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지친 마음 한구석에 ‘고길동’이 찾아올 때…‘어른이’는 지갑을 열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어른이’를 잡아라…식품·유통업계 ‘키덜트 마케팅’

영화 ‘쥬라기 월드’ 관련 완구에 ‘레고랜드 투게더팩’

만화 ‘아기공룡 둘리’ 속 고길동 캐릭터 차용한 맥주

한정판 컬렉터 위한 전문 거래 플랫폼 ‘하비딩’ 개설

키덜트 시장 지난해 1조6천억…11조까지 성장 전망

캐릭터·브랜드 충성도 높고 구매력 있는 3040 겨냥


한겨레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토이저러스 매장에서 쥬라기 월드 관련 상품을 들고 있는 박기택 엠디. 롯데마트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건담 덕후’를 자처하는 40대 정아무개(45)씨는 이번 주말, 11살짜리 아들과 함께 경기도 여주 신세계 아울렛으로 출동할 예정이다. 27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열리는 ‘건담 베이스 팝업 스토어’를 방문하기 위해서다. 정씨는 “이번 행사에서는 한정판 상품 판매는 물론 조립 체험도 할 수 있다고 해서 기대가 크다”며 “소풍 가기 전날처럼 들떠 있어 ‘아들보다 더 아이 같다’는 아내의 핀잔을 듣는다”고 말했다. 정씨는 “예전에는 부모님을 졸라야만 가질 수 있었던 장난감이나 피규어를 이제는 ‘내돈내산’ 할 수 있다 보니, 마음에 들면 망설이지 않고 구매하는 편이라 취미와 관련한 지출액이 한 달에 늘 20만원 이상 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구매력을 가진 ‘키덜트’(키즈+어덜트의 합성어·어린아이 같은 취향을 가진 어른을 뜻함)를 공략하기 위한 식품·유통업계의 각종 행사와 상품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만화 캐릭터를 활용한 맥주를 출시하는가 하면 다양한 영화 피규어와 완구·굿즈는 물론 이를 수집하는 컬렉터들을 위한 한정판 거래 플랫폼도 개설됐다.

롯데마트 토이저러스는 영화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다음 달 1일 개봉) 개봉에 맞춰 관련 완구 상품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고 27일 밝혔다.

롯데마트는 먼저 <쥬라기 월드>의 명장면을 레고로 구현한 ‘레고 쥬라기 월드 트리케라톱스 픽업트럭 매복’과 ‘하이로랩터와 딜로포사우루스 수송’을 토이저러스 단독 상품으로 준비했다. 관절이 움직이는 공룡 피규어와 오프로드 자동차 및 픽업트럭이 포함돼 영화 속 스릴 넘치는 장면을 연출했다는 설명이다. 이어 다음 달 8일까지 쥬라기 월드 완구 최대 50% 할인행사도 진행한다. 영화 속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를 사실적으로 재현한 고퀄리티 피규어 ‘쥬라기월드 다이노 이스케이프 어택 티렉스’와 엄마·아기 티라노사우루스 피규어 ‘쥬라기월드2 티라노 패밀리’ 등 다양한 쥬라기 월드 피규어 상품을 판매한다.

한겨레

외벽 전면을 레고랜드 투게더팩 이미지로 꾸민 맥도날드 청담DT점의 모습. 맥도날드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렇게 발빠른 상품 출시와 관련 행사 기획은 영화의 높은 예매율에 따른 것이다. 이날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을 보면,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외화 예매율 1위를 기록 중이다. ‘영화 덕후’를 자처하는 토이저러스 박기택 엠디(MD)는 “영화 <쥬라기> 시리즈는 지난 1993년 <쥬라기 공원>을 시작으로 30여년 동안 할리우드 대표작으로 꼽히며 탄탄한 팬덤을 자랑한다”며 “엔데믹과 맞물린 레트로 열풍으로 유년기의 향수를 간직한 3040 소비자들의 수요가 높아질 것을 예상해 영화 개봉 전 다양한 프로모션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실제로 토이저러스 영화 콘텐츠 완구 매출 중 절반 이상은 3040 소비자들로부터 나온다. 박 엠디는 “개봉 전후를 비교하면 월평균 매출이 10배 이상 차이가 날 만큼 개봉 시기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맥도날드 역시 최근 ‘레고 마니아’의 인기를 한몸에 받는 테마파크 ‘레고랜드’와 손잡고 키덜트족을 겨냥한 ‘레고랜드 투게더팩’을 출시했다. 이 상품을 구매하면 버거와 함께 스크래치 카드를 증정하는데, 스페셜 레고 패키지부터 레고랜드 입장권, 레고 교환권, 무료 음료권 등 100% 당첨이 가능하다. 맥도날드는 또 청담DT점 외벽 전면을 레고랜드 투게더팩 이미지로 꾸며 마치 놀이동산에 입장하는 듯한 경험을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장난감이 제공되는 ‘해피밀 장난감 시리즈’도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이’들의 수집 대상이 된 지 오래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해피밀은 어린이뿐 아니라 원하는 장난감을 얻기 위한 어른들의 ‘동심 저격템’ 역할까지 하고 있다”며 “특히 ‘슈퍼마리오’나 ‘미니언즈’, ‘원피스’ 등 유명 캐릭터와 협업한 시리즈의 경우 품절 대란을 일으키고, 온라인에서 웃돈을 주고 거래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한겨레

수제 맥주 스타트업 더쎄를라잇브루잉이 출시한 어른이 맥주 '고길동에일'. 더쎄를라잇브루잉제공


수제 맥주 스타트업 더쎄를라잇브루잉은 ‘어른이(어른+어린이) 맥주’로 명명한 ‘고길동에일’을 출시했다. 고길동은 추억의 만화영화 <아기공룡 둘리>의 등장인물로, 아기공룡 둘리와 그의 친구들인 도우너·또치 등을 먹여 살린다. <아기공룡 둘리> 팬들 사이에선 “고길동이 불쌍해 보인다면 어른이 된 것”이라는 푸념이 나오는 등 40대 이상 세대는 이 만화를 보며 둘리보다 고길동에게 감정이입을 한다. 어린 시절에는 둘리와 친구들을 혼내는 고길동이 심술궂게 느껴지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말썽꾸러기들을 내쫒지 못하는 마음씨 넓은 가장 고길동에게 연민을 느낀다는 것이다. 더쎄를라잇브루잉 관계자는 “이번에 출시한 ‘고길동에일’은 힘든 일과를 보낸 ‘어른이들’이 마시며 힐링할 수 있도록 자몽·망고·파인애플 등 기분 좋은 트로피컬 향을 담은 페일 에일”이라고 설명했다.

한겨레

스타트업인 판도라프로젝트는 한정판 피규어나 프라모델 등을 수집하는 컬렉터와 2차 한정판을 만드는 아티스트를 위한 거래 플랫폼 ‘하비딩’을 개설했다. 판도라프로젝트 누리집 갈무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키덜트들을 위한 한정판 물품을 거래하는 전문 플랫폼도 문을 열었다. 스타트업인 판도라프로젝트는 이달 초, 한정판 피규어·프라모델·인형·미니카·굿즈 등을 수집하는 컬렉터와 2차 창작을 통해 2차 한정판을 만드는 아티스트를 위한 거래 플랫폼 ‘하비딩’을 개설했다. 판도라프로젝트는 하비딩 개설 기념으로 한정판 ‘뉴머신 우뢰매5’도 선보인다. 뉴머신 우뢰매5 피규어는 40cm 높이로, 판도라프로젝트만의 디자인 재해석을 통해 탄생했다. 하비딩은 2주간 오픈베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자체 제작한 2차 한정판과 아티스트들의 2차 한정판, 바비인형 한정판 등을 통해 본격적인 판매에 나설 예정이다. 주우태 판도라프로젝트 대표는 “지금까지는 전문적인 버티컬 플랫폼이 없어 네이버 카페 등을 통해 거래가 이뤄졌는데, 하비딩을 통해 희귀 아이템을 구하는 컬렉터와 2차 창작 아티스트를 매칭시키고 가치를 재창줄 함으로써 ‘덕력’을 ‘재력’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콘텐츠 산업 전망 보고서’를 보면, 국내 키덜트 시장 규모는 지난 2014년 5천억원대에서 2021년 1조6천억원대로 급성장했으며, 향후 최대 11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키덜트는 특정 브랜드나 캐릭터에 대한 충성도가 압도적으로 높아 이를 활용한 협업 제품이나 마케팅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며 “구매력이 있는 3040을 주 타켓팅으로 하기 때문에 시장 잠재력이 높아 앞으로도 추억과 동심을 자극하는 키덜트 마케팅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벗 덕분에 쓴 기사입니다. 후원회원 ‘벗’ 되기
항상 시민과 함께 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 신청하기‘주식 후원’으로 벗이 되어주세요!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