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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규제 완화한다더니...中 반독점법 개정으로 처벌 수위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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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홍우리 기자 = 중국이 13년 만에 반독점법을 개정했다. 조사권을 강화함과 동시에 규정을 위반한 기업결합 등에 대한 처벌 수위도 대폭 높였다. 최근 빅테크(거대 기술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를 시사했던 가운데 나온 반독점법 개정안이라 업계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모아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경기 하강 압력이 가중된 상황인 만큼 당장 빅테크에 대한 규제 강화 방향으로 전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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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바이두(百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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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벌 수위 대폭 강화...8월 1일부터 시행

중국 국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지난 24일 반독점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법은 오는 8월 1일부터 시행된다.

새 반독점법은 플랫폼 기업의 독점행위에 대한 규제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실제로 이번 개정안 총칙 제9조에 "경영자는 데이터와 알고리즘·기술·자본과 플랫폼 규칙 등 '반독점법'이 규정한 시장 지배지위 남용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겼고, 13장 22조에서는 시장 지배지위 남용 행위를 명확히 규정했다.

이와 관련 중국사회과학원 법학원 한웨이(韓偉) 부교수는 "총칙에 시장 지배지위 관련 조항을 추가한 것은 정부 당국이 플랫폼 경제 분야의 반(反)경쟁 행위를 고도로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총국) 관계자는 앞서 반독점법 개정 배경을 설명하면서 "일부 대형 플랫폼 경영자들이 데이터·기술·자본 등 우위를 남용해 시장을 독점하거나 무질서하게 확장함으로써 공정 경쟁을 저해하고 시장 질서를 교란하며 소비자 권익을 침해했다"면서 "플랫폼 경제에 적용할 수 있는 반독점법 세부 규칙을 명확히 하여 반독점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인수합병 등을 통한 기업결합이나 빅테크 기업들의 시장 지배지위 남용 등 규정 위반 시의 처벌 수위도 대폭 강화됐다. 개정안 제16조는 "경영자가 본 법 규정을 위반해 독점 협의를 체결하고 실시했을 때는 반독점법 집행기구가 위법행위 중지를 명령할 수 있고 위법 소득을 몰수할 수 있다"며 전년도 매출액의 1~10%를 과징으로 부과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만약 전년도에 매출이 없었을 경우에는 500만 위안 이하의 과징금이 부과되고, 아직 정식 시행 전인 반독점 협의에 대해서는 300만 위안 이하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지금까지는 알리바바나 텐센트 등 빅테크 등이 인수합병 규정 위반으로 처벌받는다고 해도 최대 50만 위안(약 9600만 원)의 과징금만 내면 됐다. 그러나 이번의 법 개정안에 과징금 부과 기준을 매출액에 맞춤으로써 앞으로는 과징금에 한도가 사라지게 된 것이다.

시장 지배지위 남용 행위와 관련, 제58조는 "경영자가 본 법 규정을 위반하고 경쟁을 배제하거나 제한했을 경우 전년도 매출의 10% 이하를 과징금으로 부과한다"면서 회사 뿐 아니라 법정 대표 등 관련 임직원에 대해서도 "100만 위안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도 명시했다. 기업에 전녀 매출의 10%를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종전과 같지만 임직원에 대해서도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새로 추가된 처벌 조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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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테크 규제 근거 확실, 완화 기조에 영향은 제한적

반독점법 개정으로 중국 당국은 빅테크 규제를 위한 더욱 강력한 법적 근거를 갖게 됐다.

중국 정부는 2020년 하반기부터 빅테크들에 대한 규제 고삐를 죄어왔다. 빅테크의 시장 독점과 인수합병, 금융업 진출 등을 강하게 규제하면서 중국 인터넷 기술 기업의 양대 축인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집중 '타깃'이 됐고, 개인 정보 수집 및 사용에 심각한 위법행위가 있다는 이유로 배차 서비스 앱인 디디추싱(滴滴出行) 역시 타격을 받았다.

'반(反) 독점의 해'로 평가되는 지난해 총국은 '양자택일'을 강조했다는 이유로 알리바바와 메이퇀(美團)에 대해 각각 182억 2800만 위안(3조 4298억 원), 34억 4200만 위안의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양자택일'이란 알리바바가 타오바오(淘寶) 등 자사 플랫폼에 입점한 업체들에 대해 경쟁사인 징둥닷컴에 입점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처럼 대형 플랫폼 기업이 입점 업체들에 대해 '둘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을 요구한 것을 말한다.

그러나 올들어 경기 하방 압력이 가중되고 '5.5% 내외' 경제성장률 목표치 달성에 빨간불이 켜지자 중국 당국 태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고용 창출 효과가 큰 빅테크 업계에 대한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경기 회복의 '선봉장'으로 내세우겠다는 것이다.

지난 4월 말 열린 중앙정치국회의에서는 경제의 안정적 성장과 함께 플랫폼 기업의 역할이 강조됐다. 당시 회의에서는 "플랫폼 경제의 건강한 발전을 촉진해야 한다. 플랫폼 경제에 대한 특별 단속을 마무리짓고 상시화한 관리감독을 실시해야 한다"며 "플랫폼경제를 규범화하고 건강한 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세부 조치를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이어 5월 중순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 책사'로 불리는 류허(劉鶴) 국무원 부총리가 "플랫폼 경제와 민영 경제의 지속적이고 건전한 발전을 지원할 것"이라며 "플랫폼 경제의 규범화하고 건강한 발전을 지원한 세부 조치를 연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중국이 빅테크 업계에 대한 규제 완화 시그널을 내보내 왔던 만큼 이번 개정안이 업계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처벌 등에 관한 법적 체계를 완비해 놓음으로써 언제든 사정 칼날을 휘두를 준비를 해놓은 것일 뿐 당분간은 규제 완화 기조를 바꾸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위법 행위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된 만큼 플랫폼 기업들이 규제 리스크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중신(中信)증권은 "반독점법 개정안 시행은 반독점 규제 논리가 더욱 성숙하고 안정됐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기업 및 업계 전망이 개선되는 데 더욱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hongwoori8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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