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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팝인터뷰]"가볍게 소비 No"..'살인자의 쇼핑목록' 박지빈, 진심으로 접근한 여장(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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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박지빈/사진=커즈나인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POP=천윤혜기자]박지빈이 '살인자의 쇼핑목록'을 통해 완벽하게 연기 변신을 이뤄냈다.

지난 19일 tvN 드라마 '살인자의 쇼핑목록'이 많은 시청자들의 관심 속에 종영했다. '살인자의 쇼핑목록'은 평범한 동네에서 발생하는 의문의 살인사건을 마트 사장, 캐셔, 지구대 순경이 영수증을 단서로 추리해나가는 슈퍼(마켓) 코믹 수사극.

박지빈은 '살인자의 쇼핑목록'에서 MS마트 생선 코너 담당이자, 생물학적 성별과 성 정체성이 다른 성전환증을 가진 인물 생선 역을 맡아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박지빈의 트랜스젠더 연기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고 박지빈의 열연에 호평이 쏟아졌다.

박지빈은 최근 서울 강남구 학동로의 한 카페에서 헤럴드POP과 만났다. 그는 이 자리에서 "무사히 잘 마치고 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며 '살인자의 쇼핑목록'과 잘 이별하고 있음을 알렸다.

그가 '살인자의 쇼핑목록'에서 맡은 생선 역은 다소 파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대본에 반했고 또 드라마 내에서 생선 역할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며 출연을 결정지을 수 있었다.

"대본 자체가 재밌었다. 생선 역할이 꼭 필요해 보였다. 그런데 그 작품을 하게 됐을 때 두 번째 생각은 '왜 트랜스젠더여야 하나'였는데 왜 트랜스젠더까지 오게 되었는지 설명되지 않으면 굳이 불필요한 인물인 것 같았다. 이슈나 화제로만 보여지기에는 우리가 표현하려는 의도와 다르게 해석되지 않을까 우려가 있었다. 그래서 대성(이광수 분)에게 취조를 당하던 장면에서 생선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조금이나마 설명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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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빈/사진=tvN '살인자의 쇼핑목록' 제공



트랜스젠더라는 설정이 부담스럽지는 않았을까. 그는 이에 대해서는 "부담스럽다기보다는 조심스러운 게 컸다. 처음 그 역할을 접할 때도 감독님과 가장 많이 얘기했다. 그동안 미디어에서 많이 노출은 됐는데 저희가 다가갈 때 조금 더 본질에 가깝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진지한 마음으로 생선 역에 접근했음을 알렸다.

박지빈은 이어 "제 캐릭터가 가볍게 소비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SNS로 '잘 봤다. 가볍게만 소비하지 않아줘서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그 분 계정을 보니 실제 트랜스젠더셨다. 그 분한테 (메시지를) 받으니까 뿌듯하면서 뭉클한 감정도 있었던 것 같다. 그 메시지가 감사했다. 이 작품을 하면서 최고의 칭찬이엇던 것 같다"고 덧붙여 눈길을 모았다.

예전부터 친분이 있었던 이사배의 도움을 받아 장면들을 완성해갔다는 박지빈. 그는 "핸드폰 사진들이 남자 사진은 없고 여장 사진밖에 없게 되더라. SNS를 자주 하는 편은 아니지만 조금씩 올리고 싶어서 보면 여자 사진밖에 없어서 (여장 사진을) 올릴 수 있는 날들만 기다렸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걱정했던 건 드라마에서 갑자기 여장이 나왔을 때 흐름을 깨고 싶지 않은 게 첫 번째였다. 그러려면 여장이 거부감이 없어야 했다. 극 가장 걱정스러웠던 부분이었는데 다행스럽게도 그런 반응은 없었던 것 같다"며 "저는 우려했던 것보다는 잘나오지 않았나 싶다"고 자신의 여장에 만족스러워하기도 했다.

화장뿐만 아니라 미니스커트와 스타킹, 하이힐 패션까지 선보였던 만큼 박지빈은 자연스럽게 걸음걸이나 행동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을 터. 그는 이에 대해서는 "발 타이틀 있을 때 가장 신경 썼다. 티가 많이 날 수밖에 없긴 하더라. 아는 사람들이 보면 남자로 보이는 게 있더라. 댓글에서 그런 걸 포인트로 봐주시는 분들도 있었는데 '걸음걸이 많이 신경 썼네' 댓글을 보면 혼자 감사해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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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빈/사진=커즈나인엔터테인먼트 제공



생선이 돋보였던 부분은 단순히 여장에서 그치지 않았다. 말수 없고 속을 알 수 없어 보였던 그가 마트에서 생선을 팔기 위해 판촉을 하는 장면에서는 그 누구보다 능청스러운 모습으로 손님들을 끌어모은 것.

박지빈은 해당 장면을 회상하면서는 "가장 부담스러웠던 신 중 하나로 손꼽힌다. 말수 없던 생선이 '얘가 이런 모습도 있네' 생각을 들게 하는 신이었어서 어떻게 표현하지 하는 부분들이 많았다. 원래 대본에는 '생선이 마이크를 휘어잡고 손님들을 상대한다' 정도였는데 어떻게 하면 이 캐릭터가 이런 모습도 있다는 걸 잘 표현할까 하다가 나온 장면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말투에 대해서는 "경매장 말투를 보고 연습했다. 아무리 찾아도 마트에서 생선 팔 땐 그런 말투를 잘 안 쓰시더라. 하지만 드라마적인 요소로 그런 게 필요했다"며 "지나고 나서 보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이병헌 선배님도 그런 신이 있지 않나. ('우리들의 블루스'가) 앞 작품에 있었다면 그걸 참고했을 텐데 했다. 선배님은 뭘 보시면서 참고하셨을까 궁금했다"고 하기도.

지난 2001년 뮤지컬 '토미'로 데뷔한 뒤 드라마 '별을 따다줘', '메이퀸', '돈의 화신', '수상한 가정부', '배드파파', '빅이슈', '구경이' 등 다양한 작품에서 오랫동안 연기를 이어온 박지빈. 그는 어느새 22년차 배우가 돼 '살인자의 쇼핑목록'에서도 연차로 보면 상당한 선배로 올라서 있었다. 그는 "진희경 선배님이 제일 선배였을 거고 그 다음이 저였던 것 같다"고 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그러나 28살이 됐음에도 박지빈은 아직 많은 대중들에게 어리게 인식되고 있는 게 사실. 워낙 동안이기도 하지만 아역 시절부터 봐왔던 시청자들의 기억 속에는 어린 시절 박지빈이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부분이 걱정스러울 법도 했지만 그는 "예전부터 오히려 저 스스로 그런 게 없었다"며 담담했다. 박지빈은 "제가 어릴 때부터 연기했기 때문에 기억해주시는 거다. 청소년기 때에도 마찬가지다. 커가는 모습이 공개됐고 다 알기 때문에 같이 나이를 먹어가는 세대여서 그들한테는 제가 40살이 돼도 어릴 것 같다. 엄마나 할머니 눈에는 다 애 아닌가. 굳이 깨고 싶지 않고 깬다 하들 뭐가 달라지까 싶다. 그분들도 보고 싶지 않아도 내 성장기를 보시지 않았나. 제가 앞으로 열심히 활동해서 좋은 모습으로 비춰지면 또 다르게 보여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성숙한 소신을 전했다.

한편 '살인자의 쇼핑목록'을 마친 박지빈은 OCN 새 드라마 '블라인드'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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