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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친명파 안쓰고 마이웨이… 김동연, 이재명과 차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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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지사 인수위부터 李 추천 인사들 거절

金측 “대장동 수사 등 연루… 李사람들과 당장 같이 못 간다”

“인연보다 실력” 비서실장 공모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동연 경기지사 당선인이 인수위부터 전직 지사였던 이재명 의원과의 차별화에 나섰다. 이 의원 측이 추천한 인수위원들을 거절한 데 이어, 최근엔 국민의힘에 협치를 제안하는 등 ‘마이웨이’를 시작한 것이다. 야당 안팎에선 김 당선인이 지난 대선 때 이 의원의 설득으로 민주당에 입당했지만, 이번 지방선거 당선을 계기로 협력에서 경쟁 관계로 바뀐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조선일보

/일러스트=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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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원 측은 6·1지방선거 직후 김 당선인 측에 인수위원을 추천한 것으로 24일 알려졌다. 여기에는 이 의원 측근인 김용 전 경기도 대변인, 이석훈 전 경기도주식회사 사장 등이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김 당선인 측은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자기들만의 인수위원 명단을 발표했다. 한 인사는 “발표 날까지도 인수위원으로 선정되는 줄 알았다”며 “이 의원 측근들도 확정 명단을 나중에 듣고 당황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당선인 측 관계자는 “이 의원을 둘러싼 검찰의 대장동 수사 등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돼 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당장 같이 가기는 힘들다”며 “다만 김용 전 대변인도 자문위원으로 함께 일하고, 나머지 ‘이재명 사람들’도 실무로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이 의원과 가까운 4선의 정성호 민주당 의원도 인수위원장 내정설이 돌았지만, 김 당선인이 막판 마음을 바꿔 먹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당선인은 정치인을 배제하고 전문가 위주의 인선을 짜고 있다. 공동 인수위원장에는 40대 벤처기업인인 반호영 네오펙트 대표를 앉혔고, 20명의 인수위원 대부분이 교수 등 해당 분야 전문가다. 특히 김 당선인이 경기지사 비서실장을 정치인이 아닌 도청 내부 공모를 통해 뽑기로 한 것은 파격적이란 평가다. 김 당선인 측은 “인연보다 중요한 것이 실력”이라며 이를 ‘유쾌한 반란’이라고 명명했다. 이 의원이 과거 성남시에서부터 함께했던 측근들을 경기도 요직에 앉힌 것과 확연한 차이가 있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낙하산 인사를 안 하겠다는 의지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전직 지사와 같은 민주당 소속인데, 전혀 예측이 불가능해 인사와 조직 구성을 앞두고 도청 내부가 어수선하다”고 했다.

김 당선인은 정책 면에서도 차별화에 나섰다. 이 의원이 하지 못했던 경기북도 설치 공약 등을 앞세우고, 이 의원이 지역균형 발전 명목으로 추진했던 공공기관 이전은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의 ‘퍼주기’ ‘포퓰리즘’을 의식해서인지 연간 100만원씩 주는 ‘예술인 기본소득’도 이름을 ‘경기 찬스’로 바꿨다. 민주당 관계자는 “김 당선인은 경제 부총리를 하면서 재정건전성을 들어 퍼주기에 반대한 대표적 인물”이라며 “도정 역시 이 의원과는 다른 길을 갈 것”이라고 했다. 김 당선인은 국민의힘과의 접촉 면도 넓히고 있다. 무산 위기에 놓이긴 했지만 기존 민주당 방식과는 달리 국민의힘 경기도당에 인수위원 2명을 추천해달라고 했다. 또 국민의힘 소속의 오세훈 서울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인뿐 아니라 남경필 전 경기지사와도 만나 “여야, 진영 상관 없이 협력하자”고 했다.

이 의원 측은 김 당선인에게 서운해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와중에도 김 당선인이 0.15%포인트 차이라도 신승한 건 이 의원 덕 아니겠냐”며 “문재인 대통령과 각을 세웠던 김 당선인을 당으로 이끌고 경기지사 후보 공천까지 받게 해준 뒤에는 이 의원이 있는데 노골적 ‘이재명 지우기’는 곤란하다”고 했다. 하지만 김 당선인은 “경기도에 김동연의 색깔을 입히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동안 비판을 자제해왔던 이 의원에 대해서도 우회적으로 “지난 대선 패배 이후 이번 지방선거까지 성찰이 부족했다”며 각을 세우는 모습이다. 야권의 한 원로는 “국민의힘에는 대선주자들이 넘쳐나는데 민주당에는 이재명 한 명뿐”이라며 “중도·보수 색깔을 가진 김 당선인이 도정을 잘 이끌고 민주당 내 세력을 만든다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했다.

[김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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