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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연봉 깎고, 땅 파는 공공기관…"정부 뜻대로 했다, 억울"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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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경영이 악화한 공공기관에 손을 댄다. 계속된 적자로 빚을 불리고 있는 공기업 등의 재무를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고액 연봉자의 처우를 깎는 방안 등을 추진할 전망이다. 공적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기관이지만, 경영 효율성이 지나치게 낮다는 인식에서다. 그러나 정부 정책에 따라 일했던 책임을 모두 공공기관에만 떠넘긴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재무위험기관’ 되는 공기관들



2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 공공기관 10여개를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해 발표한다. 정부는 부채 비율이 일정 규모 이상이거나, 민간 신용평가사의 평가 기법을 참고해 만든 자체 지표상 ‘투자적격’ 기준에 미달하는 점수가 나온 기관을 재무위험기관으로 선정하기로 했다.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작성하는 40개 기관 가운데 금융형 기관 13개를 제외한 27곳이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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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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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으로 한국전력·한국철도(코레일)·한국석유공사 등이 재무위험기관으로 꼽힐 가능성이 크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재무위험기관 후보 27개 기관 중 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한국가스공사(378.87%)다. 코레일(287.32%)·한국지역난방공사(257.47%)·한전(223.23%)도 부채 비율이 200%를 웃돈다. 석유공사·한국광해광업공단·대한석탄공사는 자본잠식에 빠져 있어 재무위험기관 선정 가능성이 높다.

재무위험기관은 정부의 집중 관리를 받을 예정이다. 연간 출자 총량과 출연 규모부터 다시 들여다보고 목표 이자율 설정, 부채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으로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또 해당 기관이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작성할 때는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위원회의 검증을 거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정규직 4명 중 1명은 文정부서 채용…고액 연봉 낮출 듯



다음 달 중에는 공공기관 임원의 고액 연봉을 조정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한 혁신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또 공공기관의 복지와 보유 자산·기능·조직 등을 손질할 전망이다. 앞서 21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고연봉 임원진의 경우 스스로 받았던 대우를 반납하고 과도한 복지제도도 축소하는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 지적했다.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공공기관을 향한 칼을 빼든 배경엔 과거의 방만한 경영으로 공공기관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문제의식이 있다. 지난 5년간 공공기관은 29곳이 늘어 총 350개가 운영 중이다.같은 기간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사람은 11만6000명 늘어 총 44만명에 이른다. 공공기관 직원 4명 중 1명이 이전 정부에서 채용된 셈이다. 문재인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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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전유진 yuki@joongang.co.kr


인건비 부담도 함께 증가했다.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기관 일반 정규직 1인당 평균 연봉은 6976만원이었다.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는 곳도 20곳이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2017년 공기업은 1인당 영업이익을 1억원 가까이 냈는데 최근 150만원으로 확 줄었다”며 “그런데도 공공기관 종사자의 보수 수준은 오히려 대기업보다도 높고 중소기업의 2.2배나 된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의 인건비 지출을 줄일 대책으로는 이른바 ‘성과급 파티’를 막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 따른 성과급을 조정하는 방안, 미흡 기관은 성과급을 반납하도록 하는 방안 등이다.

앞서 기재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한전과 9개 자회사의 임원에게 성과급 반납을 권고했다. 한국마사회도 26일 경영진의 성과급을 반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마사회는 2020~2021년 창립 이후 최초로 영업적자를 기록하자 유휴 부지 매각, 전 임직원 휴업, 경영진 급여 반납 등의 자구책으로 자금을 마련하고 있었다.

정부는 또 비대해진 조직을 줄이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선 기관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검토할 전망이다. 공공기관 기능에서 민간과 겹치거나 위탁이 가능한 부분도 조정할 계획이다.

문제는 정부 방침에 따라 일했던 공공기관을 혁신하는 방안이 대부분 임직원의 희생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정권에서 내리꽂는 ‘낙하산 인사’ 등 제도적 문제는 외면한 채 공적 업무를 수행해 온 직원의 임금과 복지만 줄인다는 비판이다.

예컨대 정부 결정에 막혀 전기요금을 충분히 올리지 못했던 한전에서 내부 불만이 터지는 상황이 대표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공기관 직원은 “사익이 아니라 공익을 위해서 정부의 정책 방향에 맞게 일한 것밖에 없는데 회사가 중대한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시선을 받으니 억울하면서도 속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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