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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인터뷰②] 이지은 "강동원 얼굴 실례될까 못봐...스스로와 싸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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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노이슬]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이지은은 상업영화 데뷔작부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 송강호, 강동원, 배두나와 호흡했다. 송강호, 강동원과는 '브로커' 일로 얽히면서 뜻밖의 여정을 함께 떠난다. 이지은은 "선배님들은 이미 촬영장에 상현(송강호)과 동수(강동원)로 계셔서 그분들과 어울릴 때는 굳이 많은 것을 표현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배님들께 분위기 자체를 도움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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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분위기는 제가 느끼기에는 조용했다. 저만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다. 저는 현장에서 괜히 즐거움에 취했다가 해야 될 것을 못하게 되는 최악의 상상을 하는 편이다. 막내고 신인인데, 제가 싹싹하게 하지 못했다. 잘 해야되는 부분이 있는데 제가 현장에서 그건 못 한 것 같아서 밉게 보였을 수도 있는데 예뻐해 주셔서 감동 받았다(미소)."

먼저 송강호와의 호흡을 떠올렸다. "송강호 선배님과는 마주하기 씬을 찍기 전에 가장 떨린다. 하지만 슛 들어가면 가장 떨리지 않았다. 되게 몰입하고 집중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셨다. 영화 보면서도 1년 전의 기억이니까 '저때 내가 편했다' 생각하게 됐다. 그럴 때마다 송강호 선배님이 주변에 계셨더라. 아직까지도 함께 촬영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는다."

강동원과 호흡에 이지은은 "첫 영화에 극을 경험했다"며 미소 지었다. "강동원 선배님은 아직까지도 얼굴을 뵈면 신기하다. 처음 인사 드리러 갔는데 맨얼굴에 평상복을 입고 계셨다. 근데 샾에 다녀온 나보다 더 연예인 같고 빛이 났는지 미스터리다. 강동원 선배님은 뭔가 다르다. 그 아우라가 뭘까 많이 생각해봤다. 그래서 스스로 계속 '쳐다보면 안 된다' '그게 실례가 될 수 있다'고 스스로와 싸움이 있었다. 남의 시선을 감당하는 것이 본인은 힘드실 수도 있어서 최대한 보지 않으려고 했다. 잠깐만 방심하면 선배님을 보고 있었다. 선배님은 슛이 들어가면 동수처럼 느껴진다. 희한하다. 빛나는 외모가 아니라 선배님이 연기해서 저한테 동수는 개연성 있게 완성된 인물이다. 이게 선배님이라서 납득이 되는 순간이 많았다. 대화도 잘 안나눠서 모르지만 특유의 선한 기운이 있다. 작위적인 느낌이 항상 없다. 연기를 하실 때도 그렇고, 선배님이 동수여서 내가 참 많이 덕 봤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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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동수는 엄마에게 버림 받고 보육원에서 자랐다. 동수는 아들 우성을 베이비 박스에 버린 소영을 고운 시선으로 보지 못한다. 하지만 극이 전개될 수록 두 사람에게는 묘한 분위기가 형성된다. "보육원에서 격렬하게 싸우고 상현에 사실은 동수도 버려진 아이고 '저놈도 엄마를 기다렸어'라는 이야기를 듣는데 너무 새로운 정보고, 민감하게 받아들인 것들이 그래서일까 생각하게 된 것 같다. 소영이가 동수를 볼 때는 우성이를 바라보는 시각도 있고, 동수가 소영이를 볼 때는 엄마를 투영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관람차 씬에서 대화가 서로 다른 대화를 하지만 서로를 바라보는 시각에 애정과 이해가 묻어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극 중 소영의 '태어나줘서 고마워' 대사는 '브로커'가 세상에 전하는 메시지다. 이지은은 "소영이도 처음 들어본 말이지만,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일 것이라"라고 했다. "처음 대본을 보고 든 생각은 '엄마의 역할이 되었어야 하지 않나'였다.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은 엄마의 부재를 느끼고 자란 사람들이다. 유대감이 느껴졌다. 막상 현장에서 촬영할 때는 소영이가 엄마여서가 아닌, 사람 대 사람으로서 유대했기 때문에 이 말에 힘이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서로간의 연대 유대가 없다면 그 장면이 힘을 받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 장면 때는 엄마가 아니라 같은 아픔이 있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대사를 했다."

이지은은 '브로커' 찍기에 앞서 자신을 비롯한 가족과 오랜 인연이 닿아있는 보육원 사람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사실 이지은은 미혼모와 사회적으로 소외받는 이들을 위해 꾸준히 기부하며 선행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그들에 나의 이런 표현이 상처가 될지 생각하고 복기했다"고 했다. "제가 10대 때 방송 촬영하면서 알게 된 보육원이 있다. 지금도 가족들과 봉사를 다니는 곳이다. 선생님, 아이들까지도 다 알고 지낸다. 영화 개봉하고 나서 그 영아원 친구들이 영화를 봤을 때 어떤 마음일까 생각하게 되더라. 그들에 나의 이런 표현이 상처가 될지 생각하고 복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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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영화제에서 처음 완성된 영화를 보고 초대하기로 결심했다. "그 친구들의 마음으로 보려고 노력했을 때, 결국에 상처가 되는 주제는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친구들이 조금 더 따뜻한 마음으로 극장을 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작은 확신이 들었다. 미혼모에 대해서도 이 역할 전에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다. 사회적으로 있는 선입견에 대해 고민한 적이 없다고 생각했다. 표현할 때도 소영이의 자기 연민처럼 보이지 않길 바랐다. 자기 연민에 빠져서 행동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그런 것들이 내가 인물에 가지는 연민 때문에 소영이의 생각이 흐려지면 안된다고 계속 복기했다."

'브로커'는 이지은에 '초심자의 행운' 같은 작품으로 남았다. "첫 상업 데뷔작이니까 오래오래 기억에 남지 안을까 싶다. 모든 현장이 완벽하지는 않다고 하지만, 초심자의 행운같이 첫 작품으로 참여하면서 받았던 배려나 행운들 같은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내 운의 전부였다 할지라도 경험만으로도 운이 좋았다 싶다. 더 잘해야겠다 생각도 든다."

이지은의 대표작 캐릭터들은 결핍이 있는 인물이었다. 가수로서는 남녀노소 모두 사랑하고 공감하는 노래를 부르는 반면, 작품 속 캐릭터들은 사회적으로 외면 받거나 어두운 이미지의 캐릭터를 연이어 연기했다. 이지은은 "저는 초반에 밝고 명랑한 캐릭터였음에도 불구하고 옛날 노래를 부를 때 슬프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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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노래나 무대하는 라이브를 보시는 분들 중 옛날 노래를 부를 때 슬프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런 부분들을 감독님들이 보시는 이면이 아닌가 싶다. 연예인의 이면이라고 생각해서 끌어올리고 싶어 하시는 것 같다. 연달아서 어둡고 자기방어가 센 역할을 하니, 이면이라는 부분들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나 싶어서 이 다음에는 일상적인 캐릭터, 밝은 캐릭터를 보여드릴 예정이다. 영화 '드림'은 밝은 코미디다. 저도 해소하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가수와 연기 활동은 어떤 점이 다를까. 이지은은 "둘 다 어려울 때는 괴롭게 어렵고 재밌을 때는 눈이 돌게 재밌다"며 미소 지었다. "서로 닿아있기도 하다. 달라서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가수 활동 할 때는 공들이는 부분이 녹음실 단계다. 테이크를 많이 가고 현장에서 피드백을 들을 수 있다. 기회가 여러 번 주어진다는 점이다. 현장에서 연기하는 과정이 녹음실과 닮아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책임감도 같이 느껴지는 것도 좋고 소속감이 드는 것도 좋다. 가수는 프로듀싱도 하고 가사도 쓰면서도 외로운 순간이 분명히 있다. 근데 연기할 때는 딱 주어진 게 있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시는 많은 스태프들이 있어서 조금 다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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