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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혼 혹은 갈등…결혼생활 파헤치는 요즘 예능들 [N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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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티빙 '결혼과 이혼 사이' 영상 갈무리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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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 연애 예능 프로그램이 설렘으로 가득 차 있다면 결혼 예능 프로그램은 '매운맛'이다. 이혼을 다루는 프로그램부터 결혼 생활을 카운슬링하는 프로그램까지, 결혼과 이혼이라는 현실을 비추는 예능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난 2008년부터 2017년까지 방송됐던 MBC '우리 결혼했어요'는 연예인들의 가상 결혼 이야기를 담으면서 큰 흥행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이들의 가상 결혼 이야기는 설렘 가득한 환상으로만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결혼은 현실이다. 설렘도 있지만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이들이 만나 삶을 이루기에 갈등도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일까, 최근 결혼 생활을 다루는 예능 프로그램들은 이런 '현실'을 더욱 적나라하게 카메라에 담고 있다.

TV조선(TV CHOSUN) '우리 이혼했어요'가 가장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지난 2020년 처음 방송된 '우리 이혼했어요'는 지난해 종영 후 올해 4월 다시 시즌2로 돌아올 만큼, 방송 후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도 그럴 것이, 이혼한 연예인들과 인플루언서들이 다시 함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는 설정은 파격적이다 못해 문제작으로 비칠만큼 전레가 없는 시도였기 때문.

이번 시즌2 역시 나한일 유혜영, 일라이 지연수가 출연해 결혼 생활을 마치고 나서 다시 재회한 모습을 그리면서 많은 화제를 낳고 있다. 이들이 과거 결혼 생활에 이야기를 꺼내면서, 서로의 치부를 드러내는 모습들을 보며 시청자들은 TV 앞으로 모여들었다.

'우리 이혼했어요'의 대박 이후, 결혼 생활을 다룬 프로그램들이 연이어 선보여지고 있다. 지난 20일 처음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결혼과 이혼 사이'는 이혼의 각기 다른 이우로 이혼을 고민하는 네 부부가 출연해 현실적인 결혼 생활을 보여준다. 당연히 부부싸움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소재 중 하나다. 출연하고 있는 부부들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말과 행동을 쏟아낸다. 일면에서 보면 마치 부부 싸움을 중계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특히 해당 프로그램은 연예인 부부 뿐 아니라 비연예인 부부도 출연하고 있기에, 혹시나 이들의 사생활적인 부분에 피해가 가지 않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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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쪽부터) '결혼과 이혼 사이',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 '우리 이혼했어요2' 방송 화면 갈무리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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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처음 방송된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 또한 결혼 생활에서의 갈등을 다룬다. 다만 전문가인 오은영이 출연해 출연진들의 결혼 생활에 대한 조언을 던지고 카운슬링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보였지만, '부부의 갈등'을 전면으로 내세웠다는 점은 앞선 프로그램들과 닮은 점이 크다.

부부 갈등의 자극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들이 나오는 가운데, SBS가 새롭게 론칭을 준비 중인 프로그램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SBS는 앞서 새롭게 준비 중인 예능 프로그램에 자녀가 있는 이혼 부부를 참가자로 모집하면서 '이혼 부부가 아이를 위해 한 팀이 되어 다양한 챌린지에 도전'하며 '챌린지를 통해 선정된 우승팀에게는 자녀의 학자금이 수여된다'는 프로그램의 설명을 덧붙였다.

'자녀를 위해 3일만 다시 부부가 되시겠습니까?'라는 표어도 달렸다. 기존의 프로그램들이 부부들만 다루는 것이었다면, 이 프로그램은 아이까지 등장해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예능 프로그램이 시청률을 좇기 위해 자극성을 추구하는 건 오래 전부터 지적되어왔던 문제점이었다. 하지만 부부 예능은 자극성이 더욱 짙다. 과거의 프로그램들이 자극적인 도전 과제, 벌칙으로 구설에 올랐던 경력이 있다면, 부부 예능은 사생활의 문제다. 부부 생활에 대한 이야기들이 쏟아지고, 시청자들은 TV를 통해 타인의 삶을 그야말로 적나라하게 들여다 본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러한 예능 프로그램의 추세와 관련해 뉴스1에 "관찰 카메라의 가장 불편한 이슈가 사생활을 들여다본다는 것이다"라며 "예전 서구권의 관찰 카메라 형식이 우리나라에 들어올 때는 '지금의 세태는 이런 것입니다'라는 명분을 이용해 관찰해도 무리가 없는 대상들을 피사체로 삼았다면 요즘의 예능들은 명분도 없어지고 자극성으로 흘러가는 추세다"라고 얘기했다.

이어 "시청자들이 보면서 '저 정도면 이혼해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할 정도의 갈등들이 바로 끄집어내서 방송이 된다"라며 "이런 자극성에 기초한 것들이 계속된다면 애초에 우리가 리얼리티를 들일 때 불편했던 지점을 가진, 결국 서구에서의 도촬(도둑촬영) 같은 관찰예능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녀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들은, 본인들이 출연을 원하는 것도 아닐 것인데 사생활이 노출됐을 때 후폭풍이나 영향을 충분히 생각해야 한다"라며 "하지만 요즘은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은 것이 우려된다"라고 전했다.
taehy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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