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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민의 과학세계] 인공석유 ‘이퓨얼’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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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 국내 전기자동차 누적 등록 대수가 25만대를 넘어섰다고 한다. 일견 괄목할 성과지만 아직 2500만대에 달하는 전체 자동차 등록 대수와 비교하면 1%에 그친다. 혹자들은 "앞으로 몇 년만 지나면 전기차 세상이 올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자동차는 수명이 다할 때까지 10년 이상은 현역으로 활동하게 된다. 즉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이 완전히 정지된 이후 10년 이상이 지나서야 우리는 전기차 세상을 볼 수 있다. 내연기관의 종식은 아직도 몇십 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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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차를 바꿀 수 없다면 연료를 바꾸면 된다. 이런 생각에서 개발된 것이 최근 주목받고 있는 ‘이퓨얼(E-Fuel)’이다. 이퓨얼은 전기기반연료(Electricity-based Fuel)의 약자로 인공 포집한 이산화탄소와 물을 전기 분해해 얻은 수소로 제조한 합성 연료다. 쉽게 말해 친환경 인공석유를 의미한다. 성분은 기존의 석유와 같으므로 당장 내연기관 차량에 그대로 넣어서 사용할 수 있다. 비행기, 선박 등에도 그대로 활용된다.

물론 이 연료를 사용하면 똑같이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다만 연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쓰게 되므로, 넓은 시각에선 지구 전체의 온실가스 농도가 증가하지 않는 효과가 있다. 더구나 완전히 성분이 조정된 연료를 만들 수 있으므로 연소 효율이 대단히 높아지는 것도 장점이다.

이퓨얼을 만들려면 우선 이산화탄소부터 구해야 한다. 대기 중에서 포집하면 DAC, 공장이나 발전소 등 산업현장 배출가스에서 포집하면 CCU라고 부른다. 캐나다 카본 엔지니어링에 따르면 DAC 장치 한 대가 연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량은 10만t 정도. 이것으로 약 2460ℓ의 이퓨얼을 생산할 수 있다. 수소는 당연히 친환경 과정으로 생산한 그린수소를 이용한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자동차 업계는 이퓨얼에 관심이 크다.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셰는 지난해 2400만달러를 투자해 에너지기업 지멘스와 함께 칠레에 이퓨얼 생산공장을 세우고 있다. 2026년부터 연 5억ℓ 규모의 이퓨얼을 생산할 계획이다. 일본 도요타와 닛산, 혼다도 지난해 7월 탄소중립 엔진 개발을 위해 이퓨얼 공동 연구계획을 발표했다. 국내기업도 이런 흐름에 편승하고 나섰다. 현대오일뱅크는 2021년 11월 덴마크 할도톱소사와 친환경 기술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해 이퓨얼 공동 개발을 시작했다. 현대자동차도 2019년 기초선행연구소(IFAT) 설립 이후 이퓨얼 제조기술 개발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문제는 가격이다. 한국화학연구원(화학연)에 따르면 이퓨얼의 생산단가는 1 배럴(158ℓ)당 200달러 수준으로, 실제 유통가격은 ℓ당 10달러를 넘어설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시간이 흐르면 기술이 발전하고 규모의 경제가 완성되며 가격이 더 낮아질 거라는 기대가 많다. 화학연은 2050년이 되면 ℓ당 0.94달러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40년까지 이퓨얼 상용화를 실현할 계획이다.

이퓨얼과 같은 개념의 연료를 ‘탄소중립 연료’라고 부른다. 탄소 발생량을 줄이지는 못해도 더 늘리지는 않기 때문이다. 에너지원 다변화를 위해 전기, 수소 등과 함께 이퓨얼도 적극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 남겨진 방법은 그렇게 많지 않다.

전승민 과학기술 전문 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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