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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인터뷰①] 이지은 "고레에다 감독 '브로커' 제의 신기해, 막연히 母 캐릭터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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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슬]

[스포츠W 노이슬 기자] "'브로커'는 초심자의 행운같은 작품."


아이유(본명 이지은)는 대중의 아이콘이다. 그의 노래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가 공감하고 사랑한다. 이지은이라는 본명으로 연기까지 영역을 넓혀가며 인정 받았다. 그의 대표작은 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나의 아저씨', '호텔 델루나' 등이다. 이지은의 서른 살의 시작은 첫 상업영화 주연작 '브로커'다. 데뷔 15년차인 그는 '브로커'로 활동 영역을 한층 넓히는 것은 물론, 새로운 경험을 하며 또 한번 성장했다.

영화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그린다. 일본이 낳은 세계적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한국 배우들과 첫 호흡을 맞췄다. 6월 8일 국내 개봉에 이어 지난 6월 16일 인도네시아, 23일 홍콩과 싱가포르, 24일 일본, 베트남, 대만까지 개봉한 글로벌 화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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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는 이지은의 첫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은 물론, 송강호가 한국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얻었다. 이지은은 오래 전부터 고레에다 감독의 팬이었다. 작품 제의를 받기 1년 전 우연히 마주쳤다. "감독님은 그때 제가 누군지 모르셨다. 이선균 선배님과 다른 영화 감독님과 인사했었다. 그때 부럽게 바라봤던 기억이 있다. 인사해볼까 하다가 기회가 있겠지 하고 참았는데 1년이 채 안되서 제안이 와서 너무 신기했다. 누구도 저만큼 신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사이에 나를 어떻게 알았을지 궁금했다. 그때 첫 인상을 남겼다면 어땠을까 생각도 해봤다. 정말 신기했다."

이지은은 '브로커' 제의를 받고 고레에다 감독과 연이 있는 배두나에 바로 연락했다. 배두나는 이미 출연을 결정한 상태였고, 소영이 너무 잘 어울릴 것 같다는 말에 용기를 얻었다. 극 중 소영은 미혼모로 이지은은 처음으로 엄마 캐릭터를 연기했다.

'엄마' 캐릭터는 신기하게도 이지은이 해보고 싶었던 역할이었다." 다음 작품을 결정해야 할 때 혼자 엄마가 막연히 떠올랐다. 출산을 해본 사람을 표현해 보고 싶었다. 인생에서 너무너무 큰 일이고 아픈 일이니까. 저는 조금만 다쳐도 아픈데 10달 동안 아이와 모든 과정을 함께 해야한다. 그런 것들이 가늠이 안됐다. 엄마나 언니한테 물어봤더니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출산 후가 더 힘들고 아프다고 하더라. 큰 산을 넘어본 적이 있는 사람을 경험해 보고 싶었다."

하지만 소영은 아이를 버리는 미혼모였다. "과거사가 어렵고 무거운 설정이 있는 소영이다. 모든 장면에서 엄마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다. 무념무상 표정, 짐을 진 청춘을 그리고 싶었다. 또 동수(강동원)를 어떤 감정으로 바라보는 여성의 모습 등 과제가 많았다. 미혼모 설정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사회적인 시선에 화 내는 장면도 있어서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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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은 고레에다 감독에 끊임없이 질문했다. "감독님께는 대본에 나와있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끊임없이 질문했다. 소영이가 맞이한 상황과 후회를 하는지, 어떨 때가 힘들었는지 귀찮으실지라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안면몰수하고 질문을 많이 했다."

그럼에도 가장 힘들었던 점은 자신이 낳은 아들 우성을 바라보는 시선과 태도다. "우성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긴가민가하게 표현된 부분이 있다. 우성이를 사랑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본인도 스스로도 조금은 모른 척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사랑은 있지만 표현을 하지 않는 게 너무 어려웠다. 내 마음속에서 모른 척하려는 소영이 연기가 매 순간 어려웠다."

'브로커'에 짧게 나왔지만, 극 초반 공중 화장실 씬을 촬영하며 잠시나마 소영의 공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초반부에 공중 화장실에서 변기 물을 내린다. 클로즈업이 나온다. 소영이가 모유를 짜내고 흘려보내는 장면이다. 그때 감독님이 설명을 해 주셨다. 감독님 스스로도 모유를 짜본 적이 없고, 아이가 내 품에 있지도 않다고. 그렇게 물리지도 못하는 모유를 흘려보내고 억수 같은 비를 맞고 쨍한 아침은 맞았을 때 감정을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수수깨끼처럼 디렉팅을 주셨다. 진짜 공허했다. 실제 밤을 새고 찍었다. 멍한데 쨍한 햇살을 봤을 때 묘하게 외롭고, 그 상황과 맞물리면서 아주 공허한 기분을 잠깐 느꼈던 기억이 있다."

고레에다 감독은 이지은의 상상과 같았다. "저도 어릴 때부터 일을 했고, 상상이 깨지는 순간도 겪어봤었다. 감독님은 상상했던 그대로였다. 알기 전보다 더 좋은 분이었다. 제가 가진 환상이 크기도 했다. 영화를 이런 시선으로 만들면 관용적이고, 인간에 대한 생각이 깊은 사람일것이라 생각했는데 상상이 안 깨져서 신기했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좋은 어른이었다. 진짜 귀여운 분이시구나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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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은 "걱정했던 씬이 감독님의 마법이 들어간 것 같았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그런 씬이 꽤 많았다. 열심히 한 씬이 있지만 좋게 나왔던 것들도 있다. 내가 한 것보다 더 잘 나왔다. 초반에 상현 동수와 첫 마주하는 씬이 진짜 첫 촬영이다. 긴장 진짜 많이 했다. 현장이 너무 조용해서 눈동자 굴러가는 소리도 들릴 것 같았다. 그렇게 긴장했는데 내가 삐걱거렸던 게 잘 안보이네 싶었다. 관람차 씬도 찍으면서 엄청 힘들었다. 너무 좁고 3명이 타서 20분 동안 촬영했다. 부담을 가지고 촬영했는데 화면으로 봤을 때 고생해서 찍은 보람이 있다는 생각과 '눈이 되게 잘 살았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눈을 강조해주셔서 걱정한 것보다 연기가 다행스럽게 받아 들여졌다. 음악과 연출의 마법으로 가려진 것 같다."

고레에다 감독은 촬영을 마친 후 배우들에 손편지를 써 감동을 안겼다. 이지은도 손편지로 화답했다. "일본어 버전과 한국어로 번역된 손편지를 받았다. 이걸 모두에게? 진짜 힘드시겠다 생각했다. 답장을 드리고 싶었다. 저는 표현을 잘 하는 편이 아니다. 대본 외적으로는 거의 이야기도 하지 않는 편이다. 감독님과 작업한 것이 영광이었다는 이야기를 못 드렸다. 그걸 편지로 전하고 싶었다. 감독님 태도에 대해서 감동 받았다고. 감독님도 '태어나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써서 일본어로 써서 드렸다."

인터뷰 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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