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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제발 경찰 보내달라" 애원한 아이들…교실 밖 경찰19명은 '대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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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경찰 보내달라" 학생들, 수차례 신고

당국 "인질극으로만 알아...변명 여지 없이 잘못된 결정"

아시아경제

미 텍사스 초등학교 총격 참사에서 희생된 손녀의 사진을 들고 눈물을 흘리는 할머니.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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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세은 인턴기자] 지난 24일(현지시간) 발생한 미국 텍사스주 유밸디의 초등학교 총격 참사에서 생존한 아이들이 당시의 끔찍했던 상황을 증언했다.

27일(현지시간) AP 통신과 CNN 방송 등에 따르면 미아 서릴로(11)는 총격범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숨진 친구의 피를 온몸에 발라 죽은 척해야 했다.

서릴로는"반 친구들과 함께 교실에서 영화를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총소리가 났다"며 "이어 범인이 교사와 친구들을 향해 마구 총을 쐈다"고 증언했다.

이후 범인인 샐버도어 라모스(18)는 다른 교실로 이동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서릴로는 라모스가 돌아와 다시 총을 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무사했던 친구와 함께 친구들의 피를 몸에 발라 죽은 것처럼 위장했다. 그는 숨진 교사의 휴대전화로 911에 신고를 한 후 구조대가 오길 숨죽여 기다려야 했다.

실제로 아이들이 여러 차례 911에 신고했으나 경찰의 대응은 미흡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관 10여명이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11시 35분. 라모스는 교실 문을 걸어 잠근 상태였고 경관 2명은 라모스가 쏜 총에 맞았다.

이어 낮 12시 3분 경관이 추가로 도착할 때 까지 교실에선 16발 총성이 울렸고 교실 밖 복도의 19명의 경찰은 아이들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라모스를 제압하지 않았다.

교실의 한 여자아이는 911에 첫 전화를 해 구조를 요청했고 7분 뒤 많은 급우가 숨졌다고 다시 신고했다.

이어 산발적인 총격이 계속되면서 "제발 지금 경찰을 보내달라", "아이 8∼9명만 생존했다"는 다급한 내용이 911에 접수됐다.

경찰 대신 지원 요청을 받고 출동한 국경순찰대 요원들이 낮 12시 50분경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 라모스를 사살했다. 이는 라모스가 교실에 처음 난입한 시점으로부터 약 1시간 20분이 흐른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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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난사 참사가 발생한 미 텍사스 초등학교의 주변에서 경계를 서고 있는 경찰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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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아이들이 첫 신고 전화를 한 뒤 50분이 지난 뒤였다. 사실상, 이 기간 동안 경찰은 범인의 '대학살극'을 방치한 것이다.

학교 총격범의 경우 즉각 대응해 사살하거나 체포해야 한다는 '표준 대응 지침'은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또한 애초에 라모스가 학교에 난입하지 못하도록 막았어야 할 학교 경찰은 현장에 없었던 걸로 확인됐다.

이에 텍사스주 공공안전부 스티브 매크로 국장은 같은 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건 당시 경찰의 대응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잘못된 결정이었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라며 "현장 지휘관 역시 범인이 아이들을 인질로 잡아 대치 중인 상황으로만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뉴욕타임스(NYT)는 국경순찰대 소속 무장 요원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현지 경찰이 무장요원들의 즉각적인 교실 진입을 막았다고 보도했다.

사법당국 관계자는 국경순찰대 무장 요원들은 왜 그들이 기다려야 하는지를 납득하지 못했다며 총격이 일어난 유밸디 현지 경찰 특수기동대(SWAT)가 라모스 총격에 왜 먼저 대응하지 않았는지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김세은 인턴기자 callmese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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