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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헬로, 블록체인] 코로나 가자 코인 시장에 곰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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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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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노멀-헬로, 블록체인] 박근모 | 코인데스크 코리아 부편집장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 생활양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마스크 없이는 집 밖으로 나가지도 못했고 친구들과 저녁 식사를 할 수도 없었다. 좋아하는 영화를 보러 가거나 콘서트장에 갈 수도 없었다. 한 가지 장점이라면, 재택근무가 일상화했다는 것 정도를 꼽을 수 있겠다.

그러던 어느 날 기다리던 소원이 이뤄졌다. 아니, 절반의 소원일 것이다. 지난 3년간 우리를 지독히도 따라다녔던 코로나19가 슬그머니 우리 곁을 떠나가고 있다. 하지만 이게 무슨 일인가. 불청객이 찾아왔다. 그것도 무섭게 생긴 곰(Bear)이 왔다. 사실 내심 소(Bull)가 오길 기다렸는데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소와 곰은 뭘까? 다들 잘 알겠지만, 주식 시장에서 상승장(Bull)과 하락장(Bear)을 뜻한다.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이를 그대로 따와서 상승장을 불 마켓, 하락장을 베어 마켓이라고 부른다. 곰은 일어서서 위에서 아래로 발톱을 휘두르니 하락장을 의미하고, 소는 뿔을 위로 쳐드니 상승장을 뜻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사실 1719년 <로빈슨 크루소>의 저자 대니얼 디포가 쓴 <증시의 해부>라는 책을 보면, 보스턴 가죽 시장에서 곰 가죽을 둘러싼 공매도 투기꾼을 ‘곰 가죽 매수자’라고 부르는데 여기서 베어 마켓이 처음 등장했다. 공매도는 말 그대로 ‘없는 것을 판다’는 의미로, 가진 것 없이 매도 주문을 내는 것을 말한다. 결국 가격이 하락해야 이득을 얻는 방식이다. 이때부터 곰은 하락장을 대표하는 동물이 됐다.

2020년 3월 팬데믹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전세계는 ‘록다운’(봉쇄)에 돌입했다. 한국도 ‘거리두기’라는 대응 조처가 이뤄졌다. 전세계 경제가 꽁꽁 얼어붙었다. 가상자산 시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019년 8월 비트코인은 1만1천달러(약 1430만원)였지만, 이듬해 3월 5천달러(약 650만원)로 반 토막이 났다.

이처럼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하자 각국 정부는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펼쳤다. 막대한 자금이 시장에 뿌려졌다. 미국 일간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코로나19 부양책으로 미국에서만 5조8천억달러(약 7546조원)가 풀렸다. 한국도 모두 4차례 추경으로 나간 돈이 93조8천억원이나 된다.

이 돈이 부동산, 주식, 그리고 가상자산으로 흘러들어왔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에서 투자 시장은 역대급 호황을 맞이했다. 비트코인은 코로나19가 정점을 보인 지난해 11월 6만6900달러(약 8700만원)라는 역대 최고가를 달성했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자유를 빼앗아 갔지만, 풍부한 자금 유동성을 제공하면서 역대급 불 마켓을 안겨주었다.

시간이 지나, 코로나19가 사그라지자 그동안 움츠렸던 사회 곳곳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반대로 시장은 삐거덕거렸다. 과도하게 풀린 자금 유동성이 인플레이션이라는 형태로 문제를 일으킨 거다. 그러자 각국 정부는 금리 인상 카드를 꺼냈다. 그동안 시장에 풀었던 돈을 회수하기 위함이었다. 시장에 돈이 마르자 주식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하락장을 기록했다. 이보다 위험 투자 상품인 가상자산은 말 그대로 박살 났다. 나스닥 지수가 31%가량 하락할 때 비트코인은 약 69% 하락했다. 이더리움 등 알트코인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상황이 이렇자 현재 가상자산 시장은 눈에 띄는 상승 동력이 없다고 말하는 국내외 투자 전문가도 많다. 장기 하락장을 의미하는 ‘크립토 겨울’이 또 한번 온 거다. 하지만 아직 포기하긴 이르다.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았던 코로나19도 스르륵 지나가는 것처럼, 가상자산 시장에도 봄이 올 테니 말이다.

mo@coindesk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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