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전 9시 국민의힘 최고위원 회의. 자주색 재킷을 입은 배현진 최고위원과 윤영석 최고위원이 자리에 앉아 회의 참석자들을 기다렸다. 이어 이준석 대표가 자리로 들어왔고, 가장자리에 앉아 있던 윤 최고위원이 일어나 이 대표와 악수를 나눴다.
배 최고위원도 자리에서 일어나 이 대표가 걸어오는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악수를 하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이 대표는 그 손을 잡지 않았다. 악수를 하려는 척하려다 피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 거부의 의사로 손을 크게 내젔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배 최고위원은 민망했는지 이 대표의 손목을 잡았다가 놓았다. 그러면서도 걸음을 멈추지 않고 계속 앞으로 걸어나가 정미경 최고위원에게 악수를 건넸다.
배 최고위원은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오는 길에 이 대표를 쳐다보면서, 이 대표의 왼쪽 어깨를 ‘찰싹’ 때렸다. 이 대표는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이 장면은 국민의힘 유튜브 ‘오른소리’ 생방송에 그대로 송출됐다.
◇ 이준석·배현진, 갈등 여전히 진행 중
두 사람은 최근 당내 혁신위 구성, 국민의당 몫의 최고위원 등의 문제를 놓고 최고위 회의에서 자주 충돌했다. 이날 이 대표가 보여준 ‘악수 거부’는 여전히 배 최고위원에 불만이 남아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지만, 동시에 그 앙금이 어느 정도는 풀렸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됐다.
배 최고위원은 지난 13일 비공개 최고위 회의에서 이 대표가 띄운 당 혁신위에 대해 “자잘한 사조직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16일엔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 인선을 두고 이 대표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땡깡을 부린다”고 했고, 배 최고위원은 “(안 의원을) 만나보지도 않은 상황에서 최고위가 별도의 중재안을 내고 찬반을 나누는 것 자체가 졸렬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일에는 공개 설전을 벌였다. 이 대표는 모두 발언에서 “오늘 저는 별다른 모두발언을 할 필요가 없다”며 “회의가 공개, 비공개 나뉘는데 비공개에 나온 부분이 다시 언론에 따옴표 인용 보도된다”며 배 최고위원을 저격했다.
그러면서 “최고위 의장 직권으로 오늘부터 비공개회의에서 현안 논의는 하지 않겠다”며 “최고위원들은 현안 이야기를 하고 싶으면 공개회의에서 해달라”고 했다.
이에 배 최고위원은 “그동안 최고위를 할 때마다 답답했다. 그 내용이 낱낱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참 낯부끄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며 “현안 논의를 하지 않는 게 아니라 비공개회의를 철저히 단속해 당내 필요한 내부 이야기는 건강하게 이어가야 한다”고 맞섰다.
그러자 이 대표는 “공지한 대로 비공개회의는 오늘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의 의견을 밀어 붙였고 “이 자리에서 제시된 국제위원장 임명 건에 대해 의견 있으신 분 제시해달라”고 했다. 이에 배 최고위원이 “비공개회의를 이렇게 일방적으로 없애면 어쩌냐” “제가 회의 단속 해달라고 누차 제안하지 않았냐”며 언성을 높였다.
두 사람의 갈등이 격해지자 권성동 원내대표가 “잠깐만”이라며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이 대표는 배 최고위원에게 “발언권을 득해서 말하라”며 “특정인이 (비공개회의에) 참석했을 때 유출이 많이 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기 때문에 이 상황을 더욱 묵과할 수 없다”고 언쟁을 이어갔다. 배 최고위원도 “대표님 스스로도 많이 유출하지 않았느냐”고 받아쳤다.
보다 못한 권 원내대표가 책상을 내리치며 “그만합시다. 비공개회의를 하겠다”며 이 대표의 마이크를 끄고 중재에 나섰다. 이후 비공개회의가 15분가량 진행됐으나, 이 대표는 2분 만에 자리를 떴다.
[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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