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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청소년 생리대 ‘보편’ 지급…오세훈, 송영길 후보 답변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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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후보자에 월경용품 관련 정책 질의

송영길 “각종 질의 많아 일일이 답변 못 해”

오세훈 “보편지급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

권수정 “국비 확보해 보편지급 조속히 시행”

신지혜 “청소년에 월1만5천원 바우처 지급”

김광종, 관련 정책 질의에 답변 보내지 않아


한겨레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서울시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지급 운동본부’가 6·1 지방선거와 5·28 세계 월경의 날을 맞아 정치권에 월경용품 보편지급 예산 편성을 촉구하는 행위극을 선보이고 있다. 운동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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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지원금을 받았지만, 아빠가 눈치를 줘 생리대를 구입할 수 없었어요.”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학교에 비치된 생리대를 이용할 수 없었어요.”

“학교에서 생리대를 요청하자 선생님이 면박을 줬어요.”

(서울시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지급 운동본부, ‘코로나 이후 청소년 생리용품 사용실태조사, 2021)
오는 6월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통해 선출될 서울시장은 여성 청소년이 겪는 ‘생리대 고충’을 해결할 수 있을까.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 5명 가운데 3명은 ‘청소년 월경 용품 보편 지급 사업’에 동의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다른 후보들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온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도 동의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관련 조례가 통과된 지 2년6개월이 지났는데도 서울시 예산 편성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선거가 끝난 뒤에도 이 사업이 첫발을 떼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시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지급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가 오는 28일 ‘세계 월경의 날’을 앞두고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 가운데 오세훈 후보를 뺀 4명에게 ‘청소년 월경 용품 보편 지급 사업’에 대한 시행 의지를 물은 결과, 권수정 정의당 후보와 신지혜 기본소득당 후보는 적극적으로 시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운동본부는 지난 19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후보, 권수정 후보, 신지혜 후보, 김광중 무소속 후보에게 질의서를 보냈다. 이 가운데 권 후보와 신 후보만 답변을 보내왔다. 송영길 후보 쪽은 운동본부에 “질의서를 보내고 답변 요청을 해온 곳이 너무 많아서 일일이 답변서를 보내지 못함을 양해해 달라”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운동본부는 ‘질의서를 전달할 공식 창구를 확인할 수 없었다’는 이유를 들어 오세훈 후보 쪽에는 관련 질의서를 보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오 후보 쪽 입장은 <한겨레>가 별도 질의를 통해 확인했다.

오세훈 후보 쪽은 “청소년 월경용품 지급 대상을 확대해 보편 지급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지난해 3월 4·7 보궐선거를 앞두고 오 후보 쪽이 운동본부에 보낸 답변과 유사한 수준이다. 당시 오 후보 쪽은 “관련 조례의 취지와 시정 연속성을 존중해 서울시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지급 예산 편성 및 시행에 동의한다”고 했다.

오 후보 쪽이 언급한 ‘조례’는 2019년 12월 서울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한 ‘서울시 어린이·청소년 인권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이다. 서울시 모든 청소년에게 월경 용품을 보편 지급하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담은 조례다. 그러나 이 조례가 통과된 지 2년6개월이 흘렀지만, 해당 사업에 대한 예산 편성은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보궐선거를 앞두고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지급’에 동의 의사를 밝혔던 오 후보 역시 지난 1년여 동안 서울시장으로 재임하며 실제 예산 편성을 하지 않았다. 오 후보 쪽은 <한겨레>에 “취약 계층 여성에게 무료 생리대를 지원하고, 월경 인식개선을 위한 교육·캠페인·서포터즈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확대 시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수정, 신지혜 후보는 이 사업에 보다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했다. 권 후보는 “여성 청소년 건강권 확보를 위해 국비를 확보해 조속히 시행하겠다”고 했다. 신 후보는 “불필요한 건축·토목 예산 감축 등을 통해 (여성 청소년에) 월 1만5천원 상당의 바우처 카드를 지급하고, 비상용 생리대 구비처도 확장할 계획”이라며 “무상 생리대 전국 시행을 위한 입법 노력도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정부가 발표를 미루고 있는 ‘생리대 건강영향조사’ 결과도 명확히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7년 생리대 유해물질 검출 파동 이후 2018∼2021년까지 3년 동안 대규모 조사를 벌였지만, 그 결과를 1년 넘게 공표하지 않고 있다.

한편, 운동본부는 지난 26일 오전 11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6·1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에 ‘실질적 월경권’ 보장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예나 사단법인 희망씨 국장은 “신지혜 후보를 제외하고 5대 정책 안에 청소년 월경 용품 보편지급과 관련한 내용을 찾아보기 힘들었다”며 “서울시장 후보들은 누가 당선되더라도, 더 이상 (사업 시행을) 중앙정부에 미루지 말고 적극적으로 예산을 편성하고 정책을 수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상임대표는 “월경권은 여성 누구나 누려야 할 기본 인권이자 건강권이다. 경제적 어려움이 지속되는 코로나 ‘월경빈곤’ 상황에서, 사회적 낙인이나 차별 없이 모두가 월경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시혜적 차원이 아니라 여성의 권리를 인정하는 인식의 결과로서 월경용품 보편지급을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치인이 선심 쓰듯 선거판 구호로만 외치거나, 형식적으로 법만 통과시키고 집행을 나 몰라라하는 일이 되풀이되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 [단독] 생리대영향조사 결과 못 받아들인 식약처…자체 검증단 꾸렸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women/1041322.html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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