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언발에 오줌누기"...요금제 안 바꾸면 한전 30조 적자 못 막는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세종=민동훈 기자]
머니투데이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차일피일 미룰 수 없어 조만간 적정 수준의 전기요금 인상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이날 KBS1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결론은 전기요금을 좀 인상해야 한다"면서 "올려도 왜 한국전력이 적자가 됐는지는 국민이 이해할 만한 자구노력, 자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진은 26일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 전기 계량기 모습. 2022.6.26/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가 3분기 전기요금 조정단가를 연간 상한액인 kWh(킬로와트시)당 5.0원 올리기로 했지만 올해 최대 30조원 대로 예상되는 한국전력공사의 천문학적 영업손실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유가가 급등락할때 마다 같이 널뛰던 한전의 실적을 보정하기 위해 문재인정부 시절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지만 정부가 유보권을 남용하면서 무력화됐고, 결국 한전의 막대한 부채는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떠넘겨지게 됐다. 전기요금 부과체제를 원가주의에 맞춰 대폭 손질하지 않을 경우 전력공급이 불안해질 뿐 아니라 탄소중립 이행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27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에 따르면 3분기 전기요금의 필요 인상분은 kWh(킬로와트시)당 33.6원이다. 연료비 연동제에 따라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3개월간 유연탄, 액화천연가스(LNG), 원유의 평균 가격에 환산계수와 변환계수 등을 적용해 도출한 값이다. 지금까지 발생한 적자와 추후 발생할 적자에 대한 대응 차원이 아니라 단순히 국제 연료비 가격 상승에 따라 계산한 순수 연료비 조정단가다.

그러나 이날 정부가 3분기에 적용키로 한 조정단가는 5.0원으로 필요 인상분의 6분의 1에도 못 미친다. 그럼에도 연간 조정할 수 있는 폭을 모두 소진한 만큼 현행 제도 아래에선 올해 더 이상 조정단가를 인상할 수 없다. 연료비 연동제를 개편하거나 총괄원가를 조정하는 등의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올해 최대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한전의 영업손실은 피하기 어렵다.

한전이 전력거래소를 통해 전기를 구매하는 가격은 전력도매가격(SMP)으로 결정되는데 SMP 결정 구조는 발전기 운영 비용과 연동된다. 전력거래소는 원전, 석탄, LNG, 신재생 에너지 등 발전사들이 보유한 발전기 운영 비용을 책정한 후 필요한 전력량 만큼 낮은 발전 단가의 발전기부터 돌린다. 즉 연료비가 높은 연료에 맞춰 SMP가 결정되는데, 전력통계시스템에 따르면 LNG(액화천연가스)의 가격이 사실상 가장 높다. 올해 LNG 단가는 1kWh당 172.04원으로 지난해 95.54원에 비해 80.1% 뛰었다.

문제는 국제유가와 연동되는 LNG 가격이 당분간 고공행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브렌트유 기준으로 올해 연간 유가가 배럴당 103.3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시장정보 업체 IHS마켓은 배럴당 108.8달러, 옥스퍼드경제연구소(OEF)는 배럴당 100.2달러로 전망했다. 작년 6월엔 70달러 안팎이었다.

연간 kWh당 최대 ±5.0원에 불과한 현행 연료비 연동제 조정폭만으로는 치솟는 연료비를 감당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한전이 부동산 및 자회사 지분 매각 등을 통한 6조원 규모의 자구책을 마련했지만 이미 1분기에만 7조8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한 한전의 재무상황을 개선하기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한전은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산정에 앞서 정부에 기준연료비 조정, 연료비 미수금 정산 등 현행 전기요금 체계의 구조적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에 따른 유례없는 국제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인해 기존 전기요금 부과체계로는 현재 재무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전력업계와 전문가들도 사실상 무력화된 연료비 연동제의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전기요금 정상화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기화, 전력망 확충, 재생에너지 보급, 효율투자 등 탄소중립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이행비용을 일정부분 전기요금으로 충당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전력산업연구회 정책세미나에 참석한 박종배 건국대 교수는 "현재 한전의 적자는 연료비 등 원가 변동을 전기요금과 즉시 연동하지 않는 전력산업 구조와 규제 체계 때문"이라며 "이러한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단기간 종식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현재와 같은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연제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한전의 재무구조 악화는 전력산업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는 시한폭탄"이라며 "안정적인 전력공급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현실적인 전기요금 조정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한전 재무악화로 인한 필수투자가 지연될 경우 안정적 전력공급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물론 전력협력업체 경영난 가중, 전력생태계 붕괴 등의 부작용 우려가 크다"면서 "전기요금 정상화로 수익자 부담원칙을 확립하고 미래세대 부담 전가를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