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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애끊는 러시아 모정…강제 파병 아들 찾아 전장 · 영안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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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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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24일, 그때부터 마리나(가명)의 애끊는 시간이 시작됐습니다.

지난겨울 러시아군에 징집된 두 아들은 그날로 연락이 뚝 끊겼습니다.

영국 BBC가 26일(현지시간) 공개한 인터뷰에서 마리나는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고 말했습니다.

두 아들이 징집된 지 불과 몇 주 뒤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 배치됐을 때, 불안하기는 했습니다.

그래도 입대한 지 얼마 안 된 두 아들이 전쟁터로 끌려갈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전쟁이 발발하자 두 아들과는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총알받이가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마리나는 먹지도, 잠을 자지도 못했습니다.

두 아들이 배속된 부대의 다른 엄마들에게 물어보니 상당수도 자신과 같은 처지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마리나는 전투 전문성이 떨어지는 징집병은 우크라이나에 파견하지 않았다는 크렘린궁의 발표를 믿지 않았습니다.

직접 두 아들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지휘관 중 한 명은 군사 훈련 중이라고 말했다"며 "그래서 내가 '예전에 훈련했던 곳을 모두 찾아가 봤는데, 없었다. 제발 거짓말하지 말라'고 말했더니 전화를 끊더라"고 전했습니다.

전쟁의 공포도 엄마의 사랑을 막지 못했습니다.

마리나는 우크라이나로 넘어가려고 했지만 검문소에서 가로막혔습니다.

부상자들이 후송된 군 병원으로도 달려갔습니다.

영안실까지 뒤졌지만 두 아들은 없었습니다.

마리나는 눈앞의 광경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는 "약과 붕대가 충분하지 않아서 지역 주민들이 모든 걸 제공하고 있었다"며 "군인들은 춥고 배고파했다"고 말했습니다.

마리나의 직감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같은 부대에 있었던 누군가가 두 아들이 우크라이나에 있었다고 말해준 것입니다.

두 아들이 계약서에 사인하고 직업 군인이 됐다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마리나는 믿을 수 없었습니다.

입대한 지 겨우 3개월째였습니다.

군대에서 한 거라곤 눈 치운 게 거의 전부일 정도로 훈련과 경험이 부족한 두 아들이 그럴 리 없다고 믿었습니다.

마리나는 검찰총장 앞으로 글을 보내 이 문제를 조사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러시아는 18∼27세 모든 남성이 징집 대상이며 복무 기간은 1년입니다.

러시아는 징집병은 전투 지역에 파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다가 3월 9일에야 일부 징집병이 전장에 나섰던 사례가 파악됐다고 밝혔습니다.

확인 결과 두 아들은 직업 군인 계약을 한 적이 없었습니다.

두 아들은 러시아로 돌아왔습니다.

마리나는 "돌아온 아들은 완전히 엉망진창이었다. 마르고 더럽고 지쳐 보였다. 옷도 해져 있었다"며 "아들은 자신이 겪은 일을 모르는 게 나을 거라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마리나는 여전히 분을 참지 못했습니다.

마리나는 BBC에 "그들은 내 얼굴을 보고 거짓말했다"며 "첫째 아들이 우크라이나에 없다고 했고, 직업 군인 계약했다고 거짓말했다. 지휘관도 병장도 모두 거짓말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그들은 내게 진실을 말하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다고 누군가 말하더라"며 "그들은 법을 어기고 두 아들을 우크라이나로 보내는 것은 허락받았지만, 어머니에게 아들의 행방을 말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두 아들은 다행히 안전하게 돌아왔지만, 여전히 생사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다른 엄마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마리나는 말했습니다.

그는 "내 아들은 다른 사람이 됐다. 눈을 보면 알 수 있다. 환멸이 보인다"며 "두 아들이 다시 밝은 미래를 꿈꾸길 바란다"고 기원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유영규 기자(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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