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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美 새 총기규제법 "부족한 부분 많지만 잔에 물이 반은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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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연발장전 총기 규제 없고 연령제한 21세 상향 없는 등
전문가들 부족한 대목 많지만 "교두보는 확보" 평가
뉴시스

[유밸디=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부인 질 여사가 29일(현지시간) 텍사스주 유밸디 총격 참사 현장인 롭 초등학교 추모소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인근 성당의 미사에 참석한 후 누군가가 "무엇이라도 하라"고 외치자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답했다. 2022.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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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미국 하원에서 새로운 총기규제법이 가결되고 바이든 미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함에 따라 발효됐지만 전문가들이 새 법은 "잔에 반은 물이 찬 격"이라고 평가하는 것으로 미 뉴욕타임스(NYT)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듀크대 사회학 교수 제프리 스완슨은 30년 이상 폭력과 정신장애 문제를 연구하면서 희생자들을 조사해 총기 사망 방지정책이 수립되도록 노력해왔다.

그는 당국이 법원에서 위험 인물로 지목된 사람의 총기를 임시 유치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붉은 깃발 법안'이 통과되도록 의원들을 설득해왔다. 다른 연구자들과 함께 총기면허 및 금지법이 총기 사망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스완슨 박사는 모두 합해 20여명에 불과한 총기 사고 예방 전문 학자 중 한 사람이다. 지난 24년 동안 미 정치계가 그들의 노력을 방해해 왔다. 의회는 질병통제센터(CDC)가 이들의 연구에 자금을 대는 것을 금지했다. 연방법은 지금도 정부가 이들에게 연구에 큰 도움이 되는 총기 보유 현황 자료를 공개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몇년 동안 이들은 워싱턴 정계가 자신들 목소리에 귀를 귀울이지 않는다고 생각해 주 의회 설득에 집중한 끝에 19개주와 워싱턴 D.C. 가 이 법을 시행중이다. 이들은 지난 주 대법원이 총기소유권리 보호 판결을 내렸고 새 법이 완전하지는 않더라도 상당한 진전이라고 평가한다.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 응급의학과 개런 윈테무트 교수는 "잔에 물이 반은 찼다"고 말했다.

총기사고 연구에는 심리학자, 감염병학자, 법학교수, 응급의사, 사회정책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학문연구에 그치지 않고 연구를 통해 현실을 변화시키려 애써왔다. 그들도 워싱턴 정가의 현황을 잘 인식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법안 채택에 직간접으로 기여했다.

공식 명칭이 '극단적 위험 방지법'으로 돼 있는 붉은 깃발법을 주로 연구해온 스완슨박사는 가족 중에 여럿이 총기 자살한 경험이 있다.

찰스 브라나스 컬럼비아 부상 치료 및 예방센터 소장은 응급의료원으로 일하면서 총기 폭력으로 인한 피해 사례를 여러 번 경험했다. 현재 그는 문단속과 교사들의 무장 등 학교안전 방안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상원이 "학교 안전 사례연구" 지원 활성화한 덕분에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을 예정이다.

존스홉킨스 의대의 연구자 카산드라 크리파시는 연구자들 가운데 이례적으로 총기 소유를 지지하며 사격 스포츠을 즐긴다. 그는 9개주의 사례를 연구한 끝에 총기 구매 허가제가 "살인과 집단 총격 및 자살을 줄인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CDC의 연구비 지원을 받고 있다.

이들 연구자들은 새 법으로 해결되지 않는 많은 사안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여러 발의 연발 사격이 가능한 고성능 총기 규제가 대표적이다. 이런 종류의 총기를 금지하는 것만으로도 집단 총격 사건에 의한 사망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새 법은 또 안전한 총기 보관 규정이 결여돼 있다. 2000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총기를 안전하게 보관할 경우 어린이들의 우발적 총기 사망을 17% 줄인다. 또 총기 살인 사건은 21세 이하의 젊은 층에 특히 많이 발생하는데 새 법이 반자동무기 소유 연령제한을 18세에서 21세로 올리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21세 이하가 총기를 구매할 경우 10일 동안의 유예기간을 두고 정신기록을 검토하도록 돼 있는 조항은 실효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청소년 법원 판결과 정신 감정 기록은 조회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지역 사회 및 학교내 정신 건강 증진 규정은 집단 총격과 개인간 총기 사건 감소효과가 미미할 전망이다. 스완슨박사는 총기사망 사고의 절반 이상이 자살이며 이 조항이 이를 상당폭 줄일 수 있을 것이지만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 가운데 폭력적 성향이 있는 사람은 극소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신병 치료를 통해 폭력을 줄일 수 있는 비율은 4% 정도"라고 말했다.

새 법은 남자친구에 의한 총기 살해를 차단하기 위해 연방법을 위반하는 데이트 파트너의 총기 구매를 금지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연구에 따르면 이 조항이 지인간 살인사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조항이 가정내 폭력으로 기소된 사람에게만 적용하도록 돼 있고 접근근지명령 대상자에게는 적용되지 않은 점을 지적한다.

스완슨 박사는 그러나 주정부가 붉은 깃발 법 집행을 할 수 있도록 7억5000만달러(약 9628억원)의 예산을 연방정부가 지원하도록 돼 있는 것은 잘 된 일이라고 밝혔다. 이 조항은 스완슨박사의 연구 결과에 따라 반영된 것이다. 그가 행한 연구에 따르면 총기가 유치된 10~20명 당 1명 꼴로 총기사망을 줄일 수 있다.

미국에서는 2020년 4만5222건의 총기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이중 자살이 2만4000건이며 500건은 오발 사고에 의한 사망이다. 600건은 경찰의 법집행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며 살인사건이 19000건에 달한다.

미 랜드연구소 앤드류 모럴 박사는 법안 채택과정에서 "이례적으로 반대가 적었다"면서도 "법안 통과 심사과정에서 범죄에 대한 판단 기준이 가장 중요했다"면서 "합리적 의심을 기반으로 하는 일반 시민의 관점에서 법안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DC의 국립 예방 및 통제센터 설립을 주도한 마크 로젠버그 박사는 총기 폭력 예방과 총기소유권은 서로 상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총기소유자의 권리와 대중의 안전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완슨 박사는 새 법이 그런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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