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김정은, 동해 지도 펼쳐놓고 "전방부대 강화"…한국 노린듯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북한이 2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3차 확대회의 2일 차 회의를 진행했다. 사진은 노동신문이 공개한 회의장의 모습. 노동신문,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북한이 주요 국방 정책을 결정하는 회의에서 전방부대의 작전 능력 강화와 관련 작전계획 및 군 조직 개편 방향을 논의했다고 23일 밝혔다. 소형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대남용 신형 전술유도무기 및 단거리 미사일을 운용할 수 있도록 제도 전반을 정비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김정은 '공세적 핵전략' 구체화?



이날 북한 관영 매체들은 전날 열린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3차 확대회의 이틀째 소식을 전하며 군 총참모부가 ▶전선부대 작전 임무 추가 ▶작전계획 수정안 ▶군사조직 개편 문제에 대한 토의를 진행하고, 결과를 종합해 문건으로 보고했다고 전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주재하는 이번 회의는 지난 21일부터 진행 중이다.

회의에서 전방부대 임무 추가와 작전계획을 논의한 건 앞서 김정은이 지난 4월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기념 열병식 연설에서 핵 선제 사용 가능성을 거론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당시 김정은은 "우리의 핵이 전쟁 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되어 있을 수는 없다"며 "어떤 세력이든 우리 국가의 근본 이익을 침탈하려 든다면 우리 핵 무력은 의외의 자기의 둘째가는 사명을 결단코 결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2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한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돌을 맞아 대대적인 열병식에서 연설을 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핵을 억지력 유지용으로만 메어두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는데, 두 달 뒤 열린 이번 회의는 이런 '공세적 핵 전략'으로의 전환에 따른 후속조치일 수 있다. 대남용 핵 투발 수단이 될 수 있는 신형 전술 미사일의 실전 배치까지 염두에 두고 관련 제도와 정책부터 손보는 것일 가능성이 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김정은이 지난 4월 새로운 핵 독트린을 내놓았기 때문에 구체적인 군사 전술·전략적으로 이를 구현하는 회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핵전략을 중심으로 군의 임무나 작전, 편제 등을 전반적으로 손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 8~10일 진행한 당 중앙위원회 제8기 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남측을 상대로 예고한 '대적 투쟁' 기조가 가시화하는 것이란 지적도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전원회의에서 '강대강 정면승부'의 투쟁 원칙을 재천명했고, '공화국(북한) 무력이 강행 추진할 전투적 과업'을 언급했다"며 "이번 회의에서 전원회의 결정을 이행하기 위한 세부 계획을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선부대' 특정, 한국 타깃으로



북한이 특히 전방부대의 능력 강화를 언급한 것과 관련, 한국에 대한 군사적 위협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고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런 판단의 주요 근거로 전날 회의에서 군사작전을 담당하는 군령기관인 군 총참모부를 중심으로 토의를 진행한 점한국과 직접 대치하는 전방부대들의 작전 임무를 추가·확정한 점 등을 꼽았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회의에서 "전선부대들의 작전능력을 높이기 위한 중요 군사적 대책들을 취하고 있는 당 중앙의 전략적 견해와 결심을 피력했다"고 전했다.

중앙일보

이태섭 북한군 총참모장이 22일 열린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회의에서 동해안 축선이 담긴 작전지도를 놓고 김정은 위원장에게 설명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특히 북한은 이날 이태섭 총참모장이 김정은 앞에서 동해안 축선이 담긴 작전지도를 걸어놓고 설명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속 지도를 모자이크로 처리했지만, 원산에서 경북 포항까지 한국의 동해안 축선을 중심으로 타격 가능한 목표물이나 한·미 군이 배치한 전력을 표기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한국을 주된 타깃으로 삼으며 주한미군까지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이 지난 4월 김정은이 참관한 가운데 시험 발사한 신형 전술유도무기 등의 운용 전략과 관련됐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북한 매체들은 "신형 전술유도무기 체계는 전술핵 운용의 효과성과 화력 임무 다각화를 강화하는 데 커다란 의의를 가진다"고 강조했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북한이 전술핵의 운영 주체를 전략군에서 전방 포병부대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전술핵을 통해 열세에 놓인 한국과 주한미군의 재래식 전력에 대한 직접적인 견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7차 핵실험 논의 여부도 주목



결국 북한이 실전 배치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면, 7차 핵실험을 통해 전술핵의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는 것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이미 핵실험을 위한 '물리적 준비'를 완료한 상황에서 김정은이 이번 회의를 통해 직접적인 핵실험 관련 메시지를 발신할지도 주목된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어제와 오늘 보도에 '핵실험'이라는 세 글자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면서도 "다만 첫날 회의에서 '당면한 국방건설 임무들을 확정'하는 것으로 의제를 밝혔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관련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당 중앙군사위원회는 상정된 의정들에 대한 토의 사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사흘째 회의도 계속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북한은 김정은 정권 들어 이번을 포함해 17번의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를 열었는데, 회의가 하루를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