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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尹 "국기문란" 발언에 '경찰 통제' 갈등 격화…엇갈리는 책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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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국기문란" 강력 질타…책임 소재 경찰로 넘겨

초유의 치안감 인사 번복…野 "비선 실세의 개입 의혹"

경찰 내부 '동요', 일선 '반발'…김창룡 "경찰청장 역할, 소홀히 않겠다"

초유의 치안감 인사 번복, 尹 강경 발언에…경찰 내부 '동요'
경찰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경찰을 향해 "국기문란"이라고 질타하면서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인사 조율을 담당하는 대통령실, 행정안전부, 경찰청 중 경찰청에 책임 소재를 돌린 셈입니다. 경찰 고위직 인사 제청권을 강조한 신임 행안부 장관이 들어선 후 터진 '인사 참사'로 비쳐질 수 있지만, '국기문란' 발언으로 이른바 '되치기'를 한 모양새입니다.
노컷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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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경찰을 향해 "국기문란"이라고 질타하면서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인사 조율을 담당하는 대통령실, 행정안전부, 경찰청 중 경찰청에 책임 소재를 돌린 셈이다. 경찰 고위직 인사 제청권을 강조한 신임 행안부 장관이 들어선 후 터진 '인사 참사'로 비쳐질 수 있지만, '국기문란' 발언으로 이른바 '되치기'를 한 모양새다.

경찰 내부는 심하게 동요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 정부 들어 통제 대상이 된 경찰이 과연 인사안을 제멋대로 치고 나갈 수 있는지 현실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오히려 인사를 번복할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대통령실과 행안부 사이 벌어진 일에 대한 경위 파악이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현 정부의 '경찰 길들이기'의 연장선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행안부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에서 내놓은 경찰 통제안에 김창룡 경찰청장은 조율이 필요하다며 나선 상태다. 결국 이번 인사 참사 책임을 경찰로 돌리는 게 김 청장의 용퇴를 압박하는 차원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23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의 이날 '국기문란' 발언 이후 경찰 내부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가운데, 향후 추이를 조심스럽게 지켜보는 기류도 흐른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집무실에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와 관련 "경찰에서 행안부로 자체적으로 추천한 인사를 그냥 보직을 해버린 것"이라며 "아주 중대한 국기문란, 아니면 어이없는, 공무원으로서 할 수 없는 과오"라고 비판했다. 인사 참사 책임을 경찰로 '쐐기'를 박은 셈이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상 이번 논란에서 행안부의 손을 들어준 모양새로도 풀이된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전날 "경찰청이 희한하게 대통령 결재 나기 전에 자체적으로 먼저 공지하더라. 그래서 이 사달이 났다"며 "대통령은 (21일 오후) 10시에 딱 한 번 결재하셨다"고 경찰에 책임을 돌렸다.

노컷뉴스

김창룡 경찰청장이 지난 2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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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룡 경찰청장이 지난 2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윤 대통령의 강경 발언에 동요하면서도 '억울하다'는 내부 반응도 나오고 있다.

그간 경찰 고위직 인사는 경찰청-행안부-대통령실이 서로 안을 조율하고, 경찰청 내부망을 통해 '인사 내정'으로 발표했으며 이후 경찰청-행안부-대통령실로 이어지는 공식 결재가 이뤄져 왔다. 이번 치안감 인사의 경우에도 이러한 과정을 따른 셈이다.

인사안을 전달한 행안부 치안정책관실은 파견 경찰이 있지만 장관실 소속 조직이다. 사실상 장관과도 조율된 안이 내정 발표로 이어졌다고도 볼 수 있다.

이번 인사의 경우 치안감 인사 소식은 지난 21일 오후 4시께 경찰청에 전파됐다. 이후 오후 6시 15분께 행안부 장관실 소속 치안정책관실로부터 인사안이 전달됐다. 경찰청은 확인 후 내부 절차를 거쳐 오후 7시 10분께 내부망에 인사안을 게시했다.



하지만 오후 8시 38분께 '최종안이 아니다'라며 행안부로부터 전파를 받았다. 이미 게시된 최초 인사안은 즉각 삭제 조치됐다. 이후 수정된 인사안에 대한 내부 절차를 거쳐 오후 9시 34분께 내부망에 다시 게시됐다.

경찰 관계자는 "그간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인사 과정이었고 이번 역시 그대로 따랐다고 볼 수 있다"며 "현 정부 들어 치안정감, 치안감 승진 인사도 사실상 그렇게 이뤄져 온 것이고 문제가 없지 않았는가. 그런데 왜 국기문란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오히려 이번 사안은 '경찰 길들이기' 차원의 연장선이 아닌가 싶다"며 "누가 정권 초 대통령의 강한 질타에 감히 그게 사실이 아니라고 말할 수가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야당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 전(前)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최근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와 관련해 이날 경찰청을 찾아 김창룡 경찰청장 등 지휘부를 면담했다.

면담 전후 취재진과 만난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윤 대통령이 국기문란이라고 했는데 행정안전부와 윤석열 정부 어디에선가 국기문란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하고 싶다"며 "저희가 관련 대책위원회나 TF를 꾸려서 대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노컷뉴스

17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앞에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추진을 반대하는 경찰청 직장협의회 명의의 현수막이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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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앞에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추진을 반대하는 경찰청 직장협의회 명의의 현수막이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야당은 '비선 실세 개입' 의혹도 제기했다. 이해식 의원 역시 "저희가 볼 때는 2시간 만에 인사가 번복되면서 실세의 개입이 있었다. 이게 비선 실세인지를 밝히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현 정부의 경찰 통제 움직임에 일선 경찰들의 거센 반발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전국 시·도 경찰직장협의회장단은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일련의 행위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총경급 경찰이 처음으로 1인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박송희 전남 자치경찰정책과장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한 달 만에 4차례 회의를 거쳐 나온 권고안에 얼마나 깊이 있는 고민을 담았을지 의문"이라며 "자문위 구성도 친(親) 검사이거나 특정 세력의 이익을 대변하는 등 편파적이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창룡 경찰청장은 이날 퇴근길에서 윤 대통령의 국기문란 발언에 대해 "우리 인사 부서에서 설명을 한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인사 과정이 이미 경찰청에서 설명한대로 진행됐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어 거취에 대해선 "현재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직에 의해서 청장이 해야 할 역할 업무를 소홀히 하진 않겠단 게 제가 서한문에도 밝혔고 입장에 변함없다"라고 말했다. 아직 사퇴보다는 경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위해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밖에 경찰 자체적으로 조율 없이 인사안을 내보냈다는 행안부 장관 등의 발언에 대해선 "그 부분에 대해선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내부 조사나 감찰 징계 계획 등과 관련해선 "추가로 드릴 말씀이 없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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