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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우크라 동부 루한스크주 함락 위기…“군인 철수 배제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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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사, 마지막 두 도시에서 철군 가능성 제기

주요 전장이 인근 도네츠크주 북부로 옮겨가

“매일 200~300건 전쟁 범죄 발생”


한겨레

러시아군이 거의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주요 도시 세베로도네츠크에서 23일(현지시각) 무장한 남성이 무너진 건물 앞을 지나고 있다. 세베로도네츠크/타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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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넉달째 접어든 가운데 한 달 가까이 집중 공격을 당하고 있는 동부 루한스크주가 러시아에 완전 함락될 위기에 처했다.

러시아군은 루한스크주 전체의 95%를 장악한 가운데 마지막 남은 두 개 도시인 세베로도네츠크와 인근 리시찬스크에 대한 집중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2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 작전 참모는 이날 리시찬스크 남쪽 5㎞ 지점에 위치한 로스쿠티우카 등 두 개 마을이 러시아군에게 넘어갔으며, 러시아군이 리시찬스크 포위를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작전 참모는 이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어떻게 대응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주 주지사는 리시찬스크에서 자국군이 철수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현지 방송에 출연해 “포위를 피하기 위해서는 군인들이 새로운 위치로 철수하도록 명령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리시찬스크 전체가 적군의 포격 범위 안에 들었다. 도시가 아주 위험하다”고 말했다. 리시찬스크는 이 지역 핵심 도시인 세베로도네츠크와 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도시로, 루한스크주에서 러시아군의 진입이 저지되고 있는 거의 유일한 지역이다.

세베로도네츠크는 민간인 약 500명이 대피하고 있는 아조트 화학공장을 뺀 대부분의 지역이 러시아군에게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하이다이 주지사는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도시가 전방위적인 공격을 당하고 있다. 시내 공업 지역의 방호막 상당 부분이 이미 파괴됐고, 군인을 새로운 방어 위치로 후퇴시키는 것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러시아군이 점령지에서 “전투에 참가했던 활동가 등에 대한 추적·체포에 나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두 도시에서 철수할 경우, 루한스크주 전체가 러시아군에 넘어가게 된다. 러시아군은 이달 초부터 거의 한 달 동안 두 도시 점령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루한스크주와 도네츠크주로 구성된 돈바스 지역 점령이 최근 러시아군의 가장 중요한 목표다.

루한스크주 전투가 러시아군의 승리로 기울어 가면서, 주요 전장이 인근 도네츠크주 북부로 서서히 옮겨가고 있다. 파울로 키릴렌코 도네츠크주 주지사는 이날 <아에프페>(AFP) 통신에 “도네츠크주에 안전한 마을이 한 곳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주 지역 전체가 극도로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며 주민들의 탈출을 돕고 있다고 덧붙였다.

키릴렌코 주지사는 현재 최대 과제는 루한스크주 서쪽이자 도네츠크주 북부 지역 도시인 슬로비얀스크와 크라마토스크로 러시아군이 진격하는 걸 막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크라마토스크에는 전쟁 이전 주민의 3분의 1인 4만5천명 정도의 주민이 남아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동부 공격이 격화하면서 전쟁 범죄도 계속 늘고 있다고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이 주장했다. 이리나 베네딕토바 검찰총장은 이날 현지 방송에 나와 “전쟁 범죄가 걱정거리다. 매일 200~300건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주 많은 경우 (전쟁 범죄가 발생한 곳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범죄가 발생하면 조사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까지 전쟁 범죄, 대량 학살, 부당한 공격 등 3대 범죄 혐의자가 623명이며 대량 학살 혐의만도 20건이 넘었다고 밝혔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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