을 낮추고 권력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국회의원이 김영란법이라고 하는 ‘부정 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법’ 대상에서 스스로 빠진 이유는 단 하나였다. 국민을 대표하는 헌법 기관으로 민의를 들어야 된다는 점이었다. 민원인들에게 민심을 듣고, 그 민심을 반영해 법 개정을 하는 게 자기들 일이라며 부정 청탁 대상에서 빠져야 한다고 스스로 면죄부를 줬다. 이런 특권은 누리면서 국회를 찾는 민원인 접근은 더 어렵게 만드는 모순된 일을 벌이고 있다. 회전 철문 설치에도 당연히 국민 세금이 쓰였다. 세금이 이렇게 쓰이는 것을 납득하는 국민이 있을지 의문이다.

제21대 국회 전반기 임기를 마치는 박병석 국회의장은 취임사에 이어 퇴임사에서도 ‘국민 소통’을 강조했다. 박 의장은 26일 퇴임사에서 “저는 ‘소통’을 으뜸으로 하고 ‘대화와 타협’으로 국회를 운영할 것을 약속했다”며 “’국민을 지키는 국회’ ‘국민과 함께하는 국회’ ‘국민의 미래를 준비하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고 했다. 그런데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 담장은 더 높아지기만 하니 ‘국민’이니 ‘소통’이니 하는 말이 무색하기만 하다.

[이슬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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