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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브라질서 흑인 남성, 최루탄 가득 찬 경찰차에 갇혀 질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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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영상, SNS 퍼지면서 브라질 전역 충격

“심장에 문제” 말했는데도 강제로 차에 가둬


한겨레

브라질의 군사경찰이 지난 24일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마약범 소탕작전을 벌인 뒤 경계를 서고 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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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에서 흑인 남성이 경찰 차량에 갇혀 가스에 질식사한 영상이 소셜미디어로 퍼지며, 공분을 사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영상은 25일(현지시각) 브라질 세르지페 움바우바의 도로에서 경찰 두 명이 38살 남성 제니바우두 드 제수스 산투스를 최루가스로 보이는 흰 연기가 피어나오고 있는 경찰 차량에서 나오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다. 당시 산투스는 큰 소리로 고통을 호소하며 차량 밖으로 나온 다리를 버둥거리다 결국 발길질을 멈췄다. 그는 뒤늦게 병원에 옮겨졌으나 숨을 거뒀다.

경찰의 잔혹성을 보여준 이 영상은 소셜미디어로 퍼져나가며 브라질 전역에 큰 충격을 줬다. 사건이 벌어진 움바우바에서는 이날 몇십명이 모여 “경찰이 사람을 죽였다”고 외치는 등 항의 시위를 벌였다.

산투스의 가족은 체포될 당시 무장하지 않았는데도 경찰이 가혹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산투스의 조카는 “경찰이 최루탄을 차 안에 던져넣었다. 경찰에 그가 심장에 문제가 있고 조현병도 앓고 있다고 말했는데도 듣지 않고 계속 고문하며 주위 사람들에게 물러나라고 윽박질렀다”고 말했다.

브라질연방 교통경찰은 이에 대해 성명을 내어 산투스가 그의 차를 세운 경찰관에 저항하며 공격적인 행위를 보여서 “덜 공격적인 도구”로 제압하고 통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산투스가 경찰서로 이송되는 중 쓰러졌고, 병원에 보내졌으나 숨을 거뒀다고 덧붙였다. 예비 부검 결과 사인은 기계적 질식에 의한 호흡 장애라고 지역 부검기관이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연방경찰은 26일 별도의 성명을 내어 이번 사건을 조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

브라질 경찰의 폭력성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번 사건 전날에도 경찰은 리우데자네이루 빈민가에서 마약밀매 조직 수색에 나서 총격전 끝에 무고한 일반시민을 포함해 21명을 사살했다.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한 연합 연구단체에 따르면, 2020년 브라질 국민 6천명이 경찰의 조준 사격에 희생됐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범죄자들을 “길거리 바퀴벌레처럼 죽여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또 범죄자를 살해한 경찰은 “형사 책임이 아니라 훈장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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