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이준석 혁신위 열린 날…장제원 포럼엔 與의원 56명 총집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7일 국민의힘에는 ‘혁신’이라는 말이 경쟁적으로 등장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띄운 당 혁신위원회는 최재형 의원 주도로 첫 회의를 열었고, 친윤계 핵심인 장제원 의원은 의원 모임인 미래혁신포럼에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초청했다.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았던 김 전 위원장은 친윤 그룹과 갈등 끝에 사퇴했던 터라 이목이 집중됐다.

새 정부 초기, 더구나 여소야대 국면에서 여당이 혁신을 이야기하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당내 세력 경쟁이 한창이고, 이 대표의 윤리위 징계안 심사를 앞둔 뒤숭숭한 상황에서 분란의 중심에 서 있는 이 대표와 친윤 그룹 간에 같은 날 혁신 경쟁이 불붙자 당 안팎이 술렁댔다.

중앙일보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장 의원은 미래혁신포럼 강연에 대해 “코로나19 사태로 못했던 모임을 재개했을 뿐”이라고 세력화를 부인했지만, 행사엔 여당 의원 56명이 집결해 의원총회를 방불케 했다. 강연 전 축사에서는 장 의원과 권 원내대표, 정진석 의원 등 친윤계 좌장들이 차례로 마이크를 잡았고, 안철수 의원이 사회자인 박성중 의원의 권유로 예정에 없던 축사를 했다. 이를 두고 일부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친윤계와 안 의원이 원팀이라고 선포하는 것 같았다”(초선의원)는 반응이 나왔다.

장 의원은 축사에서 정치 세력화라는 일각의 평가를 의식한 듯 “보좌관도 걱정됐는지 인사말을 짧게 하라고 하더라”며 “민주당, 무소속 의원들도 함께할 수 있는 포럼이 되길 바란다”고 말을 아꼈다.

강연자로 나선 김종인 전 위원장은 쓴소리를 쏟아냈다.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은 의원들이 대통령만 쳐다보며 사는 집단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그래서는 정치적 발전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올해 대선에 대해선 “(전망과 달리) 왜 0.7%포인트 차이밖에 나지 않았는지 냉정하게 판단하지 않으면 2년 후 총선 전망이 제대로 서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전 위원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이 2020년 총선 패배 직후의 절실함과 결기를 잃은 것 같아 조언해주고 왔다”고 말했다. 그는 당내 갈등 상황에 대해서는 “지금 당이 그럴 때도 아니고, 관심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중앙일보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앞줄 오른쪽부터), 안철수 의원,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장제원 의원, 권성동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포럼이 끝난 뒤 장 의원에게는 이 대표 관련 질문이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장 의원은 “어떤 갈등이 있다는 것인가. 저는 (이 대표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한 적이 없다”고 갈등설을 부인했다. 이 대표가 페이스북에 흰머리 사진을 게재하는 등 자신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을 두고는 “저는 평론가가 아니고, 그런 것까지 논평할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친윤 그룹의 세력화에 나섰다는 평가에는 “과한 해석”이라고 선을 그었다.

안 의원은 이 대표가 자신과 장 의원을 겨냥해 페이스북에서 “간장(간철수+장제원) 한 사발”이라고 조롱한 것에 대해 “무슨 뜻인지 모르겠는데, 뭐 속이 타나 보죠”라고 비꼬았다.

한편 이날 오후 열린 당 정책의총에 의원들이 채 40명도 참석하지 않자 권 원내대표는 당 의원들에게 서운함을 드러냈다. 그는 “참석 인원이 (장제원 의원의) 미래혁신포럼과 김기현 의원의 아침 모임보다도 적다”며 “오늘 참석자 명단을 파악해 발송해달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국민의힘 최재형 혁신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위 운영에 대한 제안 설명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같은 날 오후 국회에서는 혁신위 첫 회의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당내 갈등 상황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혁신위원장인 최재형 의원은 “당이 빈 밥그릇을 놓고 다투는 모습으로 비치면 국민 시선이 언제 싸늘해질지 모른다”고 강조했고, 부위원장인 조해진 의원은 “민생이 허덕이는데 집권당은 볼썽사나운 저급한 뉴스만 생산하고 있다”고 당내 분란을 지적했다. 혁신위 대변인을 맡은 김종혁 전 중앙일보 편집국장은 “올 연말까지를 활동 기한으로 잡을 것”이라며 “향후 난상토론을 하고 지방을 순회하면서 당원들의 목소리를 직접 수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혁신위 회의에 참석하진 않았지만, 회의 전 최 의원이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하는 등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였다. 친윤계 의원들을 겨냥해서는 노골적인 비난을 거듭 쏟아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MBN 방송에 출연해 “김 전 위원장이 (장 의원) 포럼에 간 것은 지지해서가 아니라 ‘너희들 들으라’고 말하기 위해서다”라며 “그런데 (친윤계 의원들이) 별로 (교훈을) 안 느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에 대한 익명 인터뷰가 매일 나오는데 권력을 누리고 싶으면 전당대회를 통하면 된다”고 비판했다. 당 관계자는 “당내 갈등의 배후에 일부 윤핵관이 있다는 것을 지적한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일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최재형 의원실 주최로 열린 '반지성 시대의 공성전' 세미나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축사를 통해 ″보수와 진보 진영 모두가 기피하는 문제를 공론화해서 공성전을 벌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힘을 실어주는 혁신위와 친윤 그룹의 충돌을 시간 문제로 보는 이들이 많다. 특히 혁신위가 당 인사들의 명줄이 달린 공천 시스템에 본격적으로 손을 대면 내홍이 폭발할 것이라는 관측이 상당하다. 당 관계자는 “당내에 마땅한 ‘원톱’이 없는 무주공산의 상황이 이합집산과 갈등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흔들리고, 이 대표에 대한 윤리위 징계안 심사가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여당이 권력 다툼에 골몰해 위기를 자초한다는 지적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구체적인 혁신 방안을 제시하는 사람은 없고, ‘내가 혁신의 적임자’라는 목소리만 넘치는 게 여당의 현주소”라고 비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