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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60·70대 근육 언니들이 말한다 “50대? 운동하기 딱 좋은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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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김순옥씨(72)는 마라톤 풀코스를 200번 이상 완주했다. 탄탄한 몸과 활력이 남다른 진정한 근육부자다.


근육 감소가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이라고 받아들이는 시대는 지났다. 2017년 세계보건기구(WHO)는 ‘근감소증(Sarcopenia)’을 정식 질병 코드로 등재했다. 근감소는 비만, 당뇨, 고혈압, 골다공증과 같은 만성 질환과 인지기능 저하, 뇌졸중, 치매까지 다양한 질환 발생의 주요 요인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잇따르고 있다. 젊을 때도 하지 않던 운동, 중년이 돼서 할 수 있을까? 섣불리 했다가 관절이나 허리만 다치는 게 아닐까? 50대 늦은 나이에 운동을 시작해 활력 넘치는 일상을 보내고 있는 3인의 ‘언니들’에게서 해답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근육 부자가 진짜 부자가 되는 100세 시대. 그들이 말한다. “오늘이 제일 젊은 날, 운동 시작하기 딱 좋은 나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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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 한강변 10km를 달리는 시간은 김순옥씨에게 오로지 혼자될 수 있는 힐링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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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게 배운 운동, 힐링이었다

여성 아마추어 마라토너 김순옥씨(72·사진)를 만났다. 조심스레 나이를 묻자 그는 말 없이 주민등록증을 꺼낸다. 선명하게 찍혀 있는 1949년. 당당한 표정과 탄탄한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활력이 젊은 사람 못지않았다. 김순옥씨는 일도 운동도 여전히 현역이다. 건축사사무소를 운영 중인 그는 일하면서도 월·수·금요일은 ‘퍼스널 트레이닝’(개인 교습·PT)으로 중·고강도 운동을 하고 주말에는 새벽 5시에 일어나 10㎞씩 한강변을 달리는 유산소 운동을 병행한다. 그가 본격적으로 마라톤을 시작한 것은 50대 후반이다. 사업에다가 가정에서 시어머니까지 모시고 살던 그는 고된 일상을 견딜 에너지가 필요했다.

“에너지를 채우려면 힘이 있어야 하고 힘을 기르려면 운동이 필수잖아요. 굳이 마라톤이었던 이유는 별다른 준비 없이 혼자서 맨몸으로 언제든 할 수 있는 운동이기 때문이었어요.”

김순옥씨의 하루는 늘 남들보다 이른 시간에 시작한다. 젊은 시절부터 출근 전 새벽 5시 조깅을 해왔다. 그 시간은 오롯이 혼자만의 힐링 타임이기도 하다. 결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 열심히 뛰다 보니 마라톤에 입문했고 결국 풀코스(42.195㎞)를 3시간20분대에 완주하며 반평생 모르고 살았던 적성도 발견했다. 자신감을 얻은 그는 혈혈단신 세계 마라톤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했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라 그런지 달리는 게 너무 좋았어요. 그러다 2008년 ‘뉴욕 마라톤 대회’와 ‘워싱턴 해병대 마라톤 대회’ 60~64세 그룹(Age Group)에서 2등도 하고요. 그다음 해인 2009년 보스턴 국제 마라톤 대회에서는 1등 트로피를 탔어요. 국내 아마추어 선수 중 1등은 제가 처음이라고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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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6대 마라톤 메이저 대회에 모두 참가한 그는 보스톤 마라톤대회에서는 3시간 20분대로 주파 에이지 그룹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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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그는 세계 6대 메이저 마라톤 대회를 섭렵하고 해외 40여 곳을 다니며 대회에 참가했다. 직장이 있던 그의 마라톤 출전은 금·토·일을 이용한 강행군이었다. 그는 국내대회까지 합치면 공식적인 풀코스 마라톤 기록증이 130장이다. 비공식적으로는 200장이 훌쩍 넘을 거라 말한다. 그의 집 안 구석구석 쌓여있는 메달 앞에 서니, 관절! 관절은 괜찮냐는 말이 절로 나온다.

“기록에 욕심을 내다보니 많이 다쳤죠. 고관절, 발목, 허리, 햄스트링(허벅지 뒤 근육) 통증도 오고 피로 골절로 한동안 걷지도 못한 적도 있어요. 아플 때는 무조건 쉬어야 나아요. 그리고 뼈를 지지하는 것이 근육이라 나이가 들수록 근력 운동이 필수라는 걸 느끼고 2011년도부터 PT를 시작했어요.”

그는 PT를 받기 전에는 팔굽혀펴기를 단 두세 번밖에 못했으나 이제는 30개 3세트는 기본으로 할 수 있는 몸이 됐다. 매년 건강검진을 통해 건강한 관절과 골밀도를 확인하고 있는 그는 80세 넘어서까지 달리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한다.

“달리기는 모든 동물이 발걸음을 떼면서 자연스레 시작하는 운동이에요. ‘나는 못 달려’라는 말은 통하지 않죠. 혼자 뛰기 힘들다면 러닝앱을 사용한다던가 여러 사람이 함께 뛰는 러닝 아카데미에 가입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김순옥씨는 달리기에서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팔을 뒤로 치듯 반동을 이용해 달리고 다리는 대퇴부를 끌어올린다는 느낌으로 뛰면 자세가 곧아진다고 강조했다. 자신은 풀코스를 달리지만, 50대 어린(?) ‘동생’들에게는 피부 노화를 막기 위해 자외선 차단제를 꼼꼼히 바르고 하루 7~10㎞ 이상 뛰지 말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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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축구 대회를 제패해온 송파구청 여성 축구단 소속 김정희(62), 박영희(61)씨는 50대 뒤늦게 축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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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승전 ‘근력운동’

서울 송파여성축구장에 들어서니 운동장을 뛰는 사람들의 기합이 프로 축구단의 기세를 방불케 한다.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들로 이뤄진 송파구 여성축구단의 이력은 화려하다. 2017년부터 현재까지 각종 대회에서 우승 49회, 준우승 18회를 기록했고 최근 열린 ‘2021 생활체육 서울시민리그’에서는 우승을 차지했다.

김정희씨(62·사진 왼쪽)는 1기 창단 멤버다. 1998년 송파구청이 지방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여성축구단을 창단했고 당시 동사무소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던 그는 키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축구단 가입을 권유받았다. 그전까지는 운동이라곤 해본 적 없는 평범한 주부였다.

그는 “반강제적으로 엉겁결에 시작하긴 했지만 20년 넘게 꾸준히 운동을 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 늘 몸에 좋은 것을 생각하다 보니 평생 안고 살던 편식 습관도 고쳤다”고 했다.

박영희씨(61·사진 오른쪽)는 2기 멤버로 중학교 때까지 육상과 핸드볼 선수로 활동한 ‘선출’(선수 출신)이다. 단단한 체구에 공 드리블 실력이 남다른 이유다. 그는 “축구팀 훈련이 월·수·금인데 하루라도 빠지면 몸이 무겁고 오히려 피곤해지는 것 같다. 무엇보다 젊은 동생들과 나이를 잊고 사는 게 제일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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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주 3일 꾸준히 축구장에 나와 훈련하고 있다. 또래가 주로 하는 걷기 운동은 성이 차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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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멤버가 나란히 앉아 있으니 20·30대 젊은 선수들이 “언니, 안녕하세요!”라며 경쾌하게 인사를 건넸다. 두 사람은 “요즘 어디 가서 20대들에게 언니라는 소리를 듣겠나’며 입을 모은다.

김정희씨는 또래들이 하는 ‘걷기 운동’을 하다가 성이 차지 않아 그만둔 터였다.

“걷기 운동은 체질에 안 맞더라고요. 운동이라면 자고로 땀이 나야지. 걷기 운동 가자고 하면 짜증 나고 싫더라고요. 우리끼리는 그래요. 걷기 운동은 열심히 걷고, 열심히 먹는 ‘살찌는 운동’이라고요.”

‘손자 돌보다 골병든다’는 말이 있다지만 박영희씨는 6세 손자와 같이 뛰는 강철 체력을 가진 할머니다.

“제가 종종 외손자를 돌봐주고 있는데 저와 같이 노는 모습을 보면 다들 놀라요. 한 번은 세 살 차이인 사돈이 쉴 새 없이 뛰고 움직이는 ‘에너자이저’ 손자와 운동하며 놀아주는 제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더라고요.”

두 사람은 제2의 사춘기라는 갱년기도 별다른 증상 없이 훌쩍 넘어갔다고 했다. 이는 꾸준히 운동하는 ‘언니’들의 공통된 특징이기도 하다.

“주위를 보면 누군가는 몸이 힘들어서 어쩔 줄 모르고 또 정신적으로 힘들어 우울증 약을 먹기도 한다는데 우리는 갱년기인지도 잘 모르고 지나갔어요. 운동을 꾸준히 한 건 여러모로 복이라고 생각해요. 가끔은 내 나이조차 잊고 살아요.”(김정희)

“맞아요. 누가 몇 살이냐고 물어보면 금방 대답이 안 나와요. 매일 50세인 줄 알고 살고 있어요. 특히 사우나에 가면 또래들과 확실히 차이가 나죠. 우리는 아직 ‘힙업’이 되어 있으니까.”(박영희)

SBS 예능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의 인기로 여성 축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축구를 해보고 싶은 40대 이상 여성들에게는 섣불리 도전하기보다는 축구보다 작은 규모의 ‘풋살’로 훈련해보는 것을 권한다. 김정희씨는 “운동 좀 한다는 분들이 와서 한 번 경기를 뛰고 부상을 입고 돌아가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축구에서 쓰는 근육은 따로 있어 일정 기간 훈련이 필요하다. 작은 구장에서 공을 다루고 패스하는 풋살로 시작해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박영희씨는 근력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어떤 종목이든 중년의 운동은 근력 운동이 기본이 되어 있어야 한다”며 “근육이 없이 의욕만 앞서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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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층 근력 운동은 강도보다 빈도다.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운동의 패턴을 찾아가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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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층 그리고 노년층의 근력 운동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우선 운동 전 스트레칭이 중요하다. ‘온핏스마트짐’ 박병선 PT 매니저는 “평소 쓰지 않아 짧아진 부분의 근육을 무리하게 사용해 운동하면 다칠 수 있어 충분한 스트레칭이 필수다. 본격 운동에 들어가기 전 10~15분 충분히 준비 운동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시니어 근력 운동을 ‘강도’보다는 ‘빈도’라고 강조했다.

그는 “근력 운동을 한 번에 오래 한다고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다. 보통 시니어의 경우 30분~1시간 이내 운동을 끝내야 한다”며 “2시간 이상 넘어가게 되면 오버트레이닝으로 몸이 지쳐 해로울 수 있다. 다음날까지 활동에 무리가 갈 정도의 운동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운동 후 휴식도 필수다. 하루 근력 운동을 했다면 이후 48시간은 가벼운 유산소 운동으로 대체한다. 근육은 휴식을 취하고 회복되는 과정에서 생성되니 무리하지 않는 자신만의 운동 패턴을 만들어가는 것이 좋다. 관절염, 디스크, 오십견 등 특정 질환을 가진 경우 체형 및 체력 분석을 통해 상태를 살핀 뒤 전문가와 함께하는 맞춤 운동을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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