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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박지현, 사과 6시간뒤 또 윤호중 저격…"선거 망쳤다" 당내 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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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중 위원장님과 다시 머리를 맞대고 싶습니다”

→“윤호중 위원장님과 공동 유세문 협의를 진행했으나 결과적으로 거부 당했다.”



박지현ㆍ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간 갈등이 27일 롤러코스터를 타며 파국으로 향했다.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은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 지도부 모두와 충분히 상의하지 못하고 기자회견을 한 점을 사과드린다”며 “특히 마음 상하셨을 윤호중 공동위원장께 사과드린다”고 적었다. 이날 오전 경기 광주시 지원 유세에서도 “소란스럽게 해드려 죄송하다”“민주당이 달라지기 위한 그런 과정, 그런 진통이라 생각하시고 너그럽게 양해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한 뒤 이어진 글이어서 당내에선 “자신이 꺼낸 ‘586 용퇴론’ 때문에 시작된 내홍을 수습하려는 시도”(민주당 당직자)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채 여섯 시간이 지나지 않았을 때 박 위원장은 또 다시 글을 올려 윤 위원장을 저격했다. 박 위원장은 “금일 예정된 인천 집중유세에서 윤 위원장과 함께 공동유세문을 발표하자고 요청했다”며 “윤 위원장과 협의를 진행했으나 결과적으로 거부당했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연출하는 것은 국민 앞에 진실하지 못한 자세라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불가피하게 인천 집중 유세에 참석하지 못하고 차를 돌렸다”고 덧붙였다.

윤 위원장은 이날 인천 집중유세 현장에서 만난 일부 기자들에게 박 위원장의 오후 사과에 대해 “고심을 많이 한 것 같다”며 수용 의사를 밝혔지만 그새 박 위원장은 윤 위원장을 저격한 것이다. 윤 위원장은 박 위원장의 유세 불참에 대해선 “도착시각을 맞추지 못한 거 같다”고 반응했다.

박 위원장이 제안한 공동 유세문은 “‘더 젊은 민주당, 더 엄격한 민주당, 약속을 지키는 민주당, 폭력적 팬덤과 결별한 민주당, 미래를 준비하는 민주당’ 등 5대 쇄신과제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겉으로 흐른 수습 기류…속에서 곪아 터진 갈등



중앙일보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상임선대위원장이 27일 오전 경기도 광주시 남한산성아트홀에 설치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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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위원장의 당내 고립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나온 오후의 사과에 대해선 “자초한 고립무원의 상황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몸부림”(수도권 다선 의원)라거나 “식물 당 대표 전락의 기로여서 절박했을 것”(지도부 소속 의원)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지난 24일 기자회견에 이어 25일 선대위 모두 발언에서까지 “(586그룹은) 아름다운 퇴장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해 윤 위원장을 비롯한 당내 주류인 86그룹 인사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박 위원장과 함께해 온 비대위원들 사이에서도 “TPO(시간(Time)ㆍ장소(Place)ㆍ상황(Occasion))가 맞았나,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대화, 장소, 형식, 절차 이런 것들이 맞았나 싶은 생각이 든다”(26일, 조응천 의원)는 등의 지적이 나왔다.

박 위원장을 발탁ㆍ천거한 이재명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은 “(박지현 발 내홍의)내용과 앞뒤 맥락을 잘 모른다”(26일 CBS라디오 ‘한판 승부’)며 거리를 뒀고 이재명계 내부도 “언젠가 해야 할 말이지만 선거 복판에서 꺼낼 말은 아니다”(이재명계 재선 의원)라는 분위기였다. 여기에 문희상 전 국회의장 등 원로그룹마저 “당장 자중지란을 멈추라”(26일 중앙일보 인터뷰)고 압박했다.

그러나 이 같은 흐름 속에서도 두 공동비대위원장 사이의 갈등은 곪아가고 있었다. 지난 26일 두 사람은 서울 청계광장 집중 유세에 동반 참석하게 되어 있었지만 일정은 급하게 취소됐다.송 후보 캠프 측이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을 고려해 결국 둘 다 초청하지 않기로 하며 생긴 일이다.

그날 밤 두 위원장 사이엔 모 의원을 통한 의견 교환이 있었다고 한다. 비대위 관계자는 “동선이 안 맞아 회동은 못 했다”며 “지방선거 전에 당 쇄신 방향을 담은 성명이라도 내자는 박 위원장과 지방선거 이후에 충분히 시간을 갖고 총의를 모으자는 윤 위원장이 평행선을 달렸다”고 설명했다.



당내선 “지도부가 선거 다 망쳐” 탄식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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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위원장을 포함한 지도부는 박 위원장의 롤러코스터식 쇄신 드라이브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윤 위원장의 한 측근 인사는 “윤 위원장은 박 위원장이 왜 저러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라며 “선거 직전 쇄신안을 발표하는 건 유권자들에게 쇼로 비쳐 역효과를 낼 수 있으니 선거 후 혁신위를 꾸려 당내 총의를 모으자는 게 윤 위원장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비대위원은 “후보들은 한 번의 언론 노출도 절실한 상황인데 신문 지상이 비대위원장 갈등으로 도배되고 있다”며 “선거를 앞두고 왜 이러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격전지 충남에서 기초ㆍ광역의원 유세전을 돕고 있는 한 의원은 “유권자들이 가장 볼썽사나워하는 게 집안싸움”이라며 “피땀 흘려 모아놓은 표를 지도부가 한 번에 날려 먹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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