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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사설] 입법 포퓰리즘이 만든 임금피크제 혼란, 국회가 ‘문제 유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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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한국노총,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019년 7월 9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앞에서 열린 '직무성과급제 반대! 노정협의요구 쟁취! 대정부 투쟁 선포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노조는 직무성과급제 도입 시도 중단, 임금피크제 폐기, 공공 기관 안전 현장 인력 및 공공 서비스 인력 확대 등을 촉구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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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기준으로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가 ‘고령자 고용촉진법’ 위반이라는 대법원 판결로 산업계가 대혼란에 빠졌다. 지금의 혼란은 2013년 정부와 여야 합의로 국회에서 ‘60세 정년’을 의무화하는 규정을 입법화할 때부터 이미 잉태돼 있었다.

당시 국회는 법정 정년을 55세에서 60세로 높이는 조항을 신설하면서도 그에 따른 인건비 추가 부담을 덜어줄 직무·성과급, 임금피크제 등은 의무화하지 않았다. 대신 “임금 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는 선언적 조항으로 핵심을 비켜 갔다. 이행 주체를 지정하지도, 불이행에 대한 벌칙도 없어 유명무실한 조항이었다. 중·장년층 표를 의식해 정년을 늘리는 선심을 쓰면서 노동계 반발을 피하려고 임금 체계 개편 책임은 기업에 떠넘긴 것이었다. 인건비 부담에 몰린 기업들은 개별적으로 노사 협상을 통해 임금피크제를 시행해오다 이번 판결로 뒤통수를 맞은 꼴이 됐다.

박근혜 정부는 그래도 해법을 찾는 노력은 했다. 고용·임금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노동계 저항을 무릅쓰고 저성과자 해고 요건 완화와 성과 연봉제 도입이라는 이른바 ‘양대 지침’을 만들어 공공 기관부터 시행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집권하자마자 이 지침부터 폐기했다. 호봉제 대신 하는 일에 따라 보수를 차등화하는 직무급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민노총이 반대하자 바로 접었다. 세계에서 가장 경직적인 연공서열형 임금 체계 탓에 세계경제포럼(WEF)이 평가한 한국의 임금 유연성은 세계 141국 중 84위에 그쳤다.

거대 의석으로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은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는 문제들에 대한 해법을 찾기는커녕 온갖 포퓰리즘 입법으로 시장 기능을 왜곡하고 경제 활력을 떨어트렸다. 공유 차량 산업 발목을 잡은 ‘타다 금지법’, 산업재해 때 기업 대표를 감옥에 보내는 중대재해처벌법, 해고자에게도 조합원 자격을 주면서 파업에 대항하는 대체 근로자 투입은 금지하는 노동 3법, 세입자 권리만 보호하고 집주인 재산권은 제약하는 임대차법, 다주택자를 무조건 투기꾼 취급하는 양도세 중과법, 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상법 개정 등 이루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포퓰리즘밖에 모르는 국회는 문제 해결자가 아니라 ‘문제 유발자’와 같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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