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137)
위기에 빠진 자연은 습지뿐?
자연기반 해법의 핵심은 보호지역의 보전과 확대
국립공원과 보호구역의 미처 몰랐던 가치
국립공원 32%는 국·공유지 아닌 사유지
면밀한 '평가'와 확실한 '당근' 없이는
보전도, 활용도, 시민사회 공감도 어려워
#재생에너지와_습지는_닮은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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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지금 이 순간엔 이러한 문제가 그저 '가치 논란'으로 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무런 변화 없이 이런 상태가 앞으로 5년만 더 지속된다면, 한국만 이상한 나라로 남게 될 겁니다. '재생에너지는 비싸다'는 잘못된 고정관념은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계를 고사 상황으로 몰아넣었고, 이는 결국 해마다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팽창 중인 시장에서 한국을 배제시키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5년 후,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라는 글로벌 숙제의 마감을 앞두고서야 뛰어들기엔 이미 늦게 됩니다. 이미 해외 기업들이 기술적으로나 가격적으로나 우위를 점한 상태이니까요.
습지와 같은 자연 기반 탄소 흡수원 및 저장원도 마찬가지입니다. 남들은 제대로 된 평가에 기반해 감축 실적에 습지, 산림 등을 반영할 텐데, 우리는 그러지 못할 겁니다. 얼마나 흡수하고 저장하는지 제대로 모르기 때문입니다. 남들보다 앞서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짊어진 해외 기업들은 조금씩 감축의 부담이 줄어들 것이고, 이러한 자연환경에 대한 발 빠른 평가를 통해 감축 부담은 더 줄어들 수 있습니다. 혹은, 부담 수준을 유지하는 대신 탄소중립 시점을 앞당길 수도 있겠죠. 결론이 무엇이든, 선택의 여지가 늘어나는 일입니다. 반면 감축도, 자연환경에 대한 평가도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그 결과는 혼돈 그 자체일 겁니다. 산업계는 '갑자기 이렇게 줄이라고 하면 어쩌자는 말이냐'며 아우성칠 것이고, 정부는 '왜 CCUS(탄소포집·활용·저장) 기술은 상용화가 아직이냐'고 야단이겠죠. 예나 지금이나, 자연은 우리 곁에서 여전히 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하고 있음에도 말이죠. (물론, 그 가치를 모른다면, 그만큼 습지를 비롯한 자연환경의 훼손 역시 더 많아지겠지만요.)
#결국_우리도_생태계의_일원
캐시 맥키넌 전 IUCN 위원장이 제3회 탄소중립 한반도 자연생태계 미래전략 심포지엄에 참석해 발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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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다시피, 전 세계는 생물다양성의 붕괴와 기후위기라는 이중의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 둘은 서로 연관되어 있는 만큼, 함께 다뤄져야 하죠. 그래서 생물다양성 협약, 기후변화에 관한 협약뿐만 아니라 세계경제포럼 같은 회의에서도 이 두가지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저는 이 만평을 좋아하는데요,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과제와 지금까지의 우리 대응이 얼마나 부적절한지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캐시 맥키넌 전 IUCN 위원장
우리 인간 역시 생태계를 구성하는 수많은 요소 중 하나입니다. 생태계의 파괴는 곧 우리 인류의 파괴를 의미하죠. 한동안 이러한 이야기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지난 2020년 3월 2일, 15번째 연재 기사 〈[박상욱의 기후 1.5] 신종 감염병의 등장과 기후변화〉를 통해서도 2009년부터 보건 및 의학 전문가들이 기후변화로 인한 신종 감염병의 등장을 경고해왔다는 사실을 전해드린 바 있습니다. 십수년간 이어진 전문가들의 경고에 그 누구도 귀 기울이지 않았지만, 코로나 19라는 팬데믹 위기로 많은 이들은 비로소 '원 헬스' 개념에 주목했습니다. 화석연료의 사용을 비롯한 온실가스 배출 행위와 벌채, 개간 등의 환경 훼손으로 '풍토병'의 변화가 발생했고, 야생생물과 '전에 없던' 접촉이 늘어난다는 문제에 조금씩 많은 이들이 관심 갖기 시작한 겁니다.
이때문에 전문가들은 기후위기 대응은 단순히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그동안 우리가 탄소중립을 이야기할 때, 계속해서 봐왔던 그래프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온실가스 배출량과 기온을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2020년 배출 정점을 찍고, 확연한 감소세에 접어들어야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다는 그래프였죠. 그에 따라 지구의 평균기온 그래프 역시 끝없는 상승 곡선을 그리던 것이 2050년 즈음 1.5℃ 이내로 안정을 찾게 됩니다.
그런데, 보다 더 큰 관점이라고 할 수 있는 '생물다양성 그래프'는 이러한 그래프와 반대의 모습을 보입니다. 이름하여 생물다양성 회복 로드맵입니다. 아래의 그래프는 기후변화를 막고, 생물다양성을 회복하기 위한 우리의 일련의 노력이 반영되었을 때, 그 다양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여주는 그래프입니다. 이 역시, 온실가스 그래프나 지구 평균기온 그래프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시나리오에 따른 변화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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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지속가능한 생산 및 소비 노력 없이 그저 자연의 보전·보호 노력만 기울인다면, 우리는 결코 이전과 같은 생물다양성을 되찾을 수 없습니다. 적어도 우리 세대와 앞으로 수 세대까지는 말이죠. 별다른 감축 노력 없이, 자연 보전·보호 노력 역시 추가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생물다양성은 그 끝을 알 수 없는 '마지막'을 향해 달려갈 겁니다.
이처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우리의 노력은 생물다양성의 회복에도 영향을 미치고, 생물다양성의 회복 역시 반대로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변화 완화에 영향을 미칩니다. 온실가스 따로, 생태계 보호 따로… 결코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일인 겁니다.
#보전에도_필요한_당근
명수정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습지의 보호 및 복구 방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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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습지의 현황을 정확히 파악을 해야합니다. 그 후, 보호되어야 되는 습지는 보호지역으로 선정을 해야 하죠. 그렇지 않으면, 습지는 쉽게 개발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보호지역으로 지정하는 것이 제일 시급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습지가 이처럼 쉽게 개발되어서는 안 될, 가치 있는 생태계라는, 가치가 높은 지역이라는 데 대한 인식 제고도 대단히 중요합니다. 또, 습지가 흡수원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습지에 대한 배출권이 인정될 수 있는 그런 제도도 역시 필요합니다.”
명수정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 (IPCC 워킹그룹 II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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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과_보호지역의_가치
이러한 노력이 잘 이뤄졌을 때,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국립공원입니다. 국가 차원에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자연을 보전하려 노력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이탈리아는 국립공원의 산림과 일반 산림을 비교한 연구를 했습니다. 그 결과, 국립공원의 탄소 저장량은 일반 산림보다 6.7%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간 탄소 흡수량의 경우, 그 차이가 더 컸습니다. 국립공원의 연간 탄소 흡수량은 1헥타르당 2.18톤에 달했습니다. 1.12톤인 일반 산림의 2배 가까운 수준입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자연환경에 대한 시민사회의 관심이 높아지고, 그러한 관심이 정치권에도 영향을 미친다면 이와 같은 연구 역시 국내에서 활발히 진행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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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지정된 육상 보호지역의 면적은 1만 7194㎢(중복 제외)로, 국토 면적의 17.15%입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이러한 보호지역의 면적은 국토의 10.8%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생물다양성 협약에 따라 보호지역 면적의 기준을 최소 17%로 높여야만 했고, 각고의 노력 끝에 이젠 이러한 국제사회의 기준,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진짜'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이는 곧, '지켜야 할 곳'일 뿐만 아니라 그 역할과 잠재성을 '면밀히 파악해야 할 곳'이기도 하죠. 지금까지 보호지역의 수와 면적을 키웠다면, 이제는 그 가치를 제대로 알고, 제대로 보전해야 하는 겁니다. 이러한 국립공원과 보호지역은 국유지도 있지만, 사유지의 비율도 상당합니다. 보통 '당연히 국유지 아냐?' 생각하는 국립공원의 경우에도, 전체 면적 가운데 32%가 사유지입니다. 효과적인 보전과 복구를 위해선 적절한 보상과 같은 '당근'이 필수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이행이 범부처, 민관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일인 것처럼, 국립공원을 비롯한 보호지역의 보전과 정확한 가치 평가 역시 모든 부처와 시민사회 모두의 노력과 관심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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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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