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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 찾아간 호주와 중국…'구애 경쟁' 고조(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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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남태평양 8개국 순방 개시…호주는 외무장관 피지 급파

"중, 태평양 진출해 미국과 영향력 겨루려 해"

연합뉴스

중국 오성홍기를 든 파푸아뉴기니 주민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오진송 기자 = 세계에서 가장 외진 지역 중 하나이면서도 전략적 가치가 크다고 평가되는 남태평양 섬나라들을 상대로 한 호주와 중국의 '외교 전쟁'이 가열되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26일(현지시간) 솔로몬제도를 시작으로 열흘간 8개 남태평양 도서국을 순방하는 일정을 개시했다.

이에 호주 노동당 정부는 페니 웡 신임 외무장관을 남태평양 섬나라 피지로 급파해 외교전에 불을 지폈다.

피지는 솔로몬제도, 키리바시, 사모아, 통가, 바누아투, 파푸아뉴기니, 쿡 제도, 니우에, 미크로네시아 등과 함께 왕 부장의 방문이 예정된 국가 중 하나다.

웡 외무장관은 이날 피지 수도 수바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 지역의 안보는 그 지역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남태평양 도서국에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에 대한 호주의 우려를 전했다.

또 그는 그간 호주가 다른 국가에 제공한 개발원조 기록을 보여주며 "우리는 호주가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달 21일 총선에서 승리해 새롭게 출범한 호주 노동당 정부는 분쟁 발발시 주요 군사기지가 될 수 있는 남태평양 도서국들을 소홀했던 전 정부의 외교정책 기조를 완전히 전환하겠다는 입장이다.

남태평양 섬나라는 인구가 적고 크기가 작지만 지리적으로 호주의 앞마당이나 다름없어 이곳에 중국이 영향력을 끼치면 중국과 등을 진 호주로선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호주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구성한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의 핵심 국가다.

23일 취임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신임 총리는 "2차 세계대전 이래 호주가 안보 파트너로 선택됐던 지역에서 중국이 영향력을 키우려는데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는 (직전 정부처럼) 물러나는 대신 앞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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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中외교부장과 솔로몬제도 총리
(호니아라 신화=연합뉴스) 26일 솔로몬제도의 수도 호니아라를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왼쪽)이 머내시 소가바레 솔로몬제도 총리(오른쪽)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5.26


전통적으로 남태평양의 맹주를 자처했던 호주와, 경제지원 등을 무기로 기세를 올리는 중국의 외교전에서 누가 최종적인 승자가 될지 현재로선 예측하기 힘들다.

호주 북동쪽에서 약 2천km 떨어진 2만8천400㎦ 면적의 섬나라인 솔로몬제도는 이미 지난달 중국과 안보협정 체결에 합의했다.

해당 협정에는 솔로몬제도에 중국 함정을 파견하고 현지에서 물류 보급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과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 중국이 군과 무장경찰을 파견할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왕 부장은 이번 솔로몬제도 방문에서 해당 협정에 공식 서명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왕 부장은 솔로몬제도 등 8개 방문국과 현지 경찰 훈련 지원, 역내 사이버 안보 관여, 양자간 정치 관계 확대 등 내용이 포함된 '포괄적 개발 비전'도 논의할 계획이다.

왕 부장은 26일 솔로몬 제도의 수도 호니아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솔로몬 제도의 안보 협정을 겨냥한 '모욕과 공격'이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와 관련해 남태평양 도서국에선 중국과의 관계를 놓고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보도했다.

지난해 12월 솔로몬제도에서 친중 성향의 정부 정책에 항의하는 '반중 시위대'가 격렬하게 시위를 벌인 것은 미국 등 서방과 중국의 경쟁이 남태평양 소국으로 번지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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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제도에 코로나19 방역물품 내리는 中군용기
[신화 연합뉴스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과 안보협정을 맺은 미크로네시아의 데이비드 파누엘로 대통령은 최근 다른 태평양 도서국 지도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중국의 제안은) 우리 일생에 태평양에서 가장 크게 판도를 바꾸는 제안일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언뜻 매력적으로 보이는 중국의 제안이 남태평양 도서국을 중국에 종속시키고 최악엔 세계대전, 잘해야 신냉전 시대로 접어들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주권에 미치는 영향과는 별개로 중국이 우리의 통신 인프라와 해양 영토, 자원, 안보 영역을 통제하도록 했을 때 실질적 영향은 중국이 호주, 일본, 미국, 뉴질랜드와 분쟁을 벌일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남중국해 분쟁해역에 인공섬을 건설해 군사 기지화했고 일본 등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가 하면 대만 무력 병합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내비치는 등 군사적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고 더 타임스는 평가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이제는 근해를 넘어 태평양까지 진출, 미국과 영향력을 겨루려는 것이라고 진단하고 실제 중국 인민해방군 잠수함과 군함이 일본 주변 해역을 지나 서태평양에 진출하는 모습이 주기적으로 포착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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