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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금융당국 압박에...은행 대출금리 상단 일주일새 0.6%p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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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일주일 사이에 0.6%포인트가 내려갔다. 7%대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도 자취를 감췄다. 금융당국이 연일 은행의 ‘이자 장사’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면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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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상단이 일주일 사이에 0.6%포인트 내려갔다. 7%대 주담대 상품도 자취를 감췄다. 금융 당국이 연일 은행의 ‘이자 장사’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면서다. 대출 금리 급등에는 제동이 걸렸지만, 가계의 '이자 폭탄' 우려는 커지고 있다. 가계대출의 변동금리 비중이 8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주담대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지난 24일 기준 연 4.75~6.515%를 기록했다. 지난 17일(연 4.33∼7.140%)과 비교해 일주일만에 상단 기준 0.625%포인트 하락했다. 7%대 주담대 상품도 사라졌다. 우리은행이 이날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혼합형)를 연 5.48~7.16%에서 연 5.47~6.26%로 조정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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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지표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한 뒤, 우대금리(가감조정금리)를 빼는 방식으로 정해진다. 고정금리 주담대의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의 금리는 일주일 사이에 0.199%포인트 하락(연 4.147%→3.948%)했다. 주담대 금리 하락 폭(0.625% 포인트)이 이보다 더 컸다. 은행이 우대금리를 높여서 전체 대출금리를 낮췄다는 의미다.



가계 빚 우려에 금융당국 "은행 지나친 이익추구”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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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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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의 대출 금리 인하는 금융당국의 압박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0일 은행장 간담회에서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금리를 보다 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산정하고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 압박에 대해 '관치 금융'이란 지적이 나오자 이 원장은 지난 23일 “은행은 주주의 이익과 공적 기능을 동시에 담당하는 금융기관”이라고 반박했다.

금융당국이 대출금리와 관련해 은행권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은 금리 인상기로 접어들며 가계의 대출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예컨대 매년 6000만원(중위소득)을 버는 직장인 A씨가 30년 만기의 주담대(원리금 균등상환) 3억7300만원(금리 연 4.33%)을 받았을 때, 대출금리가 0.5%포인트 오르면 매달 갚아야 하는 금액이 185만원에서 196만원으로 11만원이 늘어난다.



가계대출 변동금리 비중 8년來 최고



설상가상으로 가계대출의 변동금리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이날 한은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지난 4월 가계대출 잔액 중 변동금리의 비중은 77.3%로 2014년 3월(78.6%) 이후 8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변동금리의 경우 일정 주기마다 대출금리가 달라지는 만큼,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시장금리가 오르면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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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금리 상승기임에도 가계가 변동금리를 선택하는 건 고정금리보다 아직 금리가 낮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기준 4대 시중은행의 신규취급액 코픽스 연동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3.69~5.781%로 고정금리(연 4.75~6.515%)보다 상단과 하단이 각각 0.743%포인트와 1.06%포인트씩 낮다.

변동금리 선호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지난해 8~12월 전국 5000가구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변동금리 선호 가구 중 고정금리와 금리 차가 0.75%포인트면 고정금리로 갈아타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9.8%였다. 금리 차가 0.5%포인트로 좁혀지면 고정금리로 옮겨가겠다는 응답자가 87.5%로 늘어났다.

문제는 앞으로다. 한국은행이 긴축에 더 속도를 내며 대출금리가 더 오를 수 있어서다. 뛰는 물가를 잡기 위해 한은이 다음 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양준석 카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향후 한은의 금리 인상에 따라 대출 시장의 금리가 오르면 가계의 대출상환 부담이 더욱 커지고, 그 결과 가계의 소비나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며 “대출이 많은 저소득층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대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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