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美·유럽 “원전 인재·기술 빨리 키워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에너지 자립과 기후 대응 위해 신규 건설 나섰지만 인력·기술난

佛 “원전14기 추가 건설”… 현장인력 수천명 국가차원 훈련

조선일보

프랑스 플라망빌 원자력발전소의 차세대 유럽형 가압 경수로(EPR) 건설 현장. /로이터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서방국가들이 앞다퉈 새 원전 개발과 함께 실무 인력 육성에 나서고 있다고 23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1979년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으로 서서히 원전 비율을 줄여왔던 이 국가들이 에너지 대란 위기와 함께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원전 비율을 대폭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WSJ는 이날 “세계 각국 정부는 기후변화에 대처하고 러시아 가스 등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원전을 바란다”며 “미국은 물론 영국, 폴란드, 체코,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들은 일제히 새 원전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50년까지 ‘탄소 제로’에 도달하기 위해선 전 세계 원전 발전 용량이 현재의 배가 돼야 한다고 WSJ는 전했다.

원전 소비량 1위인 미국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취임 직후 차세대 소형 모듈 원자로(SMR) 등을 개발하는 데 7년간 32억달러(약 3조6000억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SMR은 기존 대형 원전의 원자로·증기발생기·냉각펌프 같은 기기를 한 용기에 넣어 일체화한 것이다. 안전성·효율성·경제성을 극대화한 새로운 개념의 차세대 원자로로 평가받는다. 바이든 행정부는 신재생에너지와 더불어 SMR을 탄소 중립을 실현하는 핵심 기술로 보고 있다.

미 에너지부의 지원을 받는 누스케일 파워는 SMR 최초로 2020년 9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 인증 심사를 마쳤다. 누스케일은 SMR 12기를 묶어 720메가와트급 원전 단지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소는 2035년까지 전 세계에서 SMR 650~850기 건설이 추진돼 시장 규모가 2400억~4000억파운드(약 379조~632조원)로 확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선일보

원전 의존도가 70%에 이르는 프랑스도 최근 원자력 프로그램 재건을 위해 517억유로(약 70조원)를 투자해 2035년까지 원전을 최다 14기 짓기로 했다. 영국은 2050년까지 전력 구성의 25%를 원전으로 달성할 계획이다. 체코도 2020년 37%인 원자력 비율을 46∼58%까지 높일 방침이다.

그러나 이 국가들은 수십 년간 원전 개발이 중단돼 현장 경험을 갖춘 인력과 기술이 모두 부족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원전 총 56기를 운영하는 세계 둘째 ‘원전 대국’ 프랑스는 노르망디 해안의 플라망빌 원자력발전소에 차세대 유럽형 가압 경수로(EPR)를 짓고 있지만 완공이 계속해서 지연되고 있다. 프랑스 전력공사(EDF)는 2007년 원자로 건설을 시작해 2012년 완공을 목표로 했지만 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용접 기술자들이 7년 전 원자로 냉각 시스템 주변에서 발견된 하자 110건을 고치고 있다. 결국 지난 1월 EDF는 플라망빌 원자로에 연료를 담는 날짜를 당초 일정보다 10년 이상 늦은 2023년 중반으로 미뤘다. 그 과정에서 당초 33억유로(약 4조4690억원)로 잡았던 소요 예산은 127억유로(약 17조1991억원)가 돼 4배 가까이로 늘어났다.

이에 더해 프랑스 원전 12기는 부식 검사와 수리를 위해 최소 수개월에서 수년간 작동을 멈춘 상태라고 WSJ는 전했다. 또 16기는 점검·업그레이드 목적으로 운영이 중단됐다. 전체 원전의 절반이 멈춰 발전량이 급감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원전 의존도가 70%에 달하는 프랑스의 전력 구조상 올겨울에는 부분적 정전이나 전력 수입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라며 “러시아산 에너지를 대체하려는 유럽 국가들의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됐다”고 했다.

미국도 상황은 비슷하다. WSJ는 “1979년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이후 미국도 원전 공사를 거의 중단하다시피 했다”며 “조지아주에서 건설 중인 보글 원전도 부품 산업 붕괴, 예산 초과, 공기 지연 등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2008년까지 원전 253기를 건설했던 미국은 지난 10여 년 동안 단 2기만 완공했다. 지난해 완공된 핀란드 올킬루오토 원전 3호기에서도 용접이 잘못돼 원자로를 지탱하는 콘크리트 바닥의 방수 능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 때문에 각국은 뒤늦게 기술자 육성에 나서고 있다. 영국은 지난 4월 남서부 서머싯에 짓고 있는 ‘힝클리포인트 C’ 원전 개발을 위해 ‘용접 훈련 센터’를 개설했다. 원전 관련 매체인 ‘월드뉴클리어뉴스’는 “원전 개발에 필요한 인력을 대기 위한 것으로 매년 원전 용접공 500명이 배출돼 작업에 곧바로 투입될 것”이라고 했다. WSJ는 “프랑스도 원전 개발을 위한 엄격한 요구 조건을 맞출 수 있는 현장 인력 수천 명에 대한 (국가 차원의) 훈련을 시작했다”고 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설립한 미 원자로 기업 테라파워 관계자는 “용접과 건설 등 원자로 건설을 위한 기술자를 육성하는 데엔 특별한 교육이 필요하다. 숙련된 기술자가 부족한 것이 원자력 업계의 가장 큰 해결 과제”라고 했다.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