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SNS에 ‘액상형 전자담배 대신 사주겠다’는 광고글 버젓이…청소년에 무방비 노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당국 "사용중단" 권고…소극적 모니터링 외 단속 손 놓은 게 아니냐는 지적도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액상형 전자 담배를 대신 사주겠다는 광고성 글이 버젓이 청소년들을 유혹하고 있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정부가 사용 중단을 강력히 권고했을 정도로 유해성 우려가 크지만, 청소년들의 사용은 증가하는 추세여서 온라인 불법 유통에 대한 실효성 있는 규제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29일 연합뉴스와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 등에 따르면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등에서는 액상형 전자 담배를 대신 구매해주겠다거나 대리 구매를 해줄 사람을 찾는 글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트위터에 올라온 한 글은 '액상', '고딩', '중딩', 학생'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술·담배를 대리 구매해준다고 청소년들을 유혹했다.

다른 트윗은 '술담 댈구(술·담배 대리 구매)'라는 제목으로 액상의 제품명과 맛, 수고비, 배송비를 적어달라며 '호객' 행위를 했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니코틴 용액과 희석제(PG·VG 등), 첨가물 등이 섞인 액상을 기화시켜 흡입하는 방식이다.

2015년 담뱃값 인상 후 액상의 가격이 올라가자 세금을 낮추도록 니코틴 용액을 별도로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니코틴 용액의 함량을 조절할 수 있는 만큼 고농도 니코틴이 들어있는 액상을 흡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최근에는 담배사업법이 담배의 재료를 '연초(煙草)의 잎'으로 정의하고 있는 것을 악용해 연초의 줄기에서 추출한 니코틴을 액상에 혼합한 방식도 판매되고 있다.

액상형 전자담배 기기는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여성가족부 장관이 고시하는 유해물건이며 액상은 청소년 유해물질이다.

청소년에게 판매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2천만원 이하 벌금'의 무거운 처벌을 받지만, 단속은 물론 모니터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당국 의뢰로 건강증진개발원이 주기적으로 액상형 전자담배 온라인 광고에 대해 모니터링을 하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신고하고 있지만, 삭제 조치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돼 규제의 역할을 못 하고 있다.

최근에는 액상을 판매하는 자판기가 등장하기도 했다. 업체측은 '인터넷보다 싼' 가격에 액상을 구입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자판기를 사용하려면 성인 인증을 해야 하지만, 직접 판매 방식보다 위조나 대리구매 등으로 더 쉽게 청소년에게 노출될 우려가 있다.

액상형 전자담배의 액상과 기기는 온라인 쇼핑 사이트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구매를 위해서는 성인 인증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지만, 대리인증 등을 통한 청소년의 구매까지 막을 수는 없는 형편이다.

실제로 지난달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제17차 청소년건강행태조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8∼11월 중학교 1학년∼고등학교 3학년 학생 약 6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률은 2.9%로 전년의 1.9%에서 크게 올랐다.

청소년 일반담배 흡연율이 4.5%로 2019년의 6.7%에 비해 많이 낮아진 것과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이 조사가 자기 답변식으로 진행된 만큼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률이 실제로는 이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의 이성규 센터장은 "온라인을 통한 액상형 전자담배 불법유통 문제가 상당히 심각한 만큼 SNS와 포털, 정부가 각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며 "범부처 차원의 노력으로 신종담배의 판매·사용 실태를 파악하고 규제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자담배 업계에서도 액상 담배의 청소년 판매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지만 관계부처들은 권한이 없다거나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적극적인 규제를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