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찰은 21일 오후 7시쯤 시도경찰청장급인 치안감 28명의 인사를 발표했다가 약 2시간 뒤에 7명의 보직이 바뀐 명단을 다시 공개했다. 이 장관은 “희한하게 대통령의 결재가 나기 전에 경찰이 자체적으로 먼저 공지해서 이 사달이 났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중대한 국기문란”이라고 했다. 하지만 2주일 전 치안정감 인사도 대통령 재가를 사후에 받았고, 이번 인사도 그 관행을 따랐다는 것이 경찰의 주장이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처음에 경찰청이 올린 치안감 인사안과 다른 1차 수정안이 행안부에서 내려왔고, 21일 추가 수정됐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의문의 2시간’에 대한 설명이 달라 번복 과정부터 우선 규명해야 한다.
치안감 인사가 뒤집힌 경위도 조사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행안부 경찰제도개선자문위는 21일 행안부에 경찰국을 신설하는 권고안을 발표했고, 그 직후 경찰은 지휘부 회의를 거쳐 “역사 발전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반대 입장을 냈다. 회의 때 경찰 통제 방안을 노골적으로 반대한 발언자가 있었다는데 이들의 보직이 변경됐는지 확인해야 야당의 주장처럼 경찰 길들이기인지를 가릴 수 있다. 보직이 바뀐 7명 중 2명이 국가수사본부 소속이라는 점도 석연치 않다. 대통령실이 수사 지휘 라인을 선택적으로 바꾸려고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경찰에서 나오는 만큼 이런 의구심도 조사를 통해 해소돼야 한다.
행안부 장관은 21일 오후 해외 출장을 갔다가 귀국했고, 대통령은 일과 시간을 훨씬 넘긴 오후 10시에 다음 날 아침에 부임하는 치안감 인사안을 재가했다. 시도경찰청장에게 짐을 쌀 시간조차 주지 않고 인사를 서두를 만한 사정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진상 조사가 경찰을 길들이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돼선 안 된다. 책임 추궁을 넘어 민정수석비서관실 폐지에 따른 제도적 허점 여부를 점검하고, 보완책을 마련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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