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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택시가 울고 있다 … 기사는 떠나고 적자는 쌓이고 소비자 불편은 커가는데 ‘답’ 없는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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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법인택시 회사 1곳 7월부터 휴업 선언

코로나 직격탄 심각, 매각·휴업 도미노 예고

아시아경제

부산역 앞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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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영남취재본부 김용우 기자] 택시업계가 울고 있다. 이미 수입을 잃어 울다 지친 택시기사는 떠나고 있고 사장은 적자의 그림자를 떼어내려 안간힘을 쏟고 있다. 한마디로 ‘답’이 없다. 키를 쥔 정부와 지자체는 유사한 답도 내지못한다.

다른 업종으로 떠난 택시기사는 돌아오지 않고 회사 빚은 불어나고, 야밤 택시 승객은 기다리다 분통을 터뜨린다. ‘택시’의 현주소다.

회사를 처분하지도 못한 채 놀고 있는 택시를 바라보며 겨우 움직이는 택시마저 멈춰 세우는 회사 대표도 생겼다.

코로나의 ‘어둠’은 걷히고 있지만 법인택시업계는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택시를 돌리면 적자만 쌓여 휴업 말고는 답이 없다”며 한 택시업체 대표가 결단을 내렸다.

다음 달 부산에서 처음으로 한 택시회사가 무기한 전면 휴업에 들어간다.

부산 수영구의 금륜산업 김경현 대표는 지난 15일 직원들에게 전면 휴업에 들어간다고 알렸다.

김 대표는 코로나19로 매출이 줄고, 운전사들마저 떠난 상황이라 설명했다. “열심히 일해도 적자”라며 “심야시간 택시 잡기도 힘든 시기에 시민에게 죄송하다”고 한숨 쉬며 말했다.

1978년 택시업을 시작한 이 회사는 40여년 지나 코로나19의 직격을 받아 허덕대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거리두기, 영업제한에 따른 승객수요 감소로 다른 업체와 마찬가지 심각한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운전기사마저 줄어든 터라 그동안 불어난 적자 경영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판단한 김 대표는 당분간 택시 운행을 완전히 멈추기로 결정했다.

이 회사의 택시 191대 중 현재 121대가 멈췄고 37%에 해당하는 70대만 가동하고 있다. 택시 1대를 가동하면 매달 100만원 운영손실을 겪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금륜산업은 최근 3년간 총 18억원에 이르는, 연평균 5억8000여만원가량 영업손실을 봤다고 했다. 지난해 전체 매출액은 2019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김 대표는 “코로나로 영업제한 시기에 매출이 크게 줄고, 사납금을 못 맞추는 기사들이 다른 곳으로 이직하다 보니 회사 상황이 매우 열악해졌다”며 “운영을 하면 기름값과 운전사 인건비 등 고정지출로 적자 폭이 더 심해지는 최악의 상황”이라고 했다.

최저임금과 LPG 값 상승으로 더 버틸 수 없게 된 것이다. ‘돈 되는’ 배송업으로 떠난 기사가 수익이 적은 택시로 돌아올 리 없고, 돌아온다 해도 비용 상승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라는 뜻이다.

금륜산업은 전면 휴업 기간 동안 소속 직원 83명에게 평균 임금의 70%를 휴업수당으로 지급키로 했다. 그나마 적자를 더 늦춰보려는 고육책일 뿐이다.

운전사들은 택배나 ‘라이더’ 같은 배달업 등 다른 업계로 떠나고 있는 터라 기사를 구하기 힘들다. 업계 사정을 이미 알아챈 ‘신입’도 지원하지 않고 있고 설사 채용하더라도 초보 기사로 인한 안전사고 위험을 택시회사가 떠안을 수도 없는 형편이다.

부산지역 택시 운수종사자 수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 1만863명에서 올해 5월 7215명으로 감소했다.

운전사 수가 줄자 이른바 사납금이라는 운송수입도 줄어들어 택시업계는 진퇴양난에 처했다.

택시업계 한 관계자는 “택시 100대당 1년에 5억~7억원가량 적자가 나고 있다”며 “보유 차량의 80% 이상 가동해야 지출비를 겨우 충당하지만 현재로선 50% 정도 가동하니 적자 폭이 커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부산시택시운송사업조합의 한 관계자는 “부도에 직면한 업체는 헐값에 회사를 팔아넘기려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금륜산업처럼 휴업 조치를 내려 당분간 적자 폭을 줄이려는 업체가 많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3년 전쯤에는 택시 1대당 4500만원 가량 받고 팔았지만 지난해 한 업체는 2600만원 정도에 매각했다”고 말했다.

면허제인 택시는 보통 택시 1대당 5000만원 선에서 면허 거래가 이뤄져왔지만 지금은 반값에 팔아넘길 정도로 최악의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런 위기들에 옥죄이고 있는 택시업계는 감차 보상이나 취약업종 지원 등을 받아서라도 심각한 경영난을 메꿔보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다.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 5월까지 실시된 택시 감차 보상 사업에 1000여대가 접수됐다. 지난해 전체 보상 신청이 400여건이었으니 올해 5개월간 작년보다 2배 이상 급증한 꼴이다.

올해 감차 보상 사업 수량은 194대로, 부산시는 대당 2800만원을 지원한다. 이마저도 기댈 언덕이 턱없는 현실이다.

택시업계는 그나마 대책으로 야간 할증 시간 연장, 기본요금 인상 등 운행 수익을 늘릴 방도를 제시하고 있다. 부산시도 대출 특례 보증 등 우회적 지원책을 고민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법인택시 경기가 좋지 않아 지원책을 고민하고 있지만 뾰죽한 대책은 아직 없다”며 “올해 추경 예산이 편성되면 법인택시가 대출 받을 수 있도록 특례 보증 지원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장성호 부산시택시운송사업조합 이사장은 “50여년 전인 1970년 버스비 10원 하던 때 택시기본요금은 6배가량인 60원이었는데 지금은 1300원인 버스비보다 3배에도 못미치는 3800원이 택시기본료”라며 “더구나 버스는 준공영제 시행으로 지자체로부터 수천억원을 지원받고 있지 않느냐”고 하소연했다.

장 이사장은 “택시요금 자율화를 시행하든지 아니면 버스 준공영제처럼 재정지원을 해주든지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공요금 인상 때만 되면 택시를 공공요금으로 취급해 가격을 통제하고 재정지원을 요청하면 대중교통이 아니어서 안된다는 이중잣대를 지적하는 것이다.

정부의 택시요금 통제, 급여 전액관리제 강행, 코로나 사태, 최저임금과 원료값 상승, 떠나는 택시기사, 초보기사 채용에 대한 위험부담 등 얽히고 설킨 실타래를 풀 방도를 택시업계에만 떠넘겨 놓기에는 택시 종사자의 불만은 물론 택시 소비자의 불편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영남취재본부 김용우 기자 kimpro77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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