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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삼성전자, TSMC 못 따라잡는다…인텔은 혹시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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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30년 이상 경력의 IT 분석가이자 디지타임스 아시아 사장인 콜리 황(Colley Hwang)의 단언이 허언에 그친다는 점을 증명할 자격은 오로지 삼성전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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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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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제공.
"삼성전자가 단기적으로 TSMC를 따라잡을 가능성은 없다.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는 일에 도박을 할 이유가 없다." 대만의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디지타임스가 '반도체 부문의 과제(Challenges for semiconductor sector)'라는 제목의 기획 기사를 연재하며 내린 중간 결론이다.

디지타임스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 1위인 자국 TSMC에 우호적이고, 삼성전자에는 비판적인 논조를 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럼에도 30년 이상 경력의 IT 분석가이자 디지타임스 아시아 사장인 콜리 황(Colley Hwang)의 반도체 업계 분석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판단, 핵심적인 내용을 소개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디지타임스는 지난 16일부터 '반도체 부문의 과제' 시리즈 기사를 전날까지 6편 연재했다. 콜리 황은 전 세계적으로 핵심 전략산업으로 떠오른 반도체 부문에서 '세계 최고의 반도체 생산국'인 대만이 강력한 경쟁 압력을 받고 있다면서 자국 관점에서 다양한 도전 과제를 서술했다.

지난해 6%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대만에서 반도체 산업 의존도는 18.8%에 달한다. 파운드리 부문에서 과반을 장악한 TSMC를 필두로, UMC·PSMC·VIS 등이 상위 10대 업체에 포함된다. 팹리스 부문의 미디어텍, 후공정 부문의 ASE 등도 두각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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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단위:억달러, %). 코트라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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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단위:억달러, %). 코트라 발췌.
대만은 명목 GDP(국내총생산) 대비 수출액 비중인 '수출의존도'가 지난해 기준 57.6%로 한국(35.8%)보다 훨씬 높았다. 특히 반도체 수출 비중은 2020년 전체 수출액의 35%를 돌파했다. 작년에도 반도체는 수출액 1555억달러(약 200조원)를 기록해 전체 수출액의 34.8%를 차지했다. 한국의 경우 약 20%가량이다.

콜리 황은 시리즈 두번째 '정상에 오르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는 기사에서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패권을 둘러싼 TSMC와 삼성전자, 미국의 인텔이 벌이는 경쟁을 조명했다. 1970년대 D램 시장의 강자였던 인텔이 일본에 밀리고, 뒤이어 삼성전자가 1990년대 세계 최고의 메모리반도체 업체로 부상한 과정도 소개됐다.

콜리 황은 "1983년 삼성전자와 현대전자(SK하이닉스의 전신)가 D램 시장 진출을 발표했을 때 1인당 소득이 2천달러에 불과한 한국이 업계 최고 업체에 도전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1990년대 이래로 삼성전자는 세계 최고의 메모리 공급 업체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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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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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제공.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TSMC는 2023년 인텔을 능가하며 순수 파운드리 업체로서는 최초로 전 세계 반도체 매출 1위에 등극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TSMC의 매출은 568억달러로 인텔의 790억달러(SK하이닉스에 매각한 낸드사업부 포함)에 미치지 못했지만 올해 비슷한 매출을 올린 뒤 내년에 역전한다는 것이다. 2024년에는 1천억달러 돌파에 도전한다.

수익의 경우 매출의 '골든 크로스'보다 이른 올해 달성이 유력시된다. TSMC는 지난해 매출총이익률 51.6%를 기록, 55% 이상으로 추산되는 인텔에 근접했다. 콜리 황은 "인텔은 차세대 공정 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올해는 TSMC의 수익률이 인텔을 초과하는 첫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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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와 인텔의 연매출 추이(단위 10억달러). 디지타임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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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와 인텔의 연매출 추이(단위 10억달러). 디지타임스 제공.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 이어 파운드리를 포함한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서도 세계 1위에 오르겠다는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 목표를 내걸고 TSMC 추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콜리 황은 이에 대해 "삼성전자가 단기적으로 TSMC를 제칠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

디지타임스 조사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반도체 매출(819억6천만달러)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의 비중은 77%에 달했다. 나머지 187억7천만달러가 비(非) 메모리 부문 매출로 추산됐다. 이는 TSMC 매출의 3분의 1 수준이다.

콜리 황은 "TSMC는 현재 매출의 60%를 자본 지출에 투자하고 있는데 이는 삼성전자로서는 거의 극복할 수 없는 장애물"이라며 "설비투자(CAPEX)를 전략 무기로 활용하는 기업은 전 세계에서 TSMC가 유일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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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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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TSMC는 CAPEX를 2020년 170억달러에서 올해 400억달러 규모로 늘렸지만, 삼성전자는 2020년 100억달러에서 올해 100억~130억달러 규모에 불과하다. 반도체 산업은 장치산업 특성상 끊임없는 시설 투자로 생산능력을 키우고 미세공정을 개선해야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콜리 황은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메모리 수익을 웨이퍼 제조비용과 손실을 상쇄하는 데 쓸 수 있다고 보지만 같은 회사라도 부서마다 입장이 다르다"며 "만약 삼성전자가 TSMC의 CAPEX에 맞먹으려면 비메모리 매출의 180%가 되는데 이것은 기본적으로 불가능하며,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에 도박을 할 이유가 없다"고 평가했다.

또한 삼성전자와 TSMC는 모두 아시아에 위치한 제조 회사로서 서로 비슷한 패턴과 개발조건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단기적으로 TSMC를 제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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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의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 인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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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의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 인텔 제공.
다만 파운드리 시장 재진입을 선언한 인텔에 대한 평가는 후했다. 콜리 황은 "인텔은 정치력을 앞세워 반도체 공급망에서 미국의 주도권을 회복하겠다는 기치 아래 있다는 점에서 삼성과는 다르다"며 "인텔은 업계 표준 설정 같은 TSMC의 여러 경험을 배워 TSMC에 도전할 수 있는 강점과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인텔은 이와 더불어 TSMC의 전략적 제휴 지원을 통해 대만 업체 3곳을 포함한 설계자산(IP) 및 전자설계자동화(EDA) 업계와 제휴하며 첨단 공정을 학습하고 있다. 인텔은 또 이스라엘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타워 세미컨덕터' 인수를 발표한 데 이어 미국과 유럽 곳곳에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다음주 세계 최초로 차세대 GAA(Gate-All-Around) 기반의 3나노미터(㎚=10억분의 1m) 반도체 공정의 양산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올 하반기 혹은 내년 초 3나노 양산 예정인 TSMC보다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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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3나노 반도체 웨이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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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3나노 반도체 웨이퍼. 연합뉴스.
GAA는 기존 핀펫(FinFET) 기술보다 칩 면적을 줄이고 소비전력은 감소시키면서 성능은 높인 신기술이다. 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찾았을 때 이런 GAA 기반 3나노 시제품에 서명해 화제를 모았다. TSMC는 GAA와 유사한 '나노시트' 기반의 새 공정은 차세대인 2나노 반도체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3나노 양산 발표는 삼성전자가 TSMC보다 기술력에서 앞선다는 것을 입증하면서 파운드리 시장에서의 위상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디지타임스를 비롯한 대만 매체들의 삼성전자 때리기는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콜리 황의 단언이 허언에 그친다는 점을 증명할 자격은 오로지 삼성전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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