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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인맥 아닌, 갑질로 괘씸죄 걸려" 옥주현 사건으로 자성 계기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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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고금평 에디터] [김고금평의 열화일기] '인맥 캐스팅' 너머 '스타의 갑질' 상처 곪아 터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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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옥주현.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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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에서 '원탑'을 찍던 옥주현이 소위 자신과 친한 배우를 꽂아 넣었다는 '인맥 캐스팅' 논란을 고소 취하와 사과로 일단락 지었지만, 후유증은 당분간 계속될 듯하다. 그간 곪고 곪았던 문제가 수면 위로 처음 떠오른 데다, 매출에 기여도가 큰 일급 스타의 무분별한 행동에 제동을 거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되짚어볼 지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뮤지컬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들은 '옥주현 사건'을 인맥 캐스팅 논란으로 몰아가지 않는다. 이 문제는 옥주현이 뮤지컬 '엘리자벳'에 베테랑 배우 대신 자신과 친한 배우를 자신의 스타성을 앞세워 꽂아 넣으며 '스타 권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에서 시작됐다. 급기야 배우 김호영이 '옥장판'이라는 이름으로 간접적인 동의를 표시했고, 이에 옥주현이 발끈해 고소하겠다고 벼른 사건이다.

전문가들은 스타 배우라도 캐스팅에 쉽게 관여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아무리 오랫동안 그 역을 맡았다고 해도 매번 새로 하는 극에선 새로 오디션을 보고 판단 받기 때문에 누구의 '입김'이 작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엘리자벳'처럼 원작자가 직접 관여하는 오디션에는 설사 (국내) 제작자나 스타 배우가 '추천'을 했더라도 참고할 뿐이지, 결국 최종 선택은 오로지 원작자와 오리지널 제작자의 몫이라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뮤지컬 관계자는 "형태적으로 보면 마치 옥주현과 친한 사람들만 뽑혀 음모론으로 해석하기 쉬운 구조가 됐다"면서 "베테랑 배우가 왜 뽑히지 않았는지에 대해선 아무도 얘기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사건은 인맥 캐스팅과 크게 관련이 없다는 설명이다. 외국 제작자가 '능력' 이외에 다른 요소로 한국 배우를 뽑을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그간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던 스타의 반복된 '갑질' 문제가 인맥 캐스팅에도 연결돼 괘씸죄까지 추가된 것이라는 주장이 더 설득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간 자잘한 갑질로 미운털이 많이 박혔는데, 이번에 한꺼번에 터졌다는 것이다. 또 다른 뮤지컬 관계자는 "뮤지컬 동네는 솔직히 노래만 잘하면 인정받고 존중받기 때문에 가요 때보다 뮤지컬의 옥주현이 더 대단해 보인 건 사실"이라며 "그녀의 갑질이 계속된 것도 그런 배경을 무시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름만 대면 다 아는 뮤지컬 스타들도 옥주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뮤지컬계에 몸담은 이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유명한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뮤지컬계로 뛰어들었을 때 일이다. 압도적 대중적 인기를 이미 등에 업고 시작했기에 이곳에서의 '스타트'도 특별했다고 관계자들은 기억했다. 당시 연습실에 함께 있었던 A 관계자는 연습 장면 동선을 짜는 데 이 스타의 매니저가 간섭하고 잔소리하는 바람에 원로 배우들조차 주눅 든 상태에서 연습을 간신히 마쳤다고 전했다.

주변에서 원로 배우들에게 뮤지컬에 입문한 신인을 왜 그렇게 봐주냐는 식으로 물었더니, "우리가 어떻게…"라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수많은 갑질에도 침묵의 시간이 길었던 건 뮤지컬 계가 가요나 영화판보다 더 순진하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원종원(뮤지컬 평론가) 순천향대 교수는 "그간 업계에서 쉬쉬하던 곪은 상처가 복합적으로 터진 사건"이라며 "이 일을 계기로 자성과 반성의 시간을 갖고 더 성숙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고금평 에디터 dann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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