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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까다롭다는 ‘두창 백신’ 접종…현장에서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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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7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본관에서 원숭이두창 환자를 진료할 이한나 감염격리병동 간호사가 2세대 두창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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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최소 1주일 동안은 참 힘들겠다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일선에서 감염병을 보는 분들이 이 정도는 희생해야 국민들이 안심하고 지낼 수 있지 않을까요?”

27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백신 접종을 한 직후 전재현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연구소 감염병임상연구센터장이 말했다. 이날 전 센터장이 접종한 백신은 ‘2세대 두창 백신’이다.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인 중앙의료원은 지난 22일 국내서도 확진자가 발생한 원숭이두창 치료를 전담하기 때문에 이날부터 의료진을 대상으로 두창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현재 원숭이두창 예방에 효과가 높다고 알려진 3세대 두창 백신이 있으나 국내엔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대신 사람두창(천연두) 예방 목적으로 만든 2세대 백신도 원숭이두창에 대해 85% 정도 예방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백신은 현재 국내에 3500만명분이 비축돼 있다. 이날 중앙의료원에선 김영환 외상센터장부터 시작해 비뇨기과·피부과 등 의료진 20여명이 백신 접종을 받았다.

2세대 두창 백신은 접종 방법과 사후 관리가 까다로운 편이다. 독성을 줄인 두창 바이러스를 직접 몸에 주입하는 이른바 ‘생백신’이라서 주사기로 주입하는 코로나19 등 다른 백신과는 다르다. 몸에 일부러 출혈 부위를 만들고 가루 형태의 생백신을 섞은 용액을 넣는 방식이다. 적절하게 피를 내기 위해 바늘과 비슷한 도구에 백신액을 묻히고 15번가량 찌른다.

백신 활성도를 높이기 위해 접종 전 알코올에 적신 솜으로 소독하는 과정은 생략한다. 접종 부위로는 평소 덜 사용하는 팔을 권장한다. 이날 접종을 받은 이한나 감염격리병동 간호사는 “여러번 찌른다고 해서 무섭기도 했는데 맞고 보니 생각보다 괜찮다”고 말했다.

접종 부위 주변은 거즈로 제법 넓게 감싸야 한다. 독성이 약하긴 하지만 어쨌든 바이러스를 넣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옮길 가능성이 있다. 접종 후 1주일 정도 지나 수포와 고름이 생긴 뒤 딱지가 떨어지면 면역이 생겼다고 본다. 이 과정에서 고름이나 수분이 배어 나오면 거즈를 교체해야 한다.

전 센터장은 “시중에서 파는 공기가 통하는 일회용 반창고를 써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며 “거즈·반창고를 붙인 후엔 다른 사람에게 옮길 가능성이 있으므로 손을 씻어야 한다”고 말했다. 목욕이나 수영은 피해야 하며, 수건이나 침구를 통한 동거인 간 접촉도 조심해야 한다.

아직 의료진이 아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두창 백신 접종 계획은 없다. 국내 첫 확진자와 함께 비행기를 탄 승객 중 49명이 중·저위험군으로 분류됐고, 이 중 중위험군 8명에게 별도로 접종 의사를 확인했지만 접종에 동의한 사람은 없었다. 질병관리청은 원숭이두창 확진자와 접촉한 49명 중 현재까지 의심증상이 나타난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전 센터장은 “확진자의 피부 병변과 살을 맞닿을 정도로 접촉을 하지 않은 경우엔 큰 문제가 없다”며 “중앙의료원에서도 필수 인력 중 자원자에 한해 접종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두창 백신 접종은 1978년까지 1∼3차에 걸쳐 시행됐지만 지금은 중단된 상태다. 당시 접종 대상 연령은 생후 2∼6개월(1차), 5세(2차), 12세(3차)였다. 질병청은 1978년까지 접종을 3차까지 마친 사람들도 지금까지 면역 효과가 유지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통계전문사이트 ‘아워 월드 인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전 세계 원숭이두창 확진자는 4147명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3일 긴급위원회 회의를 열고 원숭이두창 확산 상황에 대해 논의한 결과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로 지정하지는 않기로 했다. PHEIC는 WHO가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질병과 관련해 발령하는 최고 수준의 경보 단계다. 다만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긴급위원회 회의를 소집했다는 것 자체가 원숭이두창의 국제적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을 반영한다”면서 “이것(원숭이두창)은 명백히 진화 중인 보건 위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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