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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서울대 AI 최고학회 논문표절 "AI 윤리? 사람 윤리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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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원 기자]
AI타임스

윤성로 서울대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해 CVPR 2022에서 발표한 논문이 표절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사진=AI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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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위야 어떻든 있어선 안 될 일이 일어났다. 스포츠 경기에서 도핑을 해서 다른 선수들에게 피해를 준 것처럼 다른 연구자에게 피해를 준 행태다." 서울대 인공지능(AI) 연구팀이 CVPR(국제 컴퓨터 비전 및 패턴인식 학술대회) 2022에서 발표한 논문이 표절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AI 국내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인공지능(AI) 개발자가 한 얘기다.

24일 'E2V-SDE(Parody)' 계정에 올라온 영상에 따르면 윤성로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가 지도하는 AI 연구팀은 CVPR 2022에서 우수 논문으로 선정돼 발표한 논문(신경망 확률미분방정식을 통해 비동기 이벤트를 빠르게 연속적인 비디오 영상으로 재구성하는 기법)이 기존 논문을 표절한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을 제출한 저자들은 논문표절 사실을 확인 후 학술대회 주최 측에 논문을 철회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CVPR은 국제컴퓨터비전학술대회(ICCV), 유럽컴퓨터비전학술대회(ECCV)와 함께 컴퓨터비전 분야 국제 최고 권위의 학술대회로 꼽힌다. 'AI의 눈'이라 불리는 학회기도 하다. 이 학회에서 구두 발표 논문으로 선정되는 논문은 전체 발표 논문의 4% 이내이다. CVPR 주최 측은 트위터를 통해 "국제전기전자공학자학회(IEEE)에 해당 논문 조사를 의뢰했다"며 "학술대회 발표논문집에도 가능한 빨리 삭제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교신저자인 윤성로 교수는 표절 사실은 인정했지만, 제1저자의 단독 행동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AI 업계에서는 윤 교수에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교신저자인 만큼 해당 논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K대에서 근무하는 AI 분야 교수는 "교신저자가 논문에 대한 책임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제1저자의 단독 행동이더라도 절반의 책임은 교신저자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CVPR 논문은 다른 연구자에게도 간접적인 피해를 준 것으로 드러났다. AI 분야는 아직 상용화보다 연구개발(R&D)이 주로 이뤄지는 수준이다. 따라서 각 대학과 기업은 논문 발표를 통해 성과를 측정한다.

네이버는 이번 CVPR 2022에서 구두 논문 1편을 포함해 정규 논문 14개, 워크샵 논문 3개를 발표했다. LG AI연구원은 정규 논문 6편과 워크숍 논문 1편을 발표했다. 이 논문들은 기업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했거나 대학과 협업해 진행한 논문들이다.

중소기업 성과도 있다. 에스아이에이(SIA)는 CVPR에서 열린 BMTT(Benchmarking Multi-Target Tracking) 챌린지와 MOT(Multi-Object Tracking) 트랙에서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업들의 성과가 국내 대표 학교인 서울대의 논문표절로 그 위상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의견이다.

국내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AI 관계자는 "현재 각 기업들은 AI 상용화에 대해서도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앞선 기술력을 보여주기 위해 국제학회에서 논문을 발표하는 것도 성과 측정에 중요 부분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과 대학이 국제 학회에서 많은 논문을 발표하며 AI 강국이란 인식을 쌓아왔는데 이번 논문 표절로 이미지가 무너질까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이번 논문 표절의 교신저자가 윤 교수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더 크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 교수는 지난 정부에서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민간위원장에 임명된 국내 AI 분야의 손꼽히는 학자다. AI 윤리 분야에 관한 연구에서도 꾸준한 성과를 낸 연구자기도 하다. 그는 지난해 10월 한글날을 맞이해 한국어 AI 모델 편향 진단 데이터셋 'K-StereoSet'를 공개했다. AI 편향성 문제를 줄이기 위해서다.

당시 윤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이루다 사건과 그 이전에 2016년 3월 MS의 AI 챗봇 테이 사건이 있었다"며 "이루다와 같이 테이도 사회적 차별 발언을 해 크게 문제가 됐기 때문에 이후 편향성을 막으면서 AI 학습을 진행하는 방법, AI 모델의 편향성 측정법 등을 계속 고민해왔다"고 말했다.

또 그는 고학수 서울대 교수와 함께 '인공지능 원론: 설명가능성을 중심으로'를 출간했다. AI 설명가능성(XAI, eXplainable AI)을 주제로 다룬 책이다. 여기에도 AI 공정성 등 윤리와 관련된 내용이 담겼다.

AI 분야 연구를 하고 있는 K대 교수는 "AI 윤리에 관한 연구가 한창인데 (이번 논문 표절 사건은) AI 윤리보다 사람이 가져야 할 윤리부터 먼저 정립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표절 논문에는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의 장남도 공저자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AI타임스 김동원 기자 goodtuna@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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