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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깨어난 SSG 캡틴 한유섬, 그렇게 거인이 되어간다 [MK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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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랜더스의 4번타자 한유섬(32)이 짧은 잠에서 깨어났다. 선두 SSG의 중심을 지키는 핵심타자, 그리고 팀을 이끄는 캡틴으로서 한유섬은 거인이 되어 가고 있다.

SSG는 26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의 정규시즌 경기서 6-5, 짜릿한 1점 차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롯데와의 주중 시리즈 3연전을 스윕한 SSG는 시즌 32승 2무 13패를 기록하며 4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SSG가 롯데를 상대로 시리즈 스윕을 거둔 것은 2019년 전신 SK 와이번스가 2019년 7월 26~28일 사직 롯데 3연전을 스윕한 이후 1033일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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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랜더스의 4번 타자 한유섬은 올해 캡틴으로 경기장 안팍에서 팀을 이끌고 있다. 사진(인천)=김원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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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3일만의 승리를 이끈 건 캡틴이었다. 한유섬은 4번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3안타 2타점 1볼넷으로 100% 출루와 맹타로 팀 승리를 견인했다.

한유섬 개인으로는 지난 5월 19일 두산전 이후 6경기 만에 나온 타점. 동시에 2타점 이상을 올린 경기는 8경기만이었다.

그만큼 후련한 마음이 컸다. 경기 종료 후 만난 한유섬은 “되게 오랜만이다. 소화제 먹은 느낌”이라며 “(팀에) 민폐 아닌 민폐를 끼쳤다. 다른 선수가 잘해줘서 팀은 계속 이겨서 기분이 좋았지만 한편으로 나는 답답한 감이 있었다. 오늘 좋은 타구가 나왔고 승리에 기여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며 후련한 표정을 지었다.

수훈선수 인터뷰를 서서 진행하기 힘들었을 정도로 온 힘을 다 쏟았다. 연승을 이어가고 SSG가 선두를 지키는 동안 ‘캡틴’으로 중심타자로의 역할을 하면서 체중이 6kg 정도 빠졌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자 한유섬은 “감독님이 괜한 말씀을 하셨다. 어떻게 보면 약점을 널리 알린 것 같다”며 쑥스러워 하면서 “나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가 힘들다. 체중이 빠졌다는 말이 나온다는 게 한편으로는 스트레스였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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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인천)=김재현 기자


왜였을까. 한유섬 스스로는 그 책임감이나 ‘힘듦’이 당연하다고 여겼고 부진의 핑계가 될 수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는 “나만 경기 하는 것도 아니고, 모두 그라운드에서 똑같이 뛰고 있는데 체중이 빠질 수 있지만 그걸로 페이스가 떨어졌다거나 힘이 떨어진 건 아니었다”며 고개를 저은 이후 “4월에 워낙 치고 나가서 5월에 떨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잘 맞을 때가 있으면 안 맞을때가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버텼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3안타 1볼넷으로 100% 출루까지 성공했다. 변화의 포인트는 뭐였을까. 한유섬은 “일찍 나와서 타격코치님과 훈련도 많이 했고, 대화도 많이 했다. 그런 원포인트가 오늘 작용한 건진 모르겠지만 답답한 마음에 선배들과도 얘기도 많이 나누다보니 오늘 결과가 괜찮았던 것 같다”고 했다.

5회 좌측 방면의 적시타는 롯데 야수들이 잡을 수 없는 외야의 절묘한 코스에 떨어졌다. 한유섬은 “(웃으며)일단은 뛰었다. 그게 그라운드에 떨어질 줄은 몰랐다. 홈런을 친 지 오래됐는데 홈런보다 더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첫 타석 적시타 이후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한유섬은 “(잠시 말을 멈춘 이후) 생각이 좀 많아졌다. ‘1경기 안타 치는 게 정말 힘들구나’ 싶으면서도 선제 타점이라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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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인천)=김재현 기자


4월 한유섬은 4할에 근접한 타율에 거의 200타점을 올릴 수 있는 페이스로 질주했다. SSG역시 개막 최다 기록인 10연승을 거두는 등 승승장구했다. 공교롭게도 한유섬의 페이스가 떨어진 5월 이후 SSG의 승률도 조금씩 떨어졌다.

한유섬은 “일단은 ‘조금은 떨어질 법도 하다’라고 생각했다. 다른 선수들은 잘 해주고 있었는데 나만 떨어져 있었던 거였는데, 다시 올라가면 되니까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려 한다”고 했다.

캡틴으로의 책임감에 대해 고민이 많은 건 사실이다. 진지해진 한유섬은 “선수들이 야구를 하는데 있어서 편하게 했으면 좋겠고, 캡틴이란 역할을 하고 있으니까. 내가 나서서 하고 싶다”면서 “나도 잘하고 팀도 잘하면 좋겠지만, 설령 내가 못한다고 해서 그걸 티를 낼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선수들이 더 잘하면 격려해주는 것밖에 내 역할이 없는 것 같다”며 자신이 생각하는 캡틴에 대해 말했다.

그러면서 한유섬은 “다른 사람이 봤을 땐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그런 부분이 아무래도 조금은 힘든 것 같다”며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은 후 “안될 때도 있는데 그걸 숨겨야 하는 입장이니까...조금 힘들지만 다른 건 선후배들이 너무 잘 도와줘서 전혀 애로사항이 없다”며 다시 씩씩하게 대답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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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인천)=김재현 기자


무엇보다 승리를 향한 열망에 있어서 만큼은 단호하다. 조금의 타협도 없다. 5월이 거의 끝나는 시점까지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선수단이 시즌 끝까지 방심하지 않길 바랐다.

한유섬은 “선수단에 대한 자부심은 끝나고 나서 갖도록 하겠다. 아직 너무 이르다. 선수들이 잘해주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언제 판도가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섣불리 말하긴 조심스럽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영양 보충과 식단 등을 통해 체중을 다시 불릴 계획이 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한유섬은 “(웃으며) 그렇게 된다면 밤새도록이라도 먹고 싶은데, 그냥 루틴대로 먹고 내가 버텨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선두 SSG를 지탱하는 거인, 그리고 4번 타자인 동시에 캡틴이란 자리가 왜 무겁지 않을까. 하지만 인터뷰 내내 한유섬은 그 무게를 이겨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인천=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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