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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뇌종양은 꼭 수술해야 하나 [조성진의 엉뚱한 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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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 순천향대 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뇌 이야기를 합니다. 뇌는 1.4 키로그램의 작은 용적이지만 나를 지배하고 완벽한 듯하나 불완전하기도 합니다. 뇌를 전공한 의사의 시각으로, 더 건강해지기 위해, 조금 더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해 어떻게 뇌를 이해해야 하고, 나와 다른 뇌를 가진 타인과의 소통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의학적 근거를 토대로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들과 함께 탐구해보겠습니다. 일주일 한번 토요일에 찾아뵙습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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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 순천향대 부속 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 뇌종양은 뇌 또는 척수에 있는 비정상적인 세포의 덩어리로써 많은 뇌종양이 뇌의 기능을 방해하거나 뇌를 망가뜨려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뇌종양은 악성과 양성으로 크게 나누는데 양성 뇌종양은 천천히 자라며 원래의 성장 부위에서 퍼지지 않는 경향이 있으나 악성 뇌종양은 주위 뇌 조직을 침범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뇌의 다른 부분으로 퍼질 수 있으므로 더 위험하다. 실제로 모든 뇌종양의 2/3가 양성 종양에 해당한다

뇌종양은 세포가 시작된 부위에 따라 분류되는데 뇌에서 시작된 경우를 원발성, 신체의 다른 부분에 시작하여 뇌로 퍼진 경우 이차성 혹은 전이성 뇌종양이라고 부른다. 뇌종양으로 진단된 환자들은 대부분 뇌기능이 떨어지거나 생명을 잃을 걱정으로 매우 불안해 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양성 뇌종양인 경우 치료가 잘되어 생명이나 다른 신경학적 이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이전의 뇌종양의 치료는 수술적 치료를 하는 것이 유일한 치료방법이었다. 하지만 뇌바닥에 발생하거나 뇌의 중요한 운동중추나 언어중추 그리고 뇌간 주변에 종양이 발생한 경우에 수술이 어려운 경우가 많고 수술 후 장애를 남길 위험이 많아 다른 치료 방법을 고안하게 되었다.

1968년 스웨덴의 신경외과 렉셀 교수와 라손 박사는 최소로 감마선을 이용한 정위적 방사선 수술기계를 고안하여 ‘감마나이프’라는 방사선 수술 기계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뇌종양 환자를 치료하기 시작했는데, 현재 전 세계적으로 널리 보급되어 사용되어지고 있다.

1994년 스탠포드 대학의 신경외과 교수 존 아들로 박사는 감마나이프가 뇌에만 사용되는 것의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로봇기술과 미국의 항공 우주국 NASA의 항법기술을 결합시켜 ‘사이버나이프’라는 방사선 수술 기계를 탄생시켰다. 사이버나이프의 장점은 로봇팔을 이용하여 다양한 각도에서 방사선을 조사할 수 있다는 것과 환자가 숨을 쉴 때 위치가 변하는 것을 실시간으로 감지하여 역동적인 방사선 조사를 할 수 있다는 것으로 뇌뿐만 아니라 전신에 발생한 종양에도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사선 수술은 일반적 방사선 치료기기와는 다르게 오차 범위가 0.2mm 이내로 병변에만 고농도의 방사선을 조사하며 주변의 뇌 조직에는 최소한의 방사선만 들어가므로 매우 안전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뇌종양 세포가 방사선을 맞게 되면 세포안의 DNA가 파괴되어 세포를 죽이게 되어 더 이상 종양이 증식할 수 없게 만든다. 마치 세포조직을 수술하듯이 제거할 수 있다고 하여 방사선 수술(Radiosurgery)이라고 명명되었다. 그러나 종양의 크기가 3cm 가 넘는 경우에는 방사선의 조사량이 많아져 추천하지는 않으나 최근에는 분할 치료를 통해 4~5cm 크기의 종양도 치료하여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양성 뇌종양뿐만 아니라 전이성 뇌종양인 경우에도 방사선수술의 효과는 매우 좋아 뇌 안에 10개미만의 전이성 뇌종양 병소가 있는 경우에는 종양을 쉽게 치료할 수 있다. 다만 종괴가 커서 뇌부종이 심한 경우에는 수술이나 고식적인 방사선 치료가 더 좋다. 전이성 뇌종양의 경우에는 폐암이나 유방암 등 원래의 암이 해결되지 않으면 방사선 치료 후 추적 검사에서 또다시 새로운 전이 병소가 발견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항암치료도 병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저자는 수술과 사이버나이프 방사선 수술을 겸해서 치료하다보니 종양이 중요한 뇌신경이나 뇌간 혹은 혈관에 단단하게 붙어서 제거할 때 위험한 경우에 무리하게 수술하지 않고 일부 남겨둔 후 3~6개월 후에 방사선 수술을 시행하면 보다 안전하게 종양을 치료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야구로 따지면 수술이 선발투수이면 방사선수술은 든든한 구원투수가 되어 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는 것과 같다.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과 같이 어려운 위치에 양성뇌종양을 수술로 무리하게 잡으려다 고령의 환자나 지병이 있는 환자들에게 생명의 위협이 될 수도 있다. 최첨단의 방사선수술은 모든 뇌종양에 사용될 수는 없지만 좋은 적응증의 경우에는 의사에게 더할 나위 없는 구원투수임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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