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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보름 동안 상·하한가 롤러코스터 탄 주식, 정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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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김수헌의 투자 ‘톡’ㅣ널뛰는 무상증자 주식

한달 주가 치솟다 추락 기업, ‘무상증자’ 공시 공통분모

‘선수’ 작전 결합때 피해속출…손실 큰 개미들 조바심


한겨레

2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큰 폭으로 하락한 코스피 지수가 표시돼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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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업이 있다. 주가가 6거래일 잇달아 상한가를 쳤다. 그러고는 곧바로 9거래일 동안 계속 급락했다. 이 가운데 이틀은 하한가다. 지금 주가는 연속 상한가 전의 수준을 밑돈다. 최근 15거래일 동안 주가는 1만원에서 장중 4만3950원까지 치솟았다가 7110원까지 추락했다. 어떤 기업은 이틀 상한가를 기록한 뒤 6거래일 가운데 5일간 하락했다. 주가는 6만1200원에서 장중 12만9100원까지 오른 뒤 급락을 거듭했다. 5만9000원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이들 말고도 최근 한달여 새 주가가 불쑥 솟았다가 추락한 기업이 여러 곳 있다. 무상증자 공시를 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하나 있다. 일반 개미투자자를 현혹하여 이득을 취하려는 ‘선수’들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무상증자는 일반적으로 주가에 호재로 작용한다. 무상증자 공시 이후 주가 오르내림 폭이 커지는 것을 보는 건 어렵지 않다. 그러나 상한가와 급락을 연속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동물임상(비임상) 전문기업 노터스 사례가 단적이다. 지난달 9일 1 대 8의 무상증자 공시를 했다. 구주 1주당 8주의 무상신주를 배정한다는 이야기다. 대개의 무상증자 기업은 1 대 1 또는 1 대 2를 추진한다. 좀 높다 해도 1 대 3이다. 1 대 5도 사실 드문 편이다. 그런데 이 기업은 무려 1 대 8 무상증자를 하겠다고 나섰다.

3만원대 치솟다 7000원대로 떨어진 주식


20평짜리 집에 방만 딱 2개 있다 하자. 안방은 15평이고, 건넌방은 5평이다. 집 전체 평수를 그대로 두고 건넌방을 10평으로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다. 안방을 5평 줄이는 수밖에 없다. 한집 안에서 방의 크기를 조정한다 하여 집의 가치가 변하는 것은 아니다.

무상증자에 그대로 대입해보자. 무상신주를 발행하면 자본금(액면가×발행주식수)은 증가한다. 주식대금(현금)이 들어오지는 않기 때문에 자본총액(집 평수)은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자본총액 구성요소 가운데 하나인 자본금(건넌방)은 커져야 한다. 그래서 기업은 자본총액 내 잉여금 일부를 자본금으로 전입시켜 무상신주 발행 재원으로 활용한다. 안방(잉여금)을 줄여 건넌방(자본금) 크기를 키우는 것이다. 잉여금이 5만원 줄고 자본금이 5만원 커지면서 자본총액은 20만원으로 유지된다.

무상증자는 바로 이러한 회계 이벤트다. 기업의 근본가치에 변화가 생기는 게 아니다. 그럼에도 몇가지 요인 때문에 무상증자는 주가에 호재가 되는 경우가 많다. 무상증자를 하면 증가하는 주식수만큼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정한다. 예를 들어 현재 주가가 1만원, 총발행주식수가 10주라면 시가총액은 10만원이다. 1 대 1 무상신주가 배정되고, 상장되면 총발행주식수는 2배, 즉 20주가 될 것이다. 한국거래소는 무상신주 배정 시점에 시초가를 5000원으로 조정한다. 이후 주가는 시장 참여자들의 매수 매도세에 따라 결정되며 흘러간다. 1만원짜리 1주 보유 주주는 이론적으로 무상증자 이후 5000원짜리 2주를 보유하게 된다.

그런데 왜 무상증자가 주가에 긍정적이라고 하는 걸까. ‘착시효과’를 거론하는 사람들이 많다. 1만원대 주식이 어느 날부터 5000원대에서 거래되면 싸게 느껴진다. 매수세가 강해질 수 있다. 유통주식수가 증가하고 주가가 예전보다 낮으면 호재 발생 때 거래가 활발해질 수 있다. 주가에는 좋다.

또 이렇게 설명하는 이들도 있다. 주가조정 시점과 무상신주 상장 시점 사이에는 2~3주 시차가 있다. 무상증자 주가조정 시점의 시총은 일단 절반 수준인 5만원으로 기록된다. 무상신주가 상장되면 정상시총으로 복귀한다. 따라서 그 이전에는 시총 규모가 작기 때문에 매수세가 조금만 강해도 주가는 크게 상승할 수 있다.

1 대 3 무상증자라면 시총은 무상신주 상장 전까지 일단 2만5000원대로 쪼그라든다. 시세조종을 위해 투입해야 하는 자금 규모가 훨씬 줄어든다. 그래서 일부 전문가들은 노터스의 1 대 8 무상증자에 작전세력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지적한다.

노터스 주가는 무상증자 공시일(5월9일) 4만9100원에서 5월30일 6만9500원까지 42% 올랐다. 무상증자 주가조정일(권리락일)의 기준주가(시초가)는 7730원으로 정해졌다. 총발행주식수가 9배(1 대 8) 증가할 예정이므로 이를 감안한 것이다.

이날 상한가(1만원)를 포함하여 노터스는 6영업일 연속 상한가를 쳤다. 주가는 3만7050원까지 내달렸다. 이후 하루 매매거래정지를 거친 뒤 주가는 드라마틱하게 급변한다. 9거래일 연속 급락했다. 심지어 이 가운데 이틀은 하한가를 기록했다. 지난 23일 종가는 7110원이다. 5월31일 조정주가(기준주가) 7730원에 못 미치는 것은 물론 무상증자 공시 이전 수준으로 밀렸다.

노터스가 실적이나 재무구조가 양호한 것은 맞다. 전망 좋은 기업이 무상증자를 한다면 주가는 좋은 흐름을 보일 수 있다. 사람들이 몰랐던 특별한 호재가 무상증자와 동시에 알려진다면 이례적인 주가상승세가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러나 노터스가 이런 사례는 아니다. 6연속 상한가 뒤의 9연속 급락이 투자자 간 정상매매 과정의 결과물로 보기는 어렵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른바 ‘선수’들의 개입과 결탁, 작전 가능성까지 거론한다.

무상증자 ‘설’만 돌아도 급등락


노터스까지는 아니나 공구우먼 같은 새내기급 종목의 무상증자 이후 주가 급등락도 눈에 띈다. 이 회사는 상장된 지 석달도 채 안 된 지난 14일 1 대 5 무상증자 공시를 하였다. 유통주식수 부족과 주가 저평가 등을 이유로 들었다. 공시 이후 주가는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주가는 6만1200원에서 10만3300원까지 올랐다. 장중 12만9100원을 찍기도 했다. 이후 주가는 계속 흘러내려 5만9000원까지 추락했다. 이 회사의 주가조정일(권리락일)은 29일이다. 발행주식이 6배 증가하기 때문에 권리락 전날 종가가 6만원이라면 조정주가(기준주가)는 1만원으로 정해진다.

이 외에도 태웅로직스, 케이옥션 등 여러 기업에서 무상증자 공시 이후 주가 급등락이 나타나고 있다. 조선선재의 경우 무상증자 ‘설’이 돌면서 급등락이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무상증자 공시 기업에 대한 투자에 유의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최근 증시 침체로 큰 손실을 입은 개인투자자들의 조바심과 이들을 노린 일부 세력의 장난이 결합한다면 피해는 속출할 수 있다.



<기업공시완전정복> <이것이 실전회계다> <하마터면 회계를 모르고 일할 뻔했다> <1일 3분 1회계> <1일 3분 1공시> 등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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