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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원전 ‘바보 논쟁’...“탈원전 바보짓” vs “전 세계 바보냐” [여의도 고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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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창원 원전산업 현장 방문...“5년간 바보 짓” 文 정권 비판

민주당 “국민 안전은 없나...원전, 사양산업인데 왜 늘려” 반박

‘여의도 고구말’은 국회가 있는 여의도와 고구마, 말의 합성어로 답답한 현실 정치를 풀어보려는 코너입니다. 이를 통해 정치인들이 매일 내뱉는 말을 여과 없이 소개하고 발언 속에 담긴 의미를 독자와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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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경남 창원에 있는 원전 설비업체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2일 경남 창원에 있는 원전 설비 업체인 두산에너빌리티를 찾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국내 원전산업의 위기를 초래했다고 발언했다. 그동안 탈원전 정책의 문제점을 끊임없이 지적해 왔기에 새삼스럽지 않지만, 이날 강도 높은 발언으로 민주당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尹 “5년간 바보 같은 짓 안 했더라면”...文 정권 정면 저격

대선후보 시절부터 “원전 건설 중단은 국가 범죄”라면서 맹비난해왔던 윤 대통령은 이날 현장서는 더욱 발언의 수위를 높였다. ‘5년간 탈원전 정책이 바보 같은 짓’이란 표현을 쓰면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저격했다.

“지난 5년 동안 바보 같은 짓 안 하고 원전 생태계를 더욱 탄탄히 구축했더라면 지금 아마 경쟁자가 전혀 없었을 거라고 확신한다”

우리나라 원전 기술력은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예산에 맞춰 적기에 시공해 신뢰도 또한 높다. 그럼에도 지난 5년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원전 산업 관련 업체들도 위기를 맞았다. 신한울 3·4호기 사업이 중단돼 일감이 줄어들었고, 해외 원전 수주도 마찬가지로 잘 이뤄지지 않았다.

원전 건설을 원하는 해외 국가들이 있지만 자국 내에서는 지원을 받지 못하는 원전 설비를 해외에서 신뢰하면서 팔아줄 리가 만무하다. 또 해외 원전 수주는 정부의 외교적 도움 없이는 사실상 힘들다.

윤 대통령은 그간 강조해온 탈원전 폐기 방향성을 제시했다. 아울러 국내 원전 산업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도록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신한울 3·4 건설 재개를 위한 지원과 체코·폴란드 등에 원전 수출할 수 있도록 전방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2025년까지 원전 업체에 1조원 이상의 일감을 발주, 또 3조원 이상을 기술개발(R&D)에 투자하겠다고도 밝혔다.

현 원전 업계, 전시 비유...“관료적 사고 버려야”

윤 대통령은 이날 현재 원전 업계가 처한 상황을 전쟁에 비유하면서 비상한 각오로 임해주길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 여기 원전 업계는 전시다. 탈원전이라는 폭탄이 터져 폐허가 된 전쟁터”라면서 “전시엔 안전을 중시하는 관료적인 사고는 버려야 한다”고 특히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안전을 경시하라는 의미는 결코 아닐 것이다. 다만 표면상 드러난 표현만을 놓고 봤을 때는 안전을 강조하지 말라는 뜻으로 오해를 살 수 있다.

이와 관련된 비판적 언론 보도가 나가자 대통령실은 “누구나 문맥을 보고 알 수 있듯 대통령이 강조한 것은 늘 해 오던 ‘안전한 방식’으로 일하지 말고 ‘비상한 각오’로 대처해 달라는 주문”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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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의 부당성을 정면 반박하는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사진=연합뉴스

민주당, 원전 사고 위험성 간과한 尹 지적

민주당은 ‘안전을 중시하는 관료적 사고 버려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공세를 펼쳤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윤 대통령의 발언 다음 날인 23일 서면 논평을 통해 “‘원전 안전 중시가 관료적 사고’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은 정말 위험천만하다”면서 “원전사고가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는 것 같다. 대통령의 발언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우원식·한정애·박주민 등 다수 민주당 의원들은 자신들의 SNS를 통해 비슷한 취지의 발언들을 쏟아냈다. 우원식 의원은 “대통령의 무지가 국민에게 얼마나 큰 재앙을 가져올지 두려울 지경”이라며 “원자력계 이익을 위해서라면 국민 안전 따위는 무시해도 된다는 ‘바보 같은’ 발언은 거두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박주민 의원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중시하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할 관료적인 사고가 아니다. 공직자로서 갖춰야 할 첫 번째 덕목”이라면서 “다른 어떤 에너지보다 더 안전에 신경을 써야 함에도 이렇게 얘기하는 건 원전의 특성도 무시하는 것이다. 많은 국민이 우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성환 “원전, 사양산업...전 세계가 바보냐”

윤석열 정부의 원전 확대에 대한 민주당의 정책적 반박도 있었다. 원전이 사양산업임을 전 세계가 인정하는데 반대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탄소중립을 위해선 일정 부분 원전의 역할은 간과할 수 없지만, 원전을 늘리겠다는 것 옳지 않다는 주장이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3일 정책조정회의 모두발언에서 윤 대통령의 탈원전 정책 폐지 및 원전 확대 정책 언급에 대해 “기후 위기시대 세계적인 에너지 산업동향과는 정반대의 발언이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국제에너지기구의 세계에너지 투자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재생에너지 투자는 전체에너지원 투자의 69.2%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원자력 분야 투자는 재생에너지 투자의 팔분의 일도 안 되는 8.3%에 불과하다”면서 “현재 전 세계에서는 441기의 원전이 가동 중인데 그중 2050년까지 폐쇄되는 원전은 그 절반인 203기에 이르지만 신규 원전건설 구상 발표까지 발표된 것을 다 합하더라도 52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전은 발전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지만 사고가 나면 치명적으로 위험하고 길어야 50년 사용을 위해 사용 후 핵쓰레기를 무려 20만년 이상 안전하게 보관해야 하는 단점이 있고 이 때문에 사실상 사양 산업임을 전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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