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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고용부 장관이 발표했는데 "정부 공식 입장 아니다"는 대통령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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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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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장관이 직접 발표한 주 52시간 근무제 개편 방안을 대통령이 하루 만에 부정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개편안에 대한 보고도 받지 못했다며 어깃장을 놨다. 경찰청이 대통령 재가를 받기도 전에 치안감 인사를 유출했다며 논란이 벌어지더니 이번주 들어서만 두 차례나 대통령 패싱 소동이 발생한 것이다. 정상이 아니다. 이 정도면 대통령실과 각 부처 간 소통 그리고 보고와 결재 절차에 문제가 없는지 시급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23일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과도하게 경직적인 주 52시간제를 유연하게 개선하는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중요한 노동 이슈인 만큼 모든 언론이 '정부가 주 52시간제 대수술에 나섰다'고 대서특필했다. 그런데 24일 출근길에 관련 질문을 받은 윤석열 대통령은 "아직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발표된 것은 아니다"고 했다. 정부세종청사에서 노동 주무부처 장관이 발표를 하고, 기자들과 질의응답까지 했는데도 '정부 입장'이 아니라는 건 선뜻 수긍하기 힘들다.

대통령은 또 "어제 보고를 받지 못한 게 아침 언론에 나온 것"이라고도 했다. 대통령의 질책성 발언에 당황한 고용부가 부랴부랴 전날 개편안이 최종 안은 아니라고 해명하고 나섰는데 장관 체면이 말이 아니다. 사실 주 52시간제 개편은 일주일 전에 발표된 윤석열호의 첫 경제정책방향에 포함돼 있는 내용이다. 그러니 고용부로서는 따로 보고할 필요성을 못 느꼈을 법하다. 다만 지난달 국회 첫 시정연설 때 밝힌 3개 개혁과제 중 하나가 주 52시간제 등 노동개혁 이슈일 만큼 대통령 관심사라는 점에서 대통령실과 보고 여부를 조율하는 게 바람직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 각 부처에선 대통령에게 언제 얼마나 자세하게 보고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각 부처 장관을 중심으로 국정을 이끌겠다는 약속을 한 만큼 대통령실은 이번 기회에 꼭 보고해야 하는 사안과 각 부처가 자체 처리할 사안에 대해 명쾌하게 가르마를 타주는 게 필요하다. 명확한 기준을 세우지 못하면 대통령 패싱 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또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건 대통령실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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