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활짝 웃은 ‘플라잉 덤보’… 전인지,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제패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세계일보

전인지. 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비회원인 2015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최고 권위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을 제패하며 2016년 미국 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한 전인지(28·KB금융그룹) 그해 메이저 에비앙 챔피언십에서도 정상에 올라 ‘메이저 퀸’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팬들은 성적이 좋지 않을때도 늘 환한 미소를 잃지 않은 그에게 큰 귀를 펄럭이며 하늘을 나는 애니메이션 주인공인 아기 코끼리 ‘플라잉 덤보’를 별명으로 추가했고 팬카페 이름도 플라잉 덤보가 됐다. 전인지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아이디에 ‘dumbo’를 넣을 정도로 이 별명을 좋아한다.

하지만 최근 몇년동안 전인지는 활짝 웃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2018년 10월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통산 3승을 달성한 뒤 오랜 부진에 빠졌기 때문이다. 2019년과 2020년 톱10에 진입한 것은 두 차례에 불과할 정도로 리더보드 상단에서 그의 이름을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전인지는 일희일비하지 않고 끊임없이 스윙을 교정하며 샷을 날카롭게 다듬었고 지난해 톱 10에 8차례 진입하며 부활의 날개짓을 펼쳤다.

플라잉 덤보가 오랫만에 훨훨 날았다. 전인지는 27일 미국 메릴랜드주 베세즈다의 콩그레셔널 컨트리클럽(파72·6831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메이저대회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총상금 900만달러) 4라운드에서 버디 2개와 보기 5개를 묶어 3오버파 75타를 쳤다. 최종합계 5언더파 283타를 적어낸 전인지는 공동 2위 렉시 톰프슨(27·미국), 호주교포 이민지(26·하나금융그룹)를 1타 차로 제치고 3년 8개월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우승 상금은 135만달러(약 17억5000만원). 특히 전인지는 통산 4승 중 메이저에서만 3승을 올렸고 한·미·일 투어를 통틀어 8차례 메이저 정상에 오를 정도로 메이저에서 강한 면모를 뽐냈다.

세계일보

전인지. 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세계일보

전인지. 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인지는1라운드에서 8언더파를 몰아치며 2위와 5타 차 단독 선두로 나섰고 2라운드에서도 6타 차로 달아나 우승이 예상됐었다. 하지만 3라운드에 3타 차로 추격당하고 최종라운드에선 한때 톰프슨에게 선두를 내주며 고전하다 막판 역전극을 펼쳤다. 난코스에 만만치 않은 바람까지 이어진 가운데 최종라운드를 출발한 전인지는 초반부터 샷이 크게 흔들려 2, 4, 6번 홀에서 보기를 쏟아냈다. 그사이 톰프슨은 초반 버디 두 개를 만들며 단독 선두로 나섰다. 전인지는 9번 홀(파5)에서도 보기를 범해 전반홀을 마쳤을 때는 두 타 차로 밀렸다. 전인지는 11번 홀(파5)에서 까다로운 중거리 퍼트를 떨어뜨려 첫 버디를 적어냈으나 톰프슨도 이 홀에서 버디를 낚아 타수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전인지가 승기를 잡은 것은 16번 홀(파5). 톰프슨은 그린 주변 러프에서 시도한 세 번째 샷이 그린을 지나 반대편에 떨어지며 한 타를 잃은 반면, 전인지는 정확한 웨지 샷으로 만든 기회를 놓치지 않고 버디를 떨궈 다시 공동선두로 올라섰다. 이어 17번 홀(파4)에서 톰프슨이 다시 짧은 파 퍼트를 놓쳤고 전인지는 파세이브에 성공하면서 단독 선두로 나섰고 18번 홀(파4)에서 둘이 나란히 파를 기록하면서 전인지의 역전 우승으로 경기가 끝났다.

오랜 우승 갈증을 메이저대회에서 씻어내며 18번 홀 그린에서 감격의 눈물을 흘린 전인지는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들고 소감을 밝히면서도 울먹였다. 전인지는 “전 대회에서 너무 많이 울어서 이번에도 울면 너무 울보 같다고 생각해서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해냈다, 끝냈다는 생각 때문에 눈물이 나왔다. 자꾸 한살 한살 먹어가면서 눈물이 많아지는 것 같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전인지가 말한 ‘전 대회’는 직전 우승 대회인 2018년 10월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으로 2년 1개월만에 우승을 추가했다. 전인지는 이어 “슬럼프에 빠져 있을 때 골프를 그만두려고도 했다. 심적으로 힘들다 보니까 팬들의 응원조차도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며 “많이 부족한데도 끝까지 포기 안 하고 응원해 주시는 플라잉 덤보 팬 카페와 수많은 팬들 덕분에 이렇게 감사드린다고 말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메이저 3승을 했으니 나에게 또 다른 목표가 하나 더 생겼다”며 “계속해서 이루고자 하는 것, 내 앞에 놓인 새로운 목표에 다가가고자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세계일보

전인지. AF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신인왕 레이스 1위를 달리는 아타야 티띠꾼(19·태국)이 4위(3언더파 285타)에 올랐고 최혜진(23·롯데)이 공동 5위(1언더파 287타)에 올라 신인왕 경쟁을 이어갔다. 김세영(29·메디힐)과 김효주(27·롯데)도 공동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랭킹 1위 고진영(27·솔레어)과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인 세계 2위 넬리 코르다(24·미국)는 공동 30위(4오버파 292타)에 머물렀다.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