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선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본부장 고려대 무역학, 미국 다트머스대 MBA, 전 한국은행 조사역, 전 노무라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사진=권영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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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의 엔화 약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 금리 인상 움직임으로 나타났다. 장기간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에 시달리던 일본 입장에선 (엔저가) 자국의 물가를 상승시키고, 소비를 촉진시킬 수 있어, 금리 인상을 통해 자국 통화 가치 방어에 신속하게 나설 필요가 없다.”
권영선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본부장은 6월 3일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에서 최근 달러 대비 20여 년 만의 최저치로 엔화 가치가 추락한 엔저 현상을 이렇게 진단했다. 노무라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권 본부장은 글로벌 통화와 환율 정책 전문가로 유명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엔화가 약세인데 왜 금리 인상을 서두를 필요가 없나.
“2012년 12월 제2차 아베 신조 정부가 출범하면서, 일본의 ‘20년 장기 불황’을 해결하기 위해 엔저와 통화 완화 정책을 기반으로 한 아베노믹스 정책을 시행했다. 일본은행은 2013년 4월부터 ‘물가 상승률 2% 달성’을 내걸었고, 2016년에는 마이너스 금리(-0.1%)까지 도입했다. 그런데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현상과 미국 연준의 공격적 금리 인상 움직임으로 일본 엔화 가치는 20년 만에 최저점을 찍었다. 일본으로 들어오는 각종 원자재 수입품 물가가 올랐고, 이는 소비자물가에 그대로 반영됐다.
그 덕에 일본의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1%를 기록, 2015년 3월 이후 7년 만에 물가 안정 목표치인 2%를 넘겼다. 장기간 진행된 일본의 디플레이션이 해소된 것이다. 과거 물가가 내리는 상황에선 소비자가 물건값이 더 내리기를 기대하며 소비를 뒤로 미루는 경향이 있었다. 침체된 일본 경제가 활성화될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는데 금리 인상을 통한 긴축 정책을 서두를 이유는 없다.”
물가가 오르면 기업이 어려워지지 않나.
”엔저 상황에서 기업은 수출에 유리하지만, 원자재 수입 대금 부담은 반대로 커지게 된다. 그런데 디플레이션 상황이 지속됐다면, 소비 위축으로 기업들은 물건을 많이 팔 수 없고, 물건 가격은 수요가 적어 점점 내려간다. 이렇게 되면 기업들의 생산 활동은 위축되고 경기 침체를 불러 물가를 더욱 떨어뜨리는 장기 불황이 이어지는 것이다. 오히려 지금의 물가 상승은 기업들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일본 정부 역시 물가가 오르면 소비세 등 각종 세금이 덩달아 오르기 때문에 재정 확보에 유리해진다.”
일본은 역환율 전쟁에서 자유롭단 말인가.
“당장은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수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낮은 통화 가치를 추구하던 각 나라의 중앙은행이 달러 강세로 나타난 수입 물가 상승세를 잡기 위해 자국의 통화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을 ‘역환율 전쟁’이라고 한다. 일본은 워낙 기존 물가 상승률이 낮기 때문에 자국의 통화 가치가 떨어지더라도 버틸 수 있다.”
일본은 국채 부담이 있어 금리 인상이 어렵다는데.
”2021년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256%로, 부채 대부분이 국채 형태다. 그런데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을 하면 채권 금리가 오르고, 채권 이자도 많아진다. 부채 이자를 부담해야 할 일본 정부의 재정 부담이 커진다는 뜻이다. 다행히 국채의 90%가량을 일본 국민과 자국 기업이 소유하고 있어, 금리를 인상한다고 해도 일본 경제에 큰 타격이 가진 않을 것이다.”
엔화 약세는 지속할까.
“하반기로 가면서 미국 내 물가가 잡히고 통화 긴축 우려도 줄고, 금리 인상 속도가 느려지면, 글로벌 달러 강세 현상은 누그러질 것이다. 이 말은 다른 나라 통화가 절상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일본 엔화 가치도 다시 올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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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민관 기자(bluedrag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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